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네르바 박아무개씨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혐의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로 나오자 그동안 박씨의 주 활동무대였던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는 "사필귀정"이라는 고무된 반응과 함께 "인터넷글쓰기 위축·아고라 폐쇄"라는 효과가 달성됐다는 점에서 허탈한 반응이 뒤섞이면서 격앙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를 보고 기뻐해야 한다는 현실에 개탄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아고라 "미네르바 박씨 무죄 사필귀정…이미 인터넷글쓰기 위축" 격앙

이날 법원의 미네르바 무죄 판결과 석방 소식이 나오자 다음은 신속하게 아고라 토론방 메인 페이지에 '미네르바 무죄판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코너를 게재해 리플토론을 진행했다.

오후 4시30분 현재 520여 건의 의견이 달렸으며, 내용은 이번 수사가 "사필귀정"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디 '후크(^.#)/'는 "국제적인 망신으로 정치적인 쇼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이라며 "처음부터 현 정권의 무능력함을 감추려고 엉뚱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상천'은 "구속 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자질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고, '하늘'은 "이런걸 두고 사필귀정 이라고"라고 평했다.

"막장 정권다운 행동…국가 상대 손배청구해야…사이버 모욕죄도 척결해야"

검찰과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세금들여 마약단속하라고 둔 마약단속 떡검XX들이 비판적 의견을 개진한 사람을 잡아다 구속하고 ... 참 전과 14범이 이끄는 막장정권 다운 행동이었다"(pioneer)
"개념없는 정부 뇌가 없다 죄를 만들려고 발악을 해도 어쩔수가 없나 보다"(솔죽향)
"구속된 피고인이 무죄로 풀려났으니,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진행하면 되겠군"(부귀장수)
"싸이버모욕죄라는 것도 척결합시다."(반딧불초롱)

검찰·정부와 달리 사법부에 대해서는 오랜만에 제대로된 평가가 나왔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이디 '강촌'은 "오랫만에 사법부의 현명한 판결"이라며 "아직 이 나라의 사법부는 살아 있네요. 요즘은 아고라의 글도 이상한 것만 올라오더니 오늘은 예외네요"라고 했다.

반대로 아이디 '뱁스'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를 당연하게 여기지 못하는 이 현실이 암울할 따름"이라며 "구속까지 갔다는게,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지, 정말 이 나라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개탄했다. 'Brian'도 "그동안 미네르바 옥살이 한거랑 동네방네 학력이며 개인 사생활 다 드러난 건 보상받을 수 있는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이와 함께 법원의 미네르바 무죄판결과는 별도로 이미 박씨 개인의 삶이 망가지고, 인터넷 공간은 위축됐으며, 무엇보다 그의 활동공간이었던 아고라마저 다음 메인화면에서 사라진 것을 두고 기뻐만 할 일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아이디 '산성비'는 "이게 얼씨구나 ∼좋아할 일인가? 멀쩡한 사람 데려다 반병신, 폐인 만들어 놓고 무죄라. 너무나 당연한 상식에 기뻐해야하는 우리모습이 정말 처량하다"고 탄식했다.

"당연한 결과에 기뻐해야 하는 게 처량·암울…미네르바 신상정보 제공한 다음 사과해야"

'쿨렁'은 "일단 집권당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며 "일단 미네르바를 구속시켰기 때문에 다른 논객 및 기타 인터넷 사용자한테 경고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물론 법원에서는 부당하다고 판결을 했지만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고 예전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미네르바와 같은 논객의 글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아닌가 생각한다. 구속했던 측 입장에서 보면 꿩먹고 알먹고였으니까"라고 분석했다.

'jaeki'도 "검찰의 미네르바 처벌 효과는 이미 상당히 성공적으로 거두었기 때문에 재판 판결에서 무죄건 유죄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미네르바가 처벌 받은 덕분에 아고라 폐쇄시키고 인터넷 여론조작 시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달고개' 역시 "미네르바의 구속이 한국 토론문화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였기에 무죄는 당연한 것이지만, 미네르바가 구속될 수 있었다는 그 사실 만으로로 이미 한국 토론문화는 치명타를 입었다"며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 우리는 수많은 미네르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미네르바 박씨의 신상정보를 검찰에 제공한 다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아이디 '쥐네르밥'은 "DAUM에서는 지난해 12월5일 떡검들한테 미네르바의 신상을 알려줬다면서요" "영장도 없는데 떡검들이 요구하면 네티즌들의 신상을 마구잡이로 넘겨줘도 되는겁니까. 사실 검찰은 이 때부터 수사에 들어갔는데 발표를 12월29일부터라고 한 걸 보면 이건 명백한 표적수사인데. 게다가 DAUM도 한몫 거들고. 이따위 유치한 토론으로 거들먹거리지 말고 DAUM부터 네티즌들한테 사과해야 하는거 아닙니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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