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 교체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여 라디오 PD들이 무기한 연가투쟁에 들어갔다. MBC 경영진은 8일 오전 검찰의 본사 압수수색 집행에 따라 사원들이 결사적으로 맞서고 있던 같은 시각에 편성회의를 열어 김미화씨의 교체 강행을 시도해 더욱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김세영 MBC 부사장 주재회의서 '김미화 교체' 건 강행키로

   
  ▲ 8일 오전 검찰이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건물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도중에 김세영 부사장이 편성책임자회의를 열어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김미화씨를 교체하려 하자 라디오 PD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MBC는 이날 오전 10시 김세영 부사장 주재로 열린 편성책임자 회의에서 김씨 교체 건을 올려 교체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 MBC 라디오 PD는 회의를 마친 뒤 서경주 라디오본부장이 "나도 반대의견을 피력했고, 주니어 보직 책임자들의 반대의견도 전달했지만 바로 묵살되고 교체하기로 했다"고 PD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서 본부장은 교체하는 데 있어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엄기영 사장이 최종 확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김씨의 교체 건은 2∼3주 전부터 보도국 라디오국에서 흘러나오다 PD들의 반발로 최근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지난 7일 서 본부장이 무슨 이유에선지 배준 라디오1부장에 교체 지시를 하면서 사태를 더욱 키웠다고 PD들이 전했다.

김철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라디오부문 대의원은 "라디오본부장까지 반대했음에도 강행한 것은 MBC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철회되도록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라디오 PD들 오늘부터 무기한 연가투쟁 돌입 "청와대-경영진 야합설의 결과인가"

   
  ▲ 8일 오전 검찰이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건물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도중에 김세영 부사장이 편성책임자회의를 열어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김미화씨를 교체하려 하자 라디오 PD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90년대 이후 입사한 라디오 PD 25명은 이날부터 무기한 연가투쟁에 들어갔으며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방송센터와 경영센터 1층에서 "경영진의 독단결정 라디오는 죽어간다" "밀실개편 야합개편 즉각 철회하라"며 팻말시위를 벌였다.

강성아·김재희·송명석·이한재 등 라디오본부 PD 25명은 이날 자신의 연대성명을 내어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대해 △회사 예산정책팀 보고자료에 공헌이익률이 라디오 프로그램 중 3위이며 △프로그램과 진행자가 구축한 MBC 라디오 채널 이미지 의제 설정 기능이 일으킨 브랜드 이미지가 막대하고 △6년간 절대 청취율 6위인데다 △진행자가 정체성이나 도덕성 문제도 휘말린 적이 없다고 제시하면서 "도대체 무슨 이유로 5일도 채 남지 않은 개편에 후임자도 없이 이 프로그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진행자 교체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부 경영진이 보이고 있는 진행자 교체 검토는 한편에선 회사 수익을 앞세워 고통분담을 강요하면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시중에 떠도는 청와대-일부 경영진 야합설의 결과임을 우린 차마 믿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밝혔다.

"PD수첩 수사 MBC 본사 압수수색 와중에 회의해 통과" 개탄 목소리도

   
  ▲ 김철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라디오부문 대의원. 이치열 기자  
 
김철영 대의원은 "김미화씨의 교체를 강행할 경우 90년대 이전 입사한 간부급 PD들도 연가투쟁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MBC 경영진은 후임자로 물색했던 김주하 기자에게 의사타진을 했으나 "이상한 개편이며, 그동안 쌓은 프로그램의 성과를 까먹게 될 것"이라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MBC 경영진은 검찰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수사와 관련해 MBC 본사를 압수수색한 같은 시간에 회의를 열어 김미화씨 교체 건을 논의해 PD들 사이에선 개탄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때문에 경영센터 건물에서 오전 8시30분부터 팻말농성을 하던 라디오 PD들 중 일부는 방송센터로 합류하는 등 혼란을 빚기도 했다.

정권에는 MBC 본사 유린…안으로는 흔들기에 '휘청'

'외부의 적'인 정부·검찰과, '내부의 적'인 이 같은 개편 시도에 대해 김철영 대의원은 "회사가 어려울 때 몇몇 경영진이 오판하는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며 "회사를 살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여러 가지에 굴복하는 것은 결국 지는 것이다. 위기일수록 정론을 지켜야 내부의 지지와 외부의 지지를 받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지난해 PD수첩 시청자 사과이후 회사의 행보는 우려를 넘어 구성원을 지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가 내우외환의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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