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조선·중앙·동아일보를 상대로 광고불매운동을 벌여왔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에 유죄 판결을 내려 앞으로 소비자의 의사를 기업에 전달해 개선을 요구하는 소비자운동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단독 이림 부장판사는 19일 열린 1심 판결에서 카페 개설자에게 최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검찰의 손을 들어주었다.

   
  ▲ 사법부가 19일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여온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회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하자 김성균 언소주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하고 있다. 김상만 기자.  
 

운영자 양아무개씨에게는 징역 6월·집행유예 2년, 안아무개씨 등 3명에 대해서는 징역 4월·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이들을 제외한 19명에 대해서도 100만~3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재판부, 검찰 기소혐의 대부분 인정…"사회적 통념 벗어나"

재판부는 일부 검찰의 기소내용에 대해 "당시 광고불매운동은 다음 아고라 등 여러 곳에서 일어난 것으로 모든 책임을 피고들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일부 무죄를 밝혔으나 검찰이 제기한 핵심사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것은 "언소주 운동이 사회통념에서 인정하는 소비자운동의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업들이 적게는 수십통에서 수백통의 항의전화를 받은 뒤 영업에 심한 압박을 느끼는가 하면 집중공략으로 서버가 다운되는 등 언소주 운동은 집단 괴롭히기 양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광고압박 행위는 사회통념에 벗어나 위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미 체결된 광고계약 취소를 강요하거나 집단행동으로 겁박한 사실이 인정되고, 기업이 업무방해로 인한 손실을 우려해 광고계약을 중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이는 법이 정한 정당성의 범위를 벗어난 위력행사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피고들이 기업에 피해를 입힐 의도를 갖고 집단행동으로 위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은 재판부도 일부 인정했듯이 카페가 구심점이 되기는 했지만 대다수의 누리꾼들이 개개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기업에 항의전화를 했다는 점과, 기업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항의전화를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폭넓게 사용되는 소비자운동의 방식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어서 향후 재판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균 언소주 대표는 "사법부는 오늘 죽었다"는 말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판결 직후 언소주 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형의 무거움과 가벼움이 문제가 아니라 유죄 판결이 나왔다는 것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위법으로 처벌한 전례가 없는데 우리 사법부만 위법이라고 한다"며 "사법부가 권력에 스스로 굴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소주 운동, 언론기업에 위협적이지만 바른 언론되라는 채찍질 될 수도"

그는 사법부의 판결로 언소주 운동을 더 유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언소주 운동을 이어가기 위한 여러 다른 방안들을 찾고 있다"며 "지금도 언소주 운동은 왜곡보도를 하는 신문기업을 상대로 한 정당한 소비자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김성균 언소주 대표는 사법부의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삭발식을 갖고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김상만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지발언을 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규제를 없애 재벌과 조중동이 거대 미디어그룹이 되더라도 이들이 잘못하면 시민들이 막고 고치려고 하기 때문에 여론독과점이 될 수가 없다는 게 현 정부의 논리인데, 이렇게 시민들이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행위 자체를 막으면서 어떻게 견제가 가능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언론 현업인으로서 언소주의 광고불매운동은 언론사에 위협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올바른 언론이 되라는 독자와 시청자들의 채찍질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판결에 불복하는 의미로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삭발의식을 갖고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한 달에 걸쳐 김 대표와 검찰에 기소된 24명, 언소주 회원들이 돌아가며 단식을 벌일 예정이다. 언소주는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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