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버라이어티쇼 '5천만의 아이디어로'(이하 5천만…)의 제작 협찬 약정서에 '정권 홍보 방송'·'방송 편성권 침해' 의혹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방송 아이디어를 제공한 프로덕션 업체와 청와대와의 연루설도 제기됐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문이 공개된 이후 '5천만…'은 기획부터 현재 방송까지 '홍보 방송'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영돈 KBS TV제작본부 기획제작국장(이병순 사장 권한 위임)이 계약한 'TV 프로그램 제작 협찬 약정서'을 공개했다. MBC 사장 출신인 최 의원은 약정서의 '보안유지' 항목을 지적하며 "TV 프로에 보안 유지는 처음 봤다"고 밝힌 뒤 "국정원과 만드는 프로그램인가. '5천만의 아이디어로'는 이런 조항이 왜 있나"며 국가 권력기관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갑은 행정안전부, 을은 KBS, 병은 정부 관계부처로 정해진 약정서의 '보안유지' 조항에 따르면, "(KBS는) 당해 계약을 통하여 얻은 정보 또는 국가의 기밀사항을 계약이행의 전후를 막론하고 외부에 누설할 수 없다"며 "(KBS는)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갑과 병이 보안을 요구한 사항에 대해 참여인력에 대한 보안교육·보안대상의 관리 등을 철저히 하여야 하며, 관리 소홀로 인한 자료 유출시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해 놓았다.

   
  ▲ KBS '5천만의 아이디어로' 홈페이지. ⓒKBS  
 

또 약정서에는 협찬조건으로 정부 부처가 원하는 홍보 내용을 방송에 담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협찬 조건에 따르면, "(KBS는)행정안전부 및 관계부처가 시청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각종 내용들을 방송에 적합한 경우 정확하고 알기 쉽게 알릴 수 있도록 반영, 올바른 정보가 시청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고 나와 있고 "갑과 을 그리고 병의 정책변경과 편성변경 등이 계획되고 변경이 예상될 경우 지체 없이 통보하고, 상호 협의하여 처리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또 "프로그램의 모든 저작권은 을의 소유로 한다"고 했지만 "다만, 갑이 향후 추진하게 될 관련 사업에 비영리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한국정책방송원 KTV를 통해 방송할 수 있다"고 했다. 관계 부처는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가족부,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노동부, 여성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경찰청으로 하고, 참여부처는 추후에 확대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프로그램의 최초 아이디어를 제공한 프로덕션 '해오름' 간부들이 청와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문순 의원은 "(한나라당의)대선 홍보물을 주관한 회사인 해오름에서 이번 대선이 끝난 후에 현 청와대 홍보비서관으로 해오름 제작팀장이 갔다"며 " KBS 안에서는 (5천만…이)청와대 기획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도 KBS 아트비전 사장 출신인 정선언 해오름 대표를 언급하며 "해오름 대표는 한나라당 대통령 선거방송위원회 한나라당 추천 인사였다"며 "이 정도면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저는 KBS 정책 버라이어티는 KBS 방송사가 여러 변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중립성,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병순 사장은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프로그램 약정서, 해오름 대표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이병순 사장은 '보안유지' 규정에 대해 "다른 외주 협찬사 조약을 살펴보지 못했지만, 방송 전에 경쟁사라든지 동종업계에서 정보가 누수 되지 않게 하려는 약정"이라며 "인천직할시에서 하는 도시 축전이 있다. 거기도 KBS와 MOU해서 작성했고, 외부 발설 금지 조항이 있다는 조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압력 여부에 대해선 "전혀 그런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병순 사장은 '해오름' 대표에 대해선 "이름을 들어봤지만 잘 알지 못한다"며 "정선언 사장이 해오름 기획사 사장이라는 사실을 최 의원 말씀을 통해 처음 듣는다. 외주 제작사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있어 외주 제작사에 알아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행정안전부로부터 프로그램 협찬금으로 총 6억6천만 원(회당 3300만 원*20회)를 받아 '5천만…' 프로그램을 이번 달 25일부터 5개월 동안 총20회를 방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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