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지난해 12월∼지난 1월 총파업이 불법이며 업무방해를 줬다는 보수단체 대표의 고발에 의해 경찰로부터 최근 잇달아 소환장(출석요구서)을 받은 전 MBC노조 간부와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경찰에 출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선 MBC 조합 간부 2명은 5일 경찰 조사를 받았고, 최 위원장과 박성제 전 MBC노조위원장(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다음 주에 경찰에 출두할 계획이다.

MBC 전 노조 간부 2명 경찰 출두…"업무방해 묻겠다더니, 업무방해 내용 제시 못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정영하 전 MBC노조 사무처장과 최성혁 교섭쟁의국장을 불러 파업과정에서 업무방해 혐의가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를 받고 나온 MBC 조합간부들은 경찰이 파업을 통해 나타난 구체적인 업무방해 내용을 제시하지 못한 채 파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에만 캐물어 의아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 지난 1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개최한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왼쪽에서 여섯번째)·박성제 MBC본부장(일곱번째) 등은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의 언론장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1시부터 2시간 여 동안 조사를 받고 나온 정영하 전 사무처장은 "업무방해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고 해서 왔는데 1차 파업 뿐 아니라 2차 파업 때 했던 여러 내용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다 조사했다"며 "파업의 형식, 결의내용, 결정주체 등에 대한 것과 함께 'MBC본부가 결정해놓고 언론노조가 모양새 가져가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 주로 MBC에서 파업에 동참했고 다른 곳은 별로 안 나온 것 아니냐'는 식의 질문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 처장은 "나는 '우리는 언론노조 차원의 결의에 따른 것이며, 일정도 언론노조를 통해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며 "그랬더니 경찰은 '결국 이런 파업으로 업무방해가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 조합원들이 업무를 하지 않아 프로그램이 결방되고 진행자가 교체됐으며, 시청률 변화가 생기기도 한 것은 시청자 권익이 침해당한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결방·진행자 교체·시청률 변화가 시청자권익 침해아니냐? 포괄적 질문만"

정 처장은 "'질문의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고, 업무방해라는 피해내용이 구체적으로 뭔지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얘길 못하겠다'고 답변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불러놓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파업에 대해서만 물어본 것은 '업무방해를 조사하려는 것인지' '파업을 조사하려는 것인지' 의아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과 박성제 전 MBC노조위원장은 애초 정당한 파업을 흠집내기 위해 정권이 검경을 내세워 기획수사를 벌이려 했기 때문에 수사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었지만 오히려 파업이 정당하다는 점을 당당하게 밝히는 게 낫다고 판단에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최상제 언론노조 위원장·박성제 MBC본부장도 다음 주 출석키로

박성제 위원장은 "보수단체가 고발한 것을 근거로 벌이는 수사에 나가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가 잘못을 하지 않았고, 죄지은 게 없기 때문에 '파업이 정당했다'는 점을 설명하는 등 당당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경찰에 알렸다"며 "다만 시기는 최 위원장이나 나나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및 파업 정리 등 조합 일정을 마무리짓는 데 시간이 필요해 다음 주 중에 출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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