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의 시한부 파업에 대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20일 '기다렸다는듯' 원색적인 비난에 나섰다. 이를 두고 한 일간지 기자가 언론사 문제에 대해 과도한 언급은 자제하라며 문제제기를 하는 등 신 차관 간담회에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신재민 "경제 어려운데 임금파업? YTN 딴나라 기자냐" 원색 비난

이밖에도 신 차관은 이날 언론산업 지원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고,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해 기자들과 진의를 두고 질문과 답변을 반복했다.

신 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문화부 청사 7층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오자 마자 이날 새벽 파업에 들어간 YTN의 오점곤 기자(차장)가 있는 것을 보고 대뜸 "왜 파업하러 안 갔냐. (이번 YTN 파업은) 합법적인 파업이던데. 시비걸 순 없고. 임금인상 때문에 파업하는 것이냐"고 말을 꺼냈다.

그 이유는 아니다라고 오 기자가 답하자 신 차관은 "7.2%를 올려달라고 했다던데 협상이 안 됐던 모양이다. 지금처럼 경제 어려울 때 임금 깎자 하자는 판에 7.2% 올려달라고 하고 파업하는 것을 보니. 과연 YTN 기자들이 정말 딴 나라 기자들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비난했다.

"해고자 문제 때문? 그러면 불법파업, 왜 임금인상을 빙자하나…비굴해보인다"

   
  ▲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이치열 기자  
 
오 기자가 "(이젠) 합법 파업도 거론하는 것이냐"고 되물으면서 "내가 파업 지도부가 아니어서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는 해고자 문제 때문에 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반박했다.

신 차관은 기다렸다는듯이 '불법파업'임을 거론하면서 떳떳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해고자 문제를 거론하면 불법 파업이다. 차마 해고자 문제를 거론하지 못하니 '임금인상을 빙자해' 벌이는 파업 아니냐. 왜 씩씩하게 기자들이 스스로 원하는 걸 얘기 못하느냐. 부끄럽지도 않으냐. 해고자를 복직시키라고 하면 나름 주장할 논거가 있다.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피해 합법 가장해 하려는 것은 우리 나라 기자 직업 지성적 산업 종사자로서 비굴해보인다."

이를 듣던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가 "다른 언론사 일에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것은 지나친 것같다. 해당 언론사 기자를 앞에 놓고 차관으로서 그렇게까지 언급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고 정면 비판했다.

서울신문 기자 "기자 앞에 두고 그렇게 언급하는 건 지나쳐…말 가려서 하라" 비판
신 차관 "말도 못하냐…기자가 취재원에게 할 말인가" 맞불…간담회장 '긴장감'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는 지난 2일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에서 ‘언론악법 총력저지 YTN 출정식’을 열었다. 이치열기자@  
 
신 차관이 "경제가 어려운데 7.2%라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하는 게 웬말이냐는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답하자 강 기자는 "문화 쪽 일을 하는데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들먹이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신 차관은 "생각 다른 걸 언급하는 것은 좋은 사회다. 왜 말도 못하게 하느냐. 기자들이 내가 여기 와서 이런 얘기하는 것을 원치않으면 다음주부터 안 할 수도 있다"고 답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YTN 기자가 해고자 복직이 파업의 이유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언급한 것이다. 제가 하는 말에 대해 가려야 된다는 주장에 대해 나는 이해를 못하겠다. 어떤 얘기든지 남의 얘기를 해치지 않거나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얘기할 자유는 있다. 얘기하지 말라는 것은 정치적 주장이다. 민주당에서 하는 말처럼 들린다."

강 기자는 "말씀을 가려서 하라는 뜻"이라고 맞섰다. 신 차관은 "그게 그거다. 그건 기자로서 할 말은 아닌 것같다. 20년의 기자경험 상 기자는 취재원의 말을 기다렸다가 어떻게 조질까 궁리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불법파업도 비난, 합법파업도 비난?

'언론노조 등이 불법파업을 했을 땐 정치적 파업이라고 비난하고 합법파업을 했을 때도 경제가 어려운데 파업하느냐고 비난하는 것은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라는 말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 차관은 "(YTN 기자가) 실제로 파업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하니 하는 말"이라며 "YTN 기자들의 파업을 존중한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다"고 답했다.

