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29 재보선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충격의 0대5 참패를 당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29일 오전까지도 3곳은 승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한나라당의 초조함은 결국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감한 현안 과제가 산적한 5월 정국을 넘어 언론법 대치전선이 형성될 6월 정국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선거부터 시장 선거까지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내걸었던 후보들이 당선의 기쁨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패배는 충격이라는 말 이외에는 다른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재보선 최대 관심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이란 전망과 달리 10% 포인트가 넘는 완패를 당했다.

민주당이 당력을 집중하고, 한나라당도 당력을 집중했던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완패한 결과는 민심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던 시흥시장 선거는 여야의 숨겨진 승부처였다.

   
  ▲ 29일 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인천 부평을 선거에서 승리한 홍영표 후보 이름 아래에 꽃을 달아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출처-민주당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0대5 참패를 당하더라도 수도권 기초단체장인 시흥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나름의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흥시장 선거 표심도 한나라당을 빗겨갔다.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완승을 안겨준 수도권에서 혹독한 결과를 맞이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이명박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단호하게 심판했다. 수도권에서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은 이제 제1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당을 잘 정비해나가겠다. 지금까지 부족했던 부분을 잘 다듬고 당을 정비해서 제1야당의 책무를 이행함에 있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 경북 경주의 패배는 더욱 충격적이다. 한나라당은 18대 총선 공천학살 3인방으로 불렸던 친이명박계 핵심 정종복 후보를 내세웠다. 정종복 후보는 친박근혜계와 물과 기름 같은 존재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남다른 경주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을 향해 칼을 들이댔던 인물을 공천한 것은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모험이었다. 한나라당은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고, 4월28일까지만 해도 여론조사 상으로는 정종복 후보의 승리가 유력시됐다.

그러나 경주 민심은 18대 총선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나라당에 충격을 안겨줬다. 경주는 총선 상황을 착각하게 할 만큼 열띤 투표열기를 보였다. 투표율은 50%를 넘어섰다. 정종복 후보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정수성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 사진 한 장으로 승부했지만, 한나라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실세 정치인을 누르고 당선됐다. 다시 한 번 박 전 대표의 힘을 실감하게 한 대목이다.

   
  ▲ 'MB정권 심판'을 구호로 내건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가 울산 북구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사진출처-진보신당  
 
울산 북구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승리한 것은 진보정당의 승리 공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보신당은 원외정당의 설움에서 벗어나 원내 정당의 꿈을 이뤘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울산에서 한나라당 승리를 위해 힘을 쏟았지만 정치적 내상만 입고 패배를 맛보았다.  

울산 북구는 진보정치 1번지로 다시 태어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의 울산 북구 단일화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광주 전남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구의원과 도의원을 당선시켰다. 진보정당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시킨 대목이다.

전북 전주 선거 결과는 정동영 후보가 이끈 무소속 바람의 위력을 보여줬다. 정동영-신건 후보는 전주 덕진과 완산갑에서 나란히 승리했다. 민주당은 호남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지만,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의 힘을 확인한 만큼 복당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후보는 이날 밤 당선 기자회견에서 “야당은 지금부터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강한 정책, 강한 인물을 포진해야 한다. 정동영-신건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당의 체질을 강화하고 당을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체질로 바꾸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 참패 의미를 애써 축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민심의 현주소를 확인한 만큼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주요 후보들은 선거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를 향해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29 재보선을 관통한 핵심쟁점은 ‘MB 심판론’이었고, 민심은 그들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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