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많이 쓰셨습니다. 이 정도면 선방하신 거지요” ‘뉴스후’와 ‘MBC 뉴스’ 등에 대한 심의 결과를 접한 뒤 심의기구에 관여하는 누군가와 나눈 전화 내용이다. 그나마 법정제재가 1건에서 마무리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얘기다. 심의 결과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를 재허가에 반영해 논란을 삼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수위를 하나라도 낮춘 것이 다행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대화가 우리 사회에서 전혀 낯설지가 않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일 만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불신감은 커질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6대3위원회’라는 웃지 못 할 신조어가 나왔겠는가?

‘6대3위원회’로 불리는 방송통신심의위

권력을 가진 이들은 수많은 법을 만들고 정책을 입안한다. 공동체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이 일정한 방향으로 특정한 사람들의 이익에만 부합한다면 위험하다. 이에 어느 사회나 비판과 감시기능을 가진 단위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 기능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는가는 민주주의를 가름하는 중요한 척도다.

바로 그러한 ‘비판자’ ‘감시자’의 중심에 언론의 역할이 있다. 물론 언론 또한 그 자체로 완전하지 않기에 또 다른 견제와 비판을 동반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언론의 기능이 거대 권력에 대한 비판적인 역할을 수행할 때도 동일하게 견제되고 비판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상호 견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소 규제 원칙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뉴스후’에 대한 법정 제재는 매우 유감이다.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보수 언론이 일사불란하게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과 신문법 개정의 문제점을 다룬 것이고, 그야말로 언론의 비판기능을 적절히 발휘한 경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 안에 사실이 아닌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과감하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문제점을 다루었다는 측면을 제외하면 흠잡을 것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때문에 이는 국민들에게 사안의 중대성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엄청난 미덕이 있다.

그런데 이처럼 엄청난 견해차가 존재하는 법안을 비판적으로 다루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것이다. 권위주의적 권력의 재가동과 비판적 목소리의 축소 속에서 이러한 방송프로그램을 법적으로 제재한다면 비판적 기능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겠는가?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정치적 심의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 할 것인가?

과징금 대상 확대안은 경제적 압력 수단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 또 하나의 독소조항이 눈에 띤다. 그것은 나경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일부 개정안의 과징금 대상 범위 확대안이다. 내용은 방송심의규정이나 협찬 규칙 위반 시 시청자 사과, 관계자 징계, 프로그램 중지 외에 과징금 부과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2006년 당시 과징금 부과 법안은 현실적으로 등록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자정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런데 이를 제100조 1항의 전반적인 심의 규정 위반 내용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치 심의가 이처럼 많은 사회적 논란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결국 이것은 경제적 제재를 통해 더욱 공고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세상을 거꾸로 돌리는 여당의 방송법 개정안에 숨어있는 또 다른 독소조항, 과징금 확대안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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