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의 언론관련법 처리를 둘러싸고 극한적인 대치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 정치부장들은 6월 임시국회에서 언론관련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시도하더라도 여당의 원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미디어오늘이 창간 14주년을 맞아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10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5개 방송사, 2개 통신사 등 17개 주요 언론사 정치부장을 대상으로 정치·언론 현안에 대한 서술식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설문에 응한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CBS와 익명을 요구한 3개 신문·방송사 등 9개 언론사 정치부장들은 6월 언론법 국회 처리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이영성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전체 에너지를 모아 경제 위기를 극복할 시기에 미디어법을 하는 게 옳은가 의문”이라며 “통합방송법 통과할 때 상당히 장기간 토론한 뒤 국회에서 합의 처리했는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고, 가치와 방향에 관한 고도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들은 그런 좀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한겨레 정치부장도 “여야 대치전선을 피하려면 열려 있는 자세로 토론에 임해야 하고,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면서 “편견 없이 토의해서 결론을 내리도록 하고 결론을 국회가 따르는 이른바 ‘숙의 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하면 극한대치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이고 충분한 숙의가 있지 않고서는 여야의 극한 대치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또 6월 국회에서 언론법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면 여야 어느 쪽의 양보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태헌 서울신문 정치부장은 “여야가 절충하거나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오 CBS 정치부장은 “결사적인 대결이 예상되어 쉽게 처리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의 무리한 법안 제정 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언론사 정치부장은 “정부 여당이 내놓은 법안들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B 언론사 정치부장도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일방처리를 민주당이 고분고분 받아들일 리 없다”고 분석했다.

여야가 타협점을 찾는데 정치권의 정치력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옥영대 세계일보 정치부장은 “예전에도 여야의 대치 상황에서 타협이 있었고, 물밑 접촉이 있었다. 17대 국회 이후 18대 국회까지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 정치는 타협이다. 여야 중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권모 경향신문 정치부장은 “지난 연말 국회처럼 본회의장 점거 같은 극한 대치가 재현될 지는 미지수”라며 “민주당 저지 의지, 김형오 국회의장 직권상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입장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오스트리아를 공식 방문 중인 김형오 의장은 12일 “미디어 관련법은 여야가 이미 약속한 대로 처리돼야 한다”면서 “어떤 이유로도 법안처리를 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내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MB언론악법저지특별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여론조사 등을 통해 국민 뜻이 정상적으로 반영된 입법을 여야가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 4당은 시민단체, 종교단체와 함께 다음 달 1일부터 30일까지 매일 밤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6월의 빛, 언론악법 반대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해 6월 언론법 처리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지난해 말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과 시민사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서 논의가 중단됐던 이른바 MB악법 중 하나인 언론법의 6월 국회 처리가 여야의 극심한 대치를 부를 것으로 보인다. 먹구름이 감도는 국회의사당 아래로 지난 2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야 4당과 시민사회가 개최한 MB악법저지 결의대회의 열기가 겹쳐 보인다. 사진=이치열 기자, 그래픽=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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