미디어오늘

"'참·거짓'과 '옳고 그름'부터 구분해야"
"'참·거짓'과 '옳고 그름'부터 구분해야"
신문윤리위 주최 세미나서 이준웅 교수…"한국 언론 문제는 '경향성'"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사안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향성'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사실과 의견의 구분'이란 전통적 언론 규범을 '참과 옳음에 대한 타당성 주장의 구분'으로 확장해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한국언론재단이 '무너지는 사실보도와 의견보도 원칙'이란 주제로 지난 14일 제주 이도동 제주KAL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세미나 주제 발표를 통해 이렇게 제언했다.

이날 발제에서 이 교수는 먼저 "우리 언론에 중요한 관행으로 자리 잡은 경향성은 근본적으로 '사실과 의견의 구분'이란 고전적 언론 규범을 위반할 때 발생한다"고 지적한 뒤 경향적 언론 보도의 사례를 소개하고 그 특징을 살폈다.

가령 지난해 4월7일자 매일경제에 실린 <너무나 이기적인 현대차 노조/ 울산 3공장, 다른 물량 더 안준다고 주말 특근 거부> 제하 기사의 경우 노동조합의 특근 거부와 노사 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 공방을 소개하면서 회사 쪽의 주장을 중심으로 기사를 몰아간 데다 제목이 '너무나 이기적인'이란 윤색적 표현을 담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기사는 신문윤리위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다.

그는 또 조선일보 올해 1월9일자 <허무맹랑한 주장, 기득권층 비난한 글 많아> 제하 기사를 놓고선 "미네르바의 예측이 결과적으로 적중했을 경우엔 운이 좋은 경우이고 반대로 빗나갔을 경우엔 근거 없이 예측해 틀렸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기준으로 기사의 경향성을 드러낸 대표적인 경우"라고 평가했다.

이런 사례들을 토대로 이 교수는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나타나는 △사실의 선택 △윤색적 표현 △전제된 가치 등과, 의견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근거 없는 의견 △불균형 △불공정 등을 한국 언론의 경향적 특징으로 정리했다.

이어 "국내에서 계몽적 목적을 위해 주창적·참여적 관점에 따라 관행적으로 이뤄지거나 안정적 독자 확보의 방편으로 사용되는 경향적 보도는 결국, 독자들에겐 제한된 정보와 편향된 해석만 접하도록 하는 부정적 결과를, 언론사엔 신뢰와 독자를 잃도록 하는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2009년 1월9일자 A5면.  
 
이런 경향성을 교정하기 위해선 '사실과 의견의 구분'이란 개념을 '참과 옳음에 대한 타당성 주장의 구분'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즉 '참·거짓'을 결정하는 '진술적 언행'과 '옳고 그름'을 따지는 '규범적 언행'을 구분해 윤리적 의무를 부과하자는 얘기다.

그는 "이 두 언행에 대해 요구되는 타당성 주장의 내용이 다르고, 따라서 언론이 이런 요구에 응해 수행해야 할 윤리적 과제도 다르다"며 "이런 구분을 혼동하거나 제기되는 타당성 요구에 적절히 응답하지 못하는 게 우리 언론의 도덕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언론의 진술적 언행에 대한 타당성 요구가 위반되면 사건이나 사태에 대한 거짓된 신념을 유발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선 경험적 근거를 확인하고 자료를 검증하는 한편 근거가 결론을 지지하는지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또 언론의 규범적 언행에 대한 타당성 요구가 위반될 경우 언론은 독자 또는 정보원과 상호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데 실패해 그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규범적 언행에 전제되는 다양성과 공정성, 균형성 등 일련의 가치들을 실현키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교수는 언론의 경향성 극복을 위한 실행 규칙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스트레이트 기사가 사실을 자의적으로 선택해 전체적인 사실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 언론의 윤리적 의무는 기사의 현실 관련성과 기사 내용의 완전한 재현을 검토하는 게 되며, 이를 위해선 배경자료를 찾아보거나 관련 정보원을 폭넓게 인터뷰하는 등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그는 스트레이트 기사의 윤색을 피하기 위해 평가적 함축이 있는 표현을 더하지 말고 중용적으로 판단할 것, 의견 기사의 불균형을 막기 위해선 다양한 정보원의 확인을 거치고 주장과 반대 주장의 균형을 추구할 것 등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진술적 주장에 대해 제기되는 경험적 검증과 타당한 추론의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규범적 주장에 대해 제기되는 타당성 주장에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정당화하지 못하는 언론을 윤리적이라 평가할 수 없다"며 "이 두 가지 타당성 주장을 교란시켜 진술적 언행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전환시키거나 규범적 언행을 참·거짓의 문제로 치환시켜 제기된 타당성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언론은 더 문제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