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여쭙는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지금 법을 잘 지키고 계시는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충실하게 법을 지키셨는지.

잠깐 지난 기록의 일부만 들춰보자. 선거법위반으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난 것을 비롯해 수차례의 위장전입, 지방세체납 재산압류, 세금 탈루의혹을 일으킨 자기 자녀의 자기 회사 위장취업 논란, 고용산재 보험료 미납 강제추징, 임대소득 축소신고…. 대한민국 최고 통치자의 전력이라고 믿기엔 그 내용이 참으로 파렴치하다.

이 정도의 범법 사례들이라면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거나, 개인 혹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법을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지난달 24일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께서 “아직도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여전하고,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법을 무시하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걱정하실 때, 그 말씀을 받잡기가 어찌나 민망하던지.

또 여쭙는다. 법치를 강조했던 역대 통치자들 대부분이 악독한 독재자였고 범법자였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의 ‘삼청 교육대’나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의 ‘범죄와의 전쟁’이 법치를 앞세운 전형적인 독재였다. 독재자들의 법치는 국민들을 힘으로 굴복시키는 공포정치의 도구요, 야만적인 인권유린의 수단이었다. 결국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 원의 판결을 받지 않았는가.

이명박 대통령도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못지 않게 법치를 강조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바빠질 수밖에 없다. 거리에 촛불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닭장차도 바빠졌다. 경찰은 4월30일∼5월2일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총 241명을 검거했다. 이중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이어, 15∼20명에 대해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는 촛불 초장부터 아예 원천봉쇄와 참가자들의 토끼몰이식 연행 등 강경대응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하도 촛불의 뜨거운 맛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여쭙는다. 터진 둑을 호미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 시위 참가자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하고 기소한다고 촛불시위가 움츠러들까?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인터넷 논객과 방송국 프로듀서들을 줄줄이 구속한다고 해서 그 실정이 감춰질까? 이 땅에서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이룩한 모든 집회들이 깡그리 불법집회였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촛불시민들이 다시 거리를 메우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겐 ‘법대로’를 요구하면서 자신은 ‘멋대로’ 국정운영을 하기 때문이다. 첨단 정보화 시대에 ‘삽’과 ‘자전거’를 앞세운 시대착오적인 경제 개발 정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이란 이름으로 법 절차 조차 무시한 채 재벌과 부자 등 1%를 위한 악법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상실을 자초한 강만수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땅 투기 등 도덕성 논란으로 낙마한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각각 국가경쟁력발전위원장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배째라 식’ 독선적 인사운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성추행범의 더러운 손길이 순결한 처녀의 몸을 집요하게 탐하는 것처럼, 4대강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슬금슬금 국토의 속살을 짓이기는 대운하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여당 의원이 정부에 국회 입법 절차를 존중하고 지키라는 경고문을 보냈겠는가. 얼마나 심했으면 여당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핵심법안 중 하나인 금산분리 완화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겠는가.

아직도 촛불이 소수 ‘좌빨 세력’의 음모라고 생각하는가? 4·29 재보선에서의 ‘5 대 0’ 참패는 정녕 이명박 대통령의 ‘멋대로’ 국정운영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강변하려는가? 대통령은 여론을 무시한 채 ‘멋대로’ 하면서, 국민들만 고분고분 ‘법대로’ 따라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멋대로’와 ‘법대로’ 처방으로는 성난 촛불민심을 다스리기 어렵다. 대통령이 먼저 ‘멋대로’하지 말고 ‘법대로’의 솔선수범을 보이는 게 순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역겹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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