오점곤 YTN 기자가 "YTN 파업에 대해 우리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말씀하신 것 아니냐"고 묻자 신 차관은 "YTN 노조는 지난해 이후 파업을 여러 번 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기자들이 "실제로 파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 "결의만 하고 파업은 하지 않았다"고 하자 신 차 관은 "결의하고선 왜 파업을 안 하느냐. 지식과 지성을 가진 사람은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결의했으면 해라. 7.2% 이유가 아니라면 진정한 이유를 제시하고 하라.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거듭 비난했다.

이와 함께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뉴시스 기자가 "연합뉴스 기자들 평균 연봉이 7000만 원 이상인데 영업을 잘하고 순이익을 잘 내서인 것인가. 공공기관 등엔 임금수준을 낮추라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여러차례 질문을 하자 신 차관은 "임금을 낮추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다. (연합뉴스의) 임금 높다는 것은 듣기만 하겠다. 향후 적극적으로 논의해보라"고 답했다.

뉴시스 기자 뉴스통신진흥법 질문하자 "더이상 답변 안 한다"

신 차관은 뉴시스 기자의 질문이 계속되자 "뉴시스는 이해당사자 아니냐. 취재현장에서 자기 회사 얘기하는 것은 그렇지 않느냐. 자기 회사 이익에 관한 것을 법개정 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으니. 너무 개진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더이상 대답하지 않겠다"고 밝혀 다른 미디어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현 때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언론노조의 파업 때 간담회에서 신 차관은 MBC 기자의 연봉 문제를 거론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신문산업과 관련해 신 차관은 "신문만이 아닌 방송을 포함한 언론산업을 위해 여러 가지를 논의 중인데 아직 현실적으로 괜찮은 방안을 찾지는 못했다"며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언론의 자유가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언론산업이 너무 어려우니 모색을 해보는데, 여러 가지로 절치부심하고 있다"고 답해 언론산업 지원 대책을 마련 중임을 시사했다.

김호일 부산일보 기자가 "과거 부정적이던 신문산업 지원에 대한 생각에서 지금은 바뀌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자 신 차관은 "당연히 방송 등이 산업적 측면에서 다운되고 있는데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그냥 있을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

"신 차관 닫힌 행정한 것 아닌가" "내가 짤리게끔 지적하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한국 선수 혜택 제공 문제를 언급하다 이번 경기 땐 KBO에서도 아무런 요청이 없다고 말하자 김 기자가 "신 차관이 너무 무섭게 하는 것 아니냐"며 "열어놓고 행정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신 차관은 "내가 짤리게끔 말(지적)을 하신다"며 "차관을 1년 이상 했으니 하루하루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답했다.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신 차관은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의 문제는 사적 영역에 속하고 민간 영역에 속하지만 (이번처럼) 모순과 문제가 많다면 공공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다만 장자연 사건에 대해서는 문화부가 나설 게 아니라 수사기관이 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과거 이런 문제제기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막상 하려고 하면 '공공이 들어올 영역이 아니다' '민간의 영역이 아니냐'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들어 정부가 빠지게 된 전례가 있다"며 "세게 밀고 가면 언론기관과 관련이 있다. 방송사와 연관이 된다"고 덧붙였다.

신 차관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라는 지난 정부의 확정된 사업에 대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신 차관은 "정부 전체가 고민을 많이 한다. 효율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있는게 적지 않다. 공공의 이익과 효율의 문제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죽어도 못나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재검토? "노무현 정부 정책 존중하나 효율성 따져보는 중"

'노무현 정부가 세운 틀을 깨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 않느냐'는 김개형 KBS 기자의 질문에 "지방균형은 수용하나 효율성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모든 공공기관은 약속한대로 가라고 하는 게 맞느냐. 공공기관이 가는 게 맞다, 틀리다 누가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느냐. 종합해서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과 관련해 큰 프로젝트 또는 의제로 추진했던 것 아니냐는 김호일 기자의 질문에 신 차관은 "맞는지 안 맞는지 생각하고 검토하는 게 잘못이냐"며 "이전 정부의 정책을 존중하나 실천은 우리가 해야 하니 어느 정도 타당성있는지, 수정해야 하는 것인지, 그대로 가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개형 KBS 기자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를 합목적성을 따져서 하겠다고 하지만, 듣기엔 정해진 계획을 수정하겠다고 들리기 때문에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재차 묻자 신 차관은 "'재검토'라는 용어는 백지화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그런 뜻은 아니다"라며 "지방이전이라는 아이디어는 억셉트하고 공공성이라는 목적성도 있지만 효율성도 있다. 노무현 정부 지방이전 정신은 받아들이나 효율성은 따져본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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