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거부의 와중에 전영배 국장은 상상하기 힘든 일을 저질렀다. 지난 11일 아침뉴스의 톱 기사가 방송을 불과 30분 남겨두고 갑자기 사라졌다.…전날 뉴스 데스크에서 톱기사로 보도한 특종('박연차 회장, MB측근 천신일에 수십억 건네')이 새벽 5시30분 보도국장의 전화 한 통으로 아침뉴스에서 사라졌다. 기자들은 더 이상 그를 보도국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MBC 기자들).

엄기영 MBC 사장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전격 교체 결정에 대해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전영배 보도국장과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MBC 기자들 "신경민 교체는 오만한 권력압력에 대한 치욕적 굴복"

   
  ▲ 13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D공개홀에서 MBC 보도본부 기자들이 엄기영 사장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를 규탄하며, 보도국장·보도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이날 밤 8시30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D공개홀에서 열린 '앵커교체 강행 규탄' 비상총회에서 성명을 발표하면서 △앵커교체 즉각 철회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사퇴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등 공정한 뉴스편집을 위한 논의에 응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영배 국장의 '청와대 압력' 발언논란부터 제시했다. 기자들은 성명에서 "과연 앵커교체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인가. 정치적 압력은 없었는가. 전영배 보도국장조차 지난 7일 보도본부 기별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고 답변한 바 있다"며 "청와대가 이미 오래 전부터 신경민 앵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교체를 요구해왔다는 것은 이미 보도본부 구성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권력 비판은 언론 본연의 임무"라며 "우리는 경영진의 오늘 결정을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권력의 오만한 압력에 대한 치욕적인 굴복'으로 규정한다"고 선언했다.

"전영배 보도국장, 앵커교체 말바꾸기…MB측근 수십억수수 의혹 보도 특종 누락"

   
  ▲ 13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D공개홀에서 MBC 보도본부 기자들이 엄기영 사장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를 규탄하며, 보도국장·보도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이날 보도국장 불신임 투표 가결을 들어 "MBC 역사상 기자들의 국장 불신임은 처음이다. 전영배 보도국장은 이미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그는 '앵커 교체 문제는 노조와 기자회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했던 지난달 27일 보도국장 정책설명회에서의 발언을 단 열흘 만에 정면으로 뒤집었고, 제작거부의 와중에 전영배 국장은 상상하기 힘든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지난 11일 아침뉴스의 톱 기사가 방송을 불과 30분 남겨두고 갑자기 사라졌다. '박연차 회장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측근 기업인 천신일 회장에게 수십억을 전달한 의혹이 있다'는 기사였다. 전날 뉴스 데스크에서 톱기사로 보도된 특종이 새벽 5시 반 보도국장의 전화 한 통으로 아침뉴스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는 기자들은 더 이상 그를 보도국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이들은 "우리는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동반 퇴진도 강력히 요구한다"며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전영배 보도국장 인사와 보도본부에서 일어난 이 모든 전횡과 파국에 책임이 있는 송재종 보도본부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보도국장·송재종 보도본부장 모두 즉각 사퇴해야"

   
  ▲ 13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D공개홀에서 MBC 보도본부 기자들이 엄기영 사장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를 규탄하며, 보도국장·보도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자리에서는 새로 구성된 비상대책위 집행부가 향후 대 경영진 투쟁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성주 MBC 보도본부 비상대책위원장은 "가야 할 길이 정해져있다"며 "우리는 승리하기 위해 이기기 위해 발걸음을 뗐다. 이 한걸음 떼기까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발걸음을 뗀 이상 서로 어깨를 걸고 부축하고 밀어주면서 승리의 그길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찬 비대위 집행부(총회 관련 각종 프로그램 개발 담당) 간부는 "한두 달 전 어머니가 토정비결 봤는데 앞에 나서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면서도 "하지만 일개 보험사의 토정비결 따위가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 모두 믿고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해봤으면 한다"고 다짐했다.

전임 비대위원이었던 이지선 기자는 "그동안 3∼4시간 넘는 긴 회의에 지치기도 했지만 가슴속엔 뜨거운 무언가가 생기는 걸 느꼈다"며 "새 집행부가 뜨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뜨거운 지지로 열렬한 서포터 되겠다. 승리할 그날까지, 5∼6층(보도국)에 복귀하는 날까지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

"우리 갈 길 정해져" "반드시 이기는 싸움할 것" "기자들에 뜨거운 지지"

이와 함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도 성명을 내어 "우리가 MBC를 지켜야하는 이유는 권력에, 자본에 구속되지 않는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권력과 자본이 짓밟는 약자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달하기 위해서"라며 "그러나 사측은 권력이 불편해하는 앵커 교체를 감행하며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앵커 교체가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게 아니라는 엄 사장 담화문에 대해 "그렇다면 앵커 교체강행 과정에서 보여준 비민주성은 무엇인가"라며 "기자들의 제작거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이후에도 설득의 과정이나 의견 수렴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MBC본부는 이에 따라 △무책임한 말 바꾸기와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이번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보도국장 교체 △공정방송 의지가 훼손됐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결정을 강행한 데 대한 사과 △공영방송 MBC 존재 이유를 흔든 이번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공정방송 담보 장치 마련 등을 촉구했다.

