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9일 재보선을 앞두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동네북’ 신세가 됐다. 박 대표가 재보선 출마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는 가운데 야당들은 “우리랑 붙자”면서 재보선 출마를 환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18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아 원외에서 여당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 여당 대표라는 막강한 자리를 차지했지만 국회의원이 아니라는 점은 정치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박 대표는 원내 입성에 성공하면 차기 국회의장 0순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가 재보선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관심은 박 대표가 언제, 어떤 지역구에 출마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박 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지역구는 인천 부평을, 울산 북구, 경남 양산 등이다.

울산 북구와 경남 양산은 4월 재보선 지역구로 확정되지 않았다. 양산의 경우 10월 재보선으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흥미로운 대목은 집권 여당 대표의 출마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의 야당 쪽에서 적극적인 환영 입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사진출처-한나라당  
 
여당 대표가 선거에 출마하면 하나의 지역구 선거가 아니라 여당 당력을 집중시키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는 데도 야당은 환영 일색이다. 야당 입장에서 선거에서 승리하면 정치적 의미가 배가될 수 있고, 선거 판세도 나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은 박 대표의 부평을 출마 가능성에 대해 “남의 당 공천에 간섭하기는 그렇지만 박 대표가 부평에 출마하는 것이 당당한 것”이라며 “박 대표가 출마하면 거기에 상응하는 카드를 놓고 한판 승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울산 북구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진보신당 쪽에서 환영하고 나섰다. 진보신당 울산광역시당 준비위원회는 지난 10일 논평에서 “한나라당의 어떤 후보가 나와도 상관없지만, 기왕이면 박희태 대표 본인이 출마하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말없는 서민들의 준엄한 요청이며, 제대로 심판하기를 바라는 이 지역 노동자, 서민들의 정서와도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은 울산 북구에 조승수 전 의원을 내세워 원외정당의 설움을 벗겠다는 계획이다. 진보신당 울산광역시당 준비위는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박 대표가 출마하는 지역구로 의원직을 던지고 달려가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진보신당 울산광역시당 준비위는 “민주당 최문순 의원에게도 정중히 요청한다. 박희태 대표가 출마한다고 해서, 의원직까지 버리고 나올 필요가 없다”면서 “진보신당 의원이 없는 동안, 국회에서 미디어법 날치기 상정을 막아달라. 진보신당이 응원군을 반드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의 장고가 계속되자 경남 양산 등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자 때를 기다리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박 대표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부평의 ‘부’자도 얘기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부평을 출마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도되자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4월 재보선 출마는 당 상임고문단도 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11일 상임고문단 오찬 간담회 브리핑에서 “(상임고문단은) 국민이 보기에 박희태 대표께서 당을 이끄는 모습이 무척 안정감 있어 보였으니 이번 재보선에서도 꼭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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