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지 시사인의 고재열(35·사진) 기자는 지난 한 해 미디어 업계를 다루는 여느 매체 기자 못지 않게 열심히 현장을 뛰어다녔다.

그는 ‘낙하산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자들을 해고한 YTN으로 출근하다시피 했고, MBC 이 광우병 보도로 수난을 겪고 있을 때 이춘근 김보슬 PD의 심경을 담은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KBS노조가 동료 언론인들의 연대투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을 때에도, MBC 신경민 앵커의 마지막 방송 때에도 그는 현장에 있었다.

논쟁의 한 가운데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진심이 통한 것일까. 그가 지난해 개설한 블로그 독설닷컴(www.dogsul.com)이 1년 만에 방문자수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매체 기자만 했다면 겪어보지 못했을 역동적인 1년이었다.” 그는 지난 1년의 경험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금까지 800여 편의 글이 독설닷컴에 올라왔는데, 이 가운데 기고를 빼면 500∼600여 개의 글이 그가 직접 작성한 것이다. 그는 지금도 매일 2∼3편의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부지런함은 파워 블로거가 되기 위한 1원칙이다.

2원칙은 순발력과 발랄한 아이디어다. 블로그의 특성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이야기 거리가 튀어나오거나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 한 누리꾼으로부터 지난해 촛불집회를 방해했던 HID(특수임무수행자회)가 대천해수욕장 경비용역을 맡게 됐다는 제보가 계속해서 들어오면서 현장에 한 번도 가지 않고도 현장을 눈앞에서 본 것처럼 중계할 수 있었다. 386논쟁에서 벗어나 서태지와 HOT로 넘어가는 298세대론을 들고 나오자 전국 각지에서 298세대들의 개인적 경험이 담긴 기고 글이 쏟아진 것도 인터넷 공간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독설닷컴에서 벌이고 있는 ‘조중동 광고주불매운동’을 넘어선 ‘진보언론 광고주구매운동’이나 농촌살리기 일환인 농민CF 찍어주기 프로젝트, 촛불1주년을 기념한 독설닷컴 촛불문학상 공모전 등은 순발력이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어떤 주제가 떠오르면 블로그를 통해 간을 본다. 일종의 베타테스트인 셈이다. 그리고 반응을 살피면서 시사인에 기사로 출고한다. 이후 취재 뒷이야기를 다시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기사에 등장한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하도록 만든다.”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기승전결’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마지막 3원칙은 진실함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가장 센 글은 세련되고 멋진 글이 아니다. 당사자가 솔직하게 쓴 글”이라고 말했다. 최근 해체된 국립오페라합창단원이 직접 쓴 글, 청년실업 당사자가 면접을 볼 때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를 쓴 글 등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반향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기자들에게 무조건 블로그를 하라고 말한다. 아예 “기자가 블로그를 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기존 미디어만으로는 기자들의 저널리즘을 모두 구현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매체에 쓰는 기사가 쪽지시험을 보는 느낌이라면 블로그는 논문으로 엮어내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이 기자인 이상 블로그를 통해 취재한 것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에게 방문자 1000만 명 돌파에 대한 소감을 묻자 “독설닷컴에서 내가 한 일은 ‘이렇게 해라’라고 방향을 강요하지 않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때’라고 화두를 던진 일에 불과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겸손함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애정, 이것이 그가 말하지 않은 파워블로거의 4원칙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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