MBC 노조도 성명 "MBC 지키려는 이유는 권력·자본 짓밟는 약자 목소리 지키기 위함"

MBC본부는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더 이상 경영진과 함께 갈 수도, 함께 갈 이유도 없다"며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자초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차례로 MBC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와 언론노조 MBC본부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앵커 교체 강행을 규탄한다.

앵커교체는 권력의 압력에 대한 굴복이다.
경영진이 앵커교체를 강행했다. 엄기영 사장은 오늘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앵커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엄 사장은 또 "회사가 교체 여부를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에서 회사 측에 일방적 수용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들어간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후임 앵커에 대해서는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선발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과연 앵커교체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인가. 정치적 압력은 없었는가. 전영배 보도국장 조차 지난 7일 보도본부 기별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청와대의 입력이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청와대가 이미 오래 전부터 신경민 앵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교체를 요구해왔다는 것은 이미 보도본부 구성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권력 비판은 언론 본연의 임무다. 우리는 경영진의 오늘 결정을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권력의 오만한 압력에 대한 치욕적인 굴복"으로 규정한다.
후임 앵커에 대한 민주적이고 투명한 선발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우리의 제작거부는 이미 여러 차례 밝혔듯이 신경민 앵커 개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권력의 부당한 압력을 막고 보도와 제작의 자율성을 지켜줄 수 있는 경영진을 원한다. 현 경영진은 보도본부 기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즉각 사퇴하라!
우리는 오늘 비상대책위 총회를 통해 국장 불신임안을 찬성 93, 반대 2, 기권 1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MBC 역사상 기자들의 국장 불신임은 처음이다. 전영배 보도국장은 이미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었다. 그는 "앵커 교체 문제는 노조와 기자회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했던 지난달 27일 보도국장 정책설명회에서의 발언을 단 열흘 만에 정면으로 뒤집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작거부의 와중에 전영배 국장은 상상하기 힘든 일을 저질렀다. 지난 11일 아침뉴스의 톱 기사가 방송을 불과 30분 남겨두고 갑자기 사라졌다. "박연차 회장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측근 기업인 천선일 회장에게 수십억을 전달한 의혹이 있다"는 기사였다. 전날 뉴스 데스크에서 톱기사로 보도된 특종이 새벽 5시 반 보도국장의 전화 한 통으로 아침뉴스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는 기자들은 더 이상 그를 보도국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동반 퇴진도 강력히 요구한다.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전영배 보도국장 인사와 보도본부에서 일어난 이 모든 전횡과 파국에 책임이 있는 송재종 보도본부장은 즉각 사퇴하라!

뉴스 공정성 회복을 강력히 요구한다!
우리가 사상초유의 제작거부 투쟁과 국장 불신임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공정보도와 권력 감시에 충실한 MBC 뉴스다. 우리는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강력히 요구한다. 경영진은 보도국장 임명동의제와 공정한 뉴스편집을 만들기 위한 논의에 즉각 응하라.

19개 MBC 계열사 기자들이 내일 오전 9시를 기해 서울로의 뉴스 송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제작거부는 분명 무겁고 가슴 아픈 결정이지만, 기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일하고 싶은 순수한 결단이다. 이 정당한 요구를 경영진이 계속 외면으로 일관하는 한 제작거부 투쟁의 강도는 한층 높아질 것임을 경고한다.

우리의 요구
- 권력의 압력에 굴복한 앵커 교체를 즉각 철회하라!
-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
- 경영진은 뉴스 공정성 회복을 위한 논의에 즉각 응하라!

2009년 4월 13일 MBC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

사장은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를 밝혀라

사측은 결국 파국을 선택했다. 조합은 신경민 앵커 교체건이 공영방송 MBC의 경영진이 리더십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대 사건이 될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오늘 교체 강행을 선택한 것은 공영방송 MBC를 부정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사측은 대체 무엇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가? 우리가 MBC를 지켜야하는 이유는 권력에, 자본에 구속되지 않는 언론의자유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권력과 자본이 짓밟는 약자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사측은 권력이 불편해하는 앵커 교체를 감행하며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기자들의 제작거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운명 공동체여야 할 구성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닫은 경영진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권력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엄기영 사장은 앵커 교체가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앵커 교체강행 과정에서 보여준 비민주성은 무엇인가. 기자들의 제작거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이후에도 설득의 과정이나 의견 수렴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장은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면 구체적 행동으로 증명하라.
먼저 무책임한 말 바꾸기와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이번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보도국장을 교체하라. 동시에 공정방송에의 의지가 훼손됐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결정을 강행한데 대해 구성원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라. 또 공영방송 MBC의 존재 이유를 흔든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n이해 공정방송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더 이상 경영진과 함께 갈 수도, 함께 갈 이유도 없다. MBC의 존재이유가 공영방송 수호에 있는 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경영진과 더 이상 한 배를 타고 가며 침몰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경영진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자초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9년 4월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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