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의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 지원이 지금처럼 시급한 때가 없다. 우리 민주주의 토대를 위협할지도 모를 최악의 위기다. 미디어 다양성과 여론 다양성 함몰이 걱정되는 때다. 신문 산업을 위기에서 구할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호준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신문 산업의 지원 방안을 찾는 토론회에서 밝힌 업계 현실이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 주최로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신문에 대한 공적재원 투입 더 늦출 수 없다' 토론회에선 정부·언론·전문가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신문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참석한 신문 관계자들은 현재의 경영 위기를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서배원 경향신문 전략기획실장은 "특정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닌 공통의 산업 붕괴 문제"라며 "신문 산업 자체가 뿌리째 흔들려 공멸 위기라면 공적 재원 투입에 대한 거부 명분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경향 "산업 붕괴 위기" 한겨레 "신문사 전체 경영난" 서울 "위기 풀 방법 없다"

   
  ▲ 신학림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이 23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신문에 대한 공적재원 투입 더 늦출 수 없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안재승 한겨레 전략기획실장도 "(참여 정부 때 조중동은 신문발전 기금에 참여하지 않았지만)지금은 상황이 다른 것 같다. 조선일보가 신문발전기금을 신청했다고 한다"며 "신문사들의 논조나 가치관, 이념에 상관없이 지금은 신문사들 전체의 경영난"이라고 밝혔다. 

강성남 서울신문 전략기획부장은 "(위기를 풀)방법이 없다. 비용 절감밖에 생각이 안 난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미현 강원도민일보 기획국장도 지역 언론의 상황에 대해 "조중동의 독과점 체제로 무가지, 상품권이 지역 시장에 투입되고 있고, 불공정 시장에서 지역지가 잠식당하고 고사 직전"이라며 "11월 이후 매출이 급감되고 있다. 올해 들어 굉장히 어렵다. 기업 협찬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10년 전부터 신문 매출액이 동결 상태이고,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8개가 부실과 위험에 처해 있다는 구체적인 분석도 나왔다. 주은수 미디어경영연구소장은 "IMF 이후 1999년과 2007년의 매출액이 1조 7000억 원으로 거의 같다"며 "연봉 5000만 원 받는 사람의 부채가 5000만 원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조현래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과장도 "딱 떨어지는 답이 현재 없다"며 신문 산업의 위기를 지적했다. 

"신문에 공적 자원 투입이 바람직한가", "일부 몇몇 신문사만을 위한 제도인가", "정부가 사기업인 신문사에 대한 간섭과 통제를 하려는가" 등 다양한 논란이 있지만, 참석자들은 현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해법은 '정부의 공적 지원'으로 모아졌다.

재원 투입 어떻게? 내년까지 2조원 기금 조성, 추경 예산 3천억 지원

   
  ▲ 신문 광고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출처- 제일기획 광고연감 (00~06) 재구성: 양문석 (2007). 신문산업관련 자료의 활용을 위한 실태조사연구. 신문발전위원회 2007-12.  
 

신학림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은 지원 방식으로 △현재 미사용 중인 신문 발전 기금 376억 원, 지역신문 발전 기금 423억 투입 △추경 예산 중 3000억 원 지원 △내년까지 약2조 원 정도의 별도 신문 기금 조성 △신문발전위원회를 독립기구인 신문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기금 배정 등의 제안을 했다. 신 위원은 "신문사 긴급 지원을 하자. 신문 업계 전체를 위한 것이다. 조중동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조중동(참여)에 대해서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며 "기존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심사를 통해 (공적기금 문제를)해결하면 되고 조중동은 정당하게 심사를 통과되면 된다"고 반박했다. 전국단위 일간지가 참여하는 새로운 공적 제도를 꾸리기보단 현 제도의 미비한 점을 보완하자는 주장이다.

언론계 통폐합에 대한 주장도 제기됐다. 김정섭 경향신문 기자는 "각론에서는 프레스 펀드를 고민하고 정부가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진흥 기금이 모색돼서 (언론사의)개체수를 줄이는 통폐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서구의 경우 인허가 규제보다는 미디어를 가지고 있는 오너들이 통폐합을 이뤄내서 거대 미디어그룹을 이뤄냈다"며 조중동이 대주주 체제로 바뀌는 방안도 나왔다. 그러나 박미현 강원도민일보 기획국장은 "재고해봐야 한다"며 통폐합 과정에서 지역지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에 우려감을 전했다. 

독자 기부시 세액 공제, 구독료 일부 지원 등 구체 방안 쏟아져

조현래 문화부 과장이 "자금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한다"며 "좀 더 구체적인 사업, 일자리 창출될 수 있는 신문산업계의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라고 말하자 업계의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특히 한겨레와 경향의 경우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안재승 실장은 △신문 원가와 구독료의 차이를 정부에서 보조 △프레스 펀드를 통해 신문사들의 구조 개편 컨설팅 △판매는 면세인 반면, 광고는 과세인 상황 수정 △소외 계층에게 신문 구독료 전액 면제 등을 제시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찾고 신문업계에 귀를 기울인다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서배원 실장은 "어느 신문의 논조 마음에 드는데 그 신문사의 경영이 어려울 경우 독자가 기부를 하고 세액 공제를 받게 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신문의 제작 및 유통 비용 지원 △신문사 간의 공동 배달제 및 공동 인쇄 지원 등도 덧붙였다.

현재 프레스 펀드 등 신문지원 방안을 모색 중인 최문순 의원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사회를 구성하는 인프라들이 많다. 은행이 부실할 때 국회에서 의결한 (공적인)돈이 140조"라며 "제가 보기에는 신문·인터넷 언론이 가장 중요한 인프라다. 2조 정도 투자하는데 너무 인색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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