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대목은 그동안 오바마의 개혁정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우리나라 보수언론들이 이번 발표를 열렬히 지지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학교를 폐교하기도 하는데 우리도 교육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언론은 특히 오바마가 무능한 교사들을 퇴출시키기로 했다는 대목을 강조하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공격하고 있다. 교육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하고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그동안의 주장에 힘이 실린 셈이다.
▲ 동아일보 5월13일 사설. | ||
▲ 조선일보 5월13일 사설. | ||
▲ 문화일보 5월13일 사설. | ||
그러나 이들 신문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오바마나 조동문이나 성적 중심의 교원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바마가 공교육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조동문 등은 무능 교사의 퇴출과 경쟁원리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조동문이 요구하고 있는 방과후학교나 학업성취도 평가, 교원평가제와 성과급 제도 도입 등은 공교육 강화가 아니라 공교육의 사교육화에 가깝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우리나라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은 대학서열화와 지나친 입시위주 경쟁에서 비롯하는데 이런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어떤 해법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엄 대변인은 "오바마가 한국 교육을 배우자고 말한 건 일부 초중고교 학생들 수학이나 과학실력을 두고 한 말인데 우리가 대학 졸업 이후에도 경쟁력이 있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엄 대변인은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이 23만 원인데 방과후 학교 수업료가 20만 원이면 무슨 차이가 있느냐"면서 "특목고 대비반이나 우열반을 만들고 외부 강사를 데려와서 보충수업하면서 성적을 올리겠다는 건 학교를 학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대변인은 "그러면서 저소득 계층 지원에 600억 원을 쓰겠다는데 그래봐야 전체 사교육비 지출 20조 원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고 그 실효성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3일 발표한 '사교육 없는 학교' 지원사업 역시 근본적인 해법은 되기 어렵다. 초중고교 가운데 400곳을 선정해 평균 1억5천만 원씩 모두 600억 원을 지원하고 보조강사 채용과 교육시설 확충 등에 쓰도록 한다는 계획인데 학교의 학원화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교육 없는 학교가 아니라 결국 학교가 사교육을 대신하는 기형적인 시스템인 셈이다.
애초에 경쟁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고 공교육을 강화하지 않는 이상 교육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다. 조동문 등은 경쟁을 더욱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교육 붕괴의 핵심은 성적 부진이 아니라 오히려 과열 경쟁과 학력 서열화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경쟁을 강화해서 설령 학생들 성적이 더 오른들 그게 무너진 공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나. 정말 우리 교육의 문제가 부진한 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