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관련법안을 통과시키면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경제와 민생이 처참하게 절딴 나고 있는 판국에 이명박 정권은 왜 미디어 관련법안에 죽자 사자 매달리는 걸까. 미국 다우지수는 7000선이 무너지면서 대폭락을 하고, 우리의 코스피지수도 한 때 1000선이 허망하게 붕괴되기도 했다. 폭등하는 원-달러 환율은 1600원 선에 접근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붕괴의 쓰나미가 대한민국 경제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공포감이 엄습하는 경제위기다. 이런 판국에 도대체 왜 살리라는 경제는 안 살리고, 멀쩡한 공영방송 죽이기에 나선 걸까.

궁금증을 풀려면 우선 미디어 관련법의 최대 수혜자가 누군가를 밝혀야 한다. 바로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재벌들이다. 재벌의 지상파 방송 지분을 0%로 낮춘다는 한나라당의 수정안대로만 미디어 관련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조·중·동 지상파 방송과 재벌 소유의 종합 편성 방송이 탄생하게 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이명박 정권이 미디어 관련법에 목을 매는 이유는 바로 조·중·동과 재벌들의 손에 방송을 쥐어주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붕괴 쓰나미에 미디어법에 목매기?

미디어 관련법안이 경제 살리기 법안이라고? 아주 협의의 의미에선 맞는 말이다. 조·중·동의 손에 들어간 지상파 방송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는 그들의 종이신문 산업을 대신하는 조·중·동의 새로운 생명줄로 작용할 것이다. 보수신문들은 만성화된 왜곡보도로 인한 독자들의 외면과 신문 산업의 가파른 사양화, 경제난에 따른 기업 광고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상파 방송 산업으로의 진출이 절체절명의 과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조·중·동에 신세를 많이 진 이명박 대통령이 그 어려운 처지를 외면하지 못하고 마련한 ‘떡’과 ‘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미디어 관련법안은 ‘경제 살리기 법안’이라기보다 ‘조·중·동 살리기 법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명박 정권이 미디어 관련법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상위 1%에게 퍼주기’로 특징지어지는 자신의 ‘역주행 정책’에 대한 선전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사는 오로지 대한민국 1%의 안위다. 지난 1년 간 내놓은 정책들이 대부분 ‘강부자’와 재벌들을 위한 것들이었고, 앞으로 내놓겠다는 정책들 역시 1%를 위한 것들이다.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거센 국민 저항은 필연이다. 미디어 관련법은 이런 국민저항에 맞서려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신문시장이야 이미 든든한 우군인 조·중·동이 장악하고 있으니 남은 건 방송을 그들 손에 넘기는 일뿐이다.

경제살리기 아닌 조중동 살리기

지상파 방송까지 장악하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완전히 가릴 수 있을까. 조·중·동이 장악한 신문과 방송, 재벌이 운영하는 종합편성 채널, 정권 교체 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뉴라이트 시민단체 등이 한목소리로 떠들어대면 감히 누가 대한민국 1%들에게 대들겠는가.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좌경으로 몰아 가두고, 용산 철거민 참사와 유사한 일이 생기면 알카에다식 자살폭탄테러로 둔갑시키고, 공권력이 아무리 거칠게 촛불시민들을 짓밟아도 보도되지 않는 그런 대한민국…. 저들에게 얼마나 편안하고 안전한 세상이겠는가. 미디어법은 ‘1%를 위한 방탄복’이다.

아서라, 힘에 부치는 일이다. 1%의 힘으로 99%를 제압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30% 뿐이다. 국민 70%의 불만을 어찌 감당하려 하는가. 유신이라는 정교한 장치를 갖추었던 박정희 정권의 독재도, 군대와 경찰의 총검을 동원한 전두환 정권의 폭압도 무기력해 보기이만 하는 국민들의 힘을 넘어서지 못했다. 자신의 빈약한 체력을 잊은 채 뒷감당 못할 일을 벌이면 결국 스스로의 몸만 다칠 뿐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구제불능성 바보였다. 민주당 지도부가 미디어 관련법안 처리와 관련해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 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키로 합의 하고 물러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믿고 편안히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기존의 생각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뒤늦게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여야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나마 제대로 된 의원들의 행보다.
다수결로 하자고? 그거 좋다! 국민 70%가 반대하는 법안이다. 100일이 아니라 1000일, 10000일이 지나더라도 국민이 반대하는 법안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그게 바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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