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어둠의 포식자들이 여성 연예인들을 상대로 자신의 성욕을 채워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한 여배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탤런트 장자연씨의 죽음! 형식은 자살이지만 내용은 타살이다.

한 여배우를 죽음으로 내몬 그 무서운 포식자들을 어떻게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인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름들은 검은 발톱으로 대한민국을 찍어 누르고 있는 ‘무소불위 포식자'들이다. 그 포식자들의 면면이 하도 어마어마한지라 경찰마저 벌벌 떨고 있는 모양새다. 말 바꾸기와 시간끌기를 하면서 미적거리고 있다.

경찰의 늑장수사를 보다 못한 정치권이 쓴 소리를 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자연 리스트’라고 불리는 것은 한국 사회 상류층의 ‘모럴 해저드’의 극치”라면서 “경찰이 좀더 적극적으로 수사해 한국 사회 상류층의 모럴 해저드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홍 원대대표는 이어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한다. 상류층 윤리가 (일반 시민들과)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는 라디오에 출연, “장씨가 문건에서 밝힌 대로 노예적 성 착취가 자행됐다면, 그 사무실이야말로 여성의 아우슈비츠”라며 “여성을 착취하는 먹이사슬의 최상층 포식자에 대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실체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마저 꼬리를 내리게 하는 저 무서운 포식자는 대체 누군가. ‘장자연 리스트'엔 유력 일간지 대표와 재벌 총수 등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상정 의원의 말대로 대한민국 최상층 포식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유력 일간지 대표가 누군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땅의 여론을 쥐락펴락 하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이미 그 구체적인 이름이 저자거리 술좌석의 안주로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여배우의 인권과 사회적 윤리를 짓밟으면서 냄새나는 욕정의 찌꺼기를 내뿜고 있을 때, 자신이 만드는 신문의 지면에선 얼마나 많은 위선적 기사들이 독자들을 훈계하고 있었을까.

재벌총수의 이름이 ‘장자연 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재벌들이 주연으로 등장했던 여배우와의 스캔들이 어디 한둘인가.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 ‘천민자본주의'가 불식되지 않는 한 재벌가의 사람들과 여성 연예인들 간에 얽히는 추문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반재벌, 반기업 정서'를 탓하기 이전에 먼저 재벌들의 극심한 모럴 해저드부터 어찌 해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장자연씨가 죽기 직전 한 지인에게 남겼다는 글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일부만 옮겨보자.
“근데 이렇게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못하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회사도 아닌, 술집도 아닌 웃긴 곳에서 생각하고 싶지 않는 일이 일어났고…. 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벗으라면 벗어야 하고. 여기저기…. 새로운 옷이 바뀔 때면 난 또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는 요즘이야."
세상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음침한 밀실에서 신문사 대표와 재벌총수라는 사람들이 던지는 끈적거리는 눈길과 손길을 거부하지 못한 채 받아들여야 했던 한 여배우의 좌절감과 수치심, 분노를 상상해보라. 오죽했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했을까.

   
  박상주 논설위원.  
 
아무리 막강한 돈도, 권력도, 지위도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을 수 없다. 아직도 고 장자연씨와 같은 상황에서 신음하고 있을 다른 연예인들을 생각해보라. 장자연씨의 죽음을 헛되이 해선 안 된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더러운 포식자들을 엄정한 법의 심판대에 세워라! 그 범죄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그 이름도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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