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정부중재"
KBS· MBC·SBS "무임승차" 공동 대응

KT·SK브로드밴드·LG데이콤 등 IPTV제공사업자 3사가 지상파 채널 전체를 필수설비로 규정해달라거나 직접사용채널 운용금지 등의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여당 쪽에 비공개로 건의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이들 3사의 IPTV 활성화관련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콘텐츠 산업을 키우려는 투자 의지 없이 유료방송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기 위한 호소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 문건은 지난 15일 IPTV 3사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 송도균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등과 가진 IPTV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비공개 간담회에 각각 제출한 것이다.

▷KT ‘직접사용채널 허용’ 건의=KT는 먼저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콘텐츠동등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상파 및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경우 광고수익 보전을 목적으로 IPTV사업자에게 과도한 이용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적정 콘텐츠 이용료 산정을 위한 틀을 확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T는 한 발 더 나아가 “PP 보호를 위해 한시적으로 케이블TV진영의 채널변경 금지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KT는 또한 사업자별 규제현황을 비교하겠다면서 ‘직접사용채널 운용 금지’를 IPTV의 콘텐츠관련 규제로 꼽았다.

LG데이콤도 “보도 및 스포츠 등 보편적 시청권의 범주에 들어가는 채널들의 경우 의무재전송(must carry) 등의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LG데이콤은 이어 “지상파 재전송 대가와 관련해 초기 진입비용 재검토 및 수신료 인하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플랫폼 진입 순서 및 매체간 영향력 차이를 고려해 IPTV에 앞서 케이블TV에 대한 유료 재전송 협의가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들 가운데 압권은 SK브로드밴드다. SK브로드밴드는 “지상파 채널은 대체 불가 및 파급 영향력이 지대해 일종의 필수설비에 해당한다”며 “KBS1과 EBS뿐만 아니라 MBC SBS KBS2 등 지상파 채널 전체를 필수 제공채널로 규정하고 제공의무를 부여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는 “IPTV사업자는 지상파에 주문형비디오(VOD) 공급과 관련해 막대한 대가를 지급중이나 실시간 수급 관련 IPTV펀드 출자 등 너무 과중한 진입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K브로드밴드는 “제한된 예산아래 과도한 지상파 전송대가는 여타 PP에 대한 수신료 지급 여력을 줄여 ‘PP활성화정책’에 역행한다”고까지 밝혔다.

▷SKB ‘지상파 채널, 필수설비’ 주장=이들 3사의 공동입장은 첫째 지상파 채널 수급 가격을 깎아달라, 둘째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PP에 대한 압박을 차단해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는 방통위가 내세운 IPTV의 ‘신성장동력’ 기조와는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사업자간 자율에 맡겨야 할 문제를 규제기관에 기대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10월 지상파 실시간 채널 재전송 문제가 지지부진하자 방통위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가 여러 논란 속에서도 이를 중재하며 IPTV 상용화의 물꼬를 터 줬더니, 수 백억 원 규모의 콘텐츠제작펀드를 조성하고 주문형비디오(VOD)의 사용료도 지불하기로 한 당시의 협상이 자신들에 불리한 것이라며 다시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상파 쪽의 입장은 ‘그렇다면 굳이 팔지 않겠다’는 것인데, SK브로드밴드는 지상파 채널 전체를 필수설비로 규정해 IPTV에 달라고까지 건의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망에 대한 필수설비 요구에는 재산권 침해 논리를 내세우면서, 지상파 콘텐츠는 필수설비로 규정해달라는 것이다.

아울러 지상파 재전송과 관련해 케이블TV를 끌어들이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처음부터 IPTV는 기존의 유료방송 플랫폼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게 입법 취지인 데다가, 케이블TV는 출범 이후 지상파 난시청을 일정 부분 해소해 온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PP활성화정책’에 역행한다며 짐짓 PP를 위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IPTV제공사업자 3사는 PP 쪽에 자사의 전용회선 사용을 강요하고 과도한 1:1 전송대역을 요구해 지난 8일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KT의 IPTV 규제과중론은 객관성조차 담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IPTV에만 유리한 권역규제(케이블 77개 - IPTV 전국) 및 공공채널 규제, VOD 콘텐츠 내용규제 등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사용채널 운용금지도 IPTV 입법과정에서 IPTV가 케이블TV와는 다른 ‘단순 전송서비스 사업’이라는 인식이 공유된 결과다. 그런데 지난 2월 논란이 불거질 당시에는 직접사용채널을 운용할 생각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해놓고, 이제는 내심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접사용채널 운용에 대한 미련을 드러낸 셈이다.

▷정부여당 주장과 달리 콘텐츠 투자 안 해=가장 큰 문제는 IPTV 3사 스스로 콘텐츠 제작 및 투자와 관련한 지원요청이나 건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 15일 간담회의 ‘IPTV 현황 및 향후정책방향’ 비공개 문건에서 “기존 유료방송과 차별되는 융합형 콘텐츠 및 수익모델 발굴이 부족하다. IPTV 기반의 공공서비스 및 융합형 콘텐츠를 개발해 콘텐츠를 차별화하고 민간의 콘텐츠 개발을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들 3사의 문건대로라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17일 국회에서 있었던 ‘IPTV 조기정착을 위한 정책방안’ 토론회에서 안성준 LG데이콤 상무는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투자는 기존 콘텐츠 사업자가 말라죽을 우려가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주장해 온 IPTV 도입효과는 뉴미디어 플랫폼 확대로 인한 콘텐츠 등 관련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런데 17일 토론회에서는 콘텐츠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IPTV업계 발언에 이어, 지상파 채널의 IPTV 실시간 재전송은 무료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원식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적어도 지상파 난시청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실시간 시청의 무료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방송법과 IPTV특별법을 동시에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지상파 쪽은 계약을 위반한 ‘무임승차’ 시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KBS·MBC·SBS 등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는 20일 모임을 갖고 IPTV제공사업자들의 움직임에 협회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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