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해 임금 지급이 금지되고 이를 위반하는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게 된다.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는 노동운동의 최대 현안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19일 발표한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340개 노조 유급 전임자 1199명의 연간임금 총액이 518억 원으로, 조합비 총액 467억 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전임자를 줄이거나 아예 둘 수 없게 되거나 노조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노동연구원은 "일부 대형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전임자를 둘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기업별 노조의 활동 위축과 재정 위기는 산별연맹과 중앙조직에도 영향을 미쳐 노동운동에 전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20일 사설에서 "지난해 촛불시위 때 등장한 트럭, 간식, 유인물 같은 시위용품은 민주노총 전교조 재정에서 나온 것이 많았다"면서 "노조 전임자들의 임금과 자체 사업비로 써야 할 노조회비를 정치적인 목적의 불법시위를 지원하는 데 쓰도록 기업들이 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노조 전임자 임금은 회사가 부담하고, 노조원이 내는 노조회비는 엉뚱한 곳으로 새는 현실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촛불시위를 정치적 목적의 불법시위로 단정짓고 노조가 이를 지원하는 것을 노조회비가 엉뚱한 곳으로 샌다고 비판하고 있다. 애초에 노조의 정치적 활동이나 사회 참여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 조선일보 3월18일 8면.  
 
조선일보는 19일 8면 "노조 전임자가 되면 월급 더 받는 현대차 노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대차 일반 근로자들은 교대제로 일하기 때문에 기본급에 잔업 수당을 더해서 받지만 노조 전임자들은 기본급에 고정 잔업수당 그리고 월75시간씩의 휴일 특근수당을 더 받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지난 12일 발간된 고 권용목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의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가 출간되면서부터다. 이 책에는 "현대차 노조는 노사협약에 따른 전임자만 214명에 달하며 이들은 연간 160억 원의 임금을 받는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권 전 총장은 이 책에서 "현장에서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 520명의 전임자까지 합치면 734명의 전임자가 연간 450억 원의 임금을 받는 셈"이라면서 "일본의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가 600명, 미국 1000명, 독일 1500명 선인 것에 비춰 전임자 수가 2∼8배까지 많다"고 노조 전임자들을 "놀고 먹는 특권계층"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4일 "썩어서 무너지는 노조 권력"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대의원에 당선되면 그날부터 일은 안하고 감독자처럼 현장을 어슬렁거리며 특권계층 행세를 한다"는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행 은폐, 인천지하철노조의 탈퇴 시도, 민주노총 충격보고서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고 전했다.

   
  ▲ 동아일보 3월9일 사설.  
 
동아일보도 9일 사설에서 "시대착오적 이념과 전투적 노동운동에 집착하면서 내부적으로 썩을대로 썩은 민주노총을 이대로 두고는 일자리 창출도 국가 경쟁력 강화도 국가 선진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국민들도 특정 이념이나 정파의 홍위병 노릇을 하는 일부 세력의 실체를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4일 "무노동 전임자만 1만여명… 철밥통 단협에 고용창출 막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찾겠다는 건지 회사를 말아먹겠다는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며 "경영진을 우습게 알며 떼쓰듯이 덤비는게 노동운동이라면 회사 문을 닫아버리겠다"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박영범 한성대 교수의 말을 인용,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노조의 불합리한 의식과 제도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잘못된 노동운동이 노조권력을 키우고 이것이 다시 고비용 저효율을 초래해 일자리를 뺏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당수 언론이 임금 지급 금지만 강조하고 노조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할 뿐 노조 활동 위축 등 그 부작용이나 대안을 검토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민주노총의 내부 비리 등 문제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해외 사례를 봐도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전면적인 임금 지급 금지가 가져올 충격을 고려해 도입 시기를 미루거나 임금 지급 대신에 근로시간을 면제하고 휴직 처리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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