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론과 자율주의를 주창해 온 조정환씨가 새로운 사회를 이끌 주체로서 지난해 촛불운동을 조망한 책이다. 1970년대 재야운동이나 1980년대 민중운동, 1990년대 시민운동과 2000년대의 촛불운동은 어떻게 다른가. 맑스의 노동이론과 푸코의 삶권력론, 들뢰즈의 잠재력론, 네그리의 다중론을 망라해 촛불의 의미를 분석하고 가능성을 조망한 책이다.

저자는 촛불이 삶과 세계를 변형시키는 힘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곧 사회정치적 차원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만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패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에도 실제로는 거대한 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촛불이야말로 파시즘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권력에서 활력으로, 민중에서 다중으로, 당에서 네트워크로, 국가에서 코뮌으로, 민족주의에서 코뮤니즘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면서 "존재론적 차원의 승리능력을 사회정치적 차원에까지 폭발시키고 확산시키는 임무가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주장한다. 장황하고 난해한 글쓰기가 집중력을 떨어뜨리지만 촛불에 대한 인문학적 분석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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