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최근 보도국장을 비롯해 각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부장단과 기자들의 부서를 대폭 교체한 이후 일련의 경제정책에 대한 보도에서 정부비판을 줄이거나 빼고, 정부정책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등 이상기류가 점차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C 보도국 간부는 이에 대해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과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을 노력"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기자들은 "정부정책에 대해 우려가 있음에도 이를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것은 침묵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비판하고 있다.

   
  ▲ 지난 15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MBC 보도국 인사 이후 경제정책보도 정부에 우호적으로 돌변?

MBC는 지난 15일 정부가 다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중과세를 폐지하자 이날 <뉴스데스크> 톱뉴스('국세청, 다주택 소유 중과세 폐지')와 두번째 리포트로 다루면서 "투기를 막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던 세율이 바로 잡혔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당장 효과가 날지는 미지수"라며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이다, 부동산 투기를 다시 과열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두번째 리포트 '"환영" "우려"'에선 "그동안 양도세가 무서워서 부동산을 팔지 못했던 사람들은 이번 조치를 크게 반기고 있다"고 긍정적 반응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반면, 우려되는 점에 대해선 "매물이 한꺼번에 늘어나 값이 급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실었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제도의 핵심은 투기를 억제하려는 것인데 제도를 폐지하면 당연히 투기가 우려된다는 점을 반영해야 함에도 국민들의 반응을 소개하면서는 한 마디의 투기우려 목소리도 전하지 않았다.

MBC는 "6년 전 경기도 파주에 나대지를 사 놨던 한모 씨는 이번 조치에 얼굴이 펴졌다" "이십 년 전부터 소형 아파트에 집중투자해 모두 아홉 채의 집을 갖고 있는 박모 씨는 그동안 세금 때문에 매매할 엄두를 못 냈지만 이제 싼 집부터 내놓을 생각" "시장에서는 일단 부동산의 거래 자체는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등 장밋빛 반응을 전하는데에만 급급했다.

다주택소유 중과 폐지 반응이 '환영' 일색?

인터뷰 대상에 다주택자만이 등장할 뿐 무주택자의 목소리는 없다. 우리 국민 중 무주택자가 다주택자 보다 훨씬 많으며, 이들의 입장에서 이번 정책이 수혜일지, 더욱 집사기가 어려워질지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나오는 의문이다. MBC는 이 의문을 해소시켜주지 못한 채 이렇게 마무리했다.

   
  ▲ 지난 15일 방영된 SBS <8뉴스>  
 
"장기적으로는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주택시장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반해 SBS <8뉴스>는 '양도세 중과세 폐지, 기대반 우려반'에서 "나중에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부동산 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며 "주택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부유층의 주택보유심리를 자극해 서민들의 주택마련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해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건설회사(태영) 사주가 세운 공익적 민영방송인 SBS가 접근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만도 못하다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MBC는 지난 16일엔 3월 무역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 폭이라는 전망이 나와 원-달러 환율이 43원이나 떨어진 것을 두고 '반색'을 하기도 했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 17번째 리포트 '환율 43원↓'에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환율 하락 폭을 키웠다"며 "지식경제부는 이번 달 무역수지 흑자가 40억 달러에 달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MBC는 "정부도 외환시장 안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이런 여건들에 힘입어 환율은 당분간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비정규직 2→4년 연장 땐 찬반 절반씩 보도… "사내 비정규직 사원에 찬반 의사 물어봤다"

MBC는 앞서 지난 12일 정부가 기간제와 파견노동자(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과 관련해 이튿날 <뉴스데스크>에서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양론을 동일한 비율로 보도했다. 노동자의 절반인 비정규직 노동자들 뿐 아니라 사내에서도 이런 접근법이 과연 '진실'을 반영한 것이었느냐는 의문이 적지 않다.

김경중 경제부장은 이와 관련해 자신이 기자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찬성' 쪽 의견도 있을지 모르니 더 들어보자고 했고, 이를 위해 사내 비정규직 직원의 의사를 묻기도 했다고 밝혔다.

"맨 처음 보도할 때 담당기자가 상상력이 부족해 다양한 목소리를 다 들어보지 않은 채 비정규직이 모두 이럴 것(반대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극단적인' 반대 주장만 인터뷰해왔다. 그래서 내가 '비정규직에 처한 사람의 생각이 다 다를 것같은데 아마도 2년이 더 연장되니 좋을 것이라고 반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사내 비정규직 사원을 불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균형있는 보도를 하게 됐다."

김경중 경제부장 "공정·균형 유지 노력하려는 것…좌파 시각선 친정부로 보일 수도"

'찬성 쪽 주장을 들어보기 위해 취재의 기획단계에서 사내 비정규직 사원까지 취재대상으로 삼는 것은 안 맞는 것 아니냐'고 묻자 "기자가 제한된 시간 내에 취재하느라 폭넓게 담지 못했다"며 "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만 반영하는 것이 전체를 대변할 수 있겠느냐. 그래서 폭넓게 들어보라는 취지에서 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 부장은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된 최근의 보도가 정부에 비판을 줄어들고, 친정부적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과 균형을 유지하려는 걸 기본 방침으로 갖고,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보는 시각에 따라 맘에 안들거나 '친정부적 시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레프트(좌파) 쪽에서 볼 때 중도를 지키려는 우리 보도가 치우쳤다고 볼 수 있겠지만 공정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지난 13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김 부장은 '과거 접근했던 방식과 보도국 책임자들이 바뀐 뒤의 보도 방향이 달라졌다'는 질문에 "종전과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 이전의 접근 방식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며 "오로지 공정과 균형이라는 기본 목표를 추구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들은 이 같은 최근 열흘간의 MBC 보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적잖은 마찰도 예상된다. 한 MBC의 평기자는 "정부가 불편해하는 내용의 보도가 실리지 않는 조짐과 노력이 보여 우려스럽다"며 "보도국 인사 이후 일련의 보도가 과연 일부 부장의 성향 때문인지, 향후 MBC 보도 전체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인지 심각한 우려가 든다"고 평가했다.

기자들 "정부 부담 덜어주려는 보도는 침묵 보다 더 나빠…심각한 우려"

그는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하는 법 개정안'이나 '부동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같은 현안은 정부정책에 우려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해야할 여지가 많은데도 되레 정부에 긍정적으로 접근하거나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는데 이는 침묵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중견기자도 "보도국 조직이 부장단 뿐 아니라 기자들도 대거 교체되면서 보도의 방향이 너무 바뀌고 있다"며 "기자들이 제작과정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해야 간부진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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