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들어올 때는 그렇게 난리치더니 그 다음엔 말이 없다. 지금이야말로 KBS 사장을 더 검증하고 감시할 절호의 기회다. 빠른 시일 내에 KBS 노·사, 학계·교육계가 합쳐 KBS 사장 평가위원회 만들어 경영상황과 보도 촘촘히 평가해서 오는 11월 사장교체 때 감시의 결과물로 내놓아야 한다"(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KBS 내부에서 파면철회 투쟁을 통해 얻어낸 것은 자신들과 직결된 문제였다. 이것에 대해 똘똘뭉쳐 싸워 이긴 것일 뿐, 시청자와 청취자에 대한 책임은 조금도 달라지질 않았다. 공정방송을 위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KBS 구성원들은 대단히 나이브하게 접근하고 있다"(유창선 정치평론가).

이명박 1년 이병순 6개월의 KBS 토론회…이병순·KBS 구성원에 모두 혹독한 비판

   
  ▲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 대강의실에서 '이명박 정부 1년 공영방송 KBS 진단'을 주제로 열띤 토론회가 열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13일 오후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1년 공영방송 KBS 진단'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이병순 사장 취임 6개월 만에 무너져버린 KBS에 대해 혹독하고 냉정한 비판을 퍼부었다.

6개월 만에 달라진 KBS의 뉴스와 프로그램, 방송사 내부의 권위적 조직문화 등 안팎으로 비춰지고 있는 현상 뿐 아니라 KBS인들에 대한 비판이었다. 더 이상 이병순 사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KBS인에만 맡길 수 없다며 이 사장의 임기 만료인 11월 이전까지 시민사회·언론계·KBS노사가 참여하는 이 사장 평가기구를 만들어 감시활동에 나서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KBS 사장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11월 임기만료를 앞둔 이 사장에 대해 철저한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국민들이 KBS에 기대하는 '민주적 여론형성의 기능' '문화적 다양성' 모두에 대해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권력가진 사람을 비판하고 감시하고 대안제시와 여론수렴도 해야 하는데 전혀 하지 못하면서 직원 5000여 명에 1조5000억 원을 쓰고 있다"며 "무지랭이나 어린 학생도 나라의 장래와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KBS는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 그저 대충 대충 한다. 사회적 쟁점에 대한 제시도 없다. 독립성을 보호해줘, 광고비도 받게 해줘, 수신료 대줬더니 KBS는 보답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승수 교수 "KBS 사장 평가위원회 구성…11월 임기 이병순 감시 나서자"

김 교수는 또 문화적 다양성의 역할 부재에 대해 "<박중훈쇼>에서 진행자인 박씨가 장동건을 불러놓고 여자친구, 피부, 쌍꺼풀 여부 등을 묻는가 하면,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에선 어린 여동생이 여고생 언니에게 치마가 더 섹시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고, 엄마가 딸한테 입술이 말랐다며 사랑법을 조언한다. (KBS PD, 작가들의) 문화적 수준과 판단능력이 이 정도라면 정치 비판 주문은 불가능해진다. 막장방송, 말로방송, 상업적 관영방송 근처로 가고 있다. KBS가 기능을 못하면 민란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사회를 맡은 임동욱 광주대 신방과 교수도 KBS에 대해 "KBS의 K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코리아' 내지 '코리안'이다. 코리아는 정부가 아닌 피플,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BBC와 영국정부와의 논쟁 등에도 다 나온 적이 있다"며 "정부는 KBS의 코리아가 코리아정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이병순 사장 이후 정치보도 국회보도는 조선일보가 만들어놓은 프레임을 따르고 있고, 경제위기의 경우 MBC SBS가 우려할 때 '위기가 기회이니 과감히 투자해라'는 기획시리즈를 냈다"며 "이런데도 공영방송 KBS가 위기가 아닌가. 수많은 국민들이 깨닫고 KBS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정성 등이 하락한 자료제출을 이사회 뿐 아니라 국회에도 안 한다. 왜 안 하느냐"고 비판했다.

김 처장은 "국민들의 저항을 불러온 것은 전적으로 내부 구성원의 책임"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유진 처장 "'KBS인들은 독립성보다 밥그릇 중시한다' 느끼게돼"

"정연주 사장 교체와 이병순 사장 임명 과정과 지난 연말 노조 선거에서 KBS 구성원이 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정 전 사장 해임 땐 'KBS인들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에는 관심이 없구나'라는, 연말 전 노조집행부의 재집권 때는 'KBS 다수에겐 자신들의 밥그릇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구나'라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 1년이 이명박 대통령 한 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수많은 국민이 좌절하고 있는 과정이고 서민은 이미 죽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S 구성원들만 자신들의 욕망을 이룰 수 있는가."

최근 KBS 1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다 하차를 통보받은 바 있는 유창선 정치평론가(사회학 박사)는 "KBS 라디오 작가가 최근 1라디오 <생방송 열린토론>의 14일 방송에 출연을 요구했다가 어제(12일) PD가 출연취소할 것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연락이 왔다"며 "제가 듣기엔 KBS 사측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게 이유였던 것같다. 결국 서슬퍼런 독재정권 때처럼 KBS에 발도 디딜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자신이 고정출연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생방송 토요일 이병혜입니다>, <생방송 일요일 이병혜입니다>에는 중앙일보 정치부 이정민 부장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했던 김영래 교수(아주대)가 후임자로 출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박사는 "이런 것을 겪으며 접한 것은 현장에서 책임 맡고 있는 PD들의 체념적 분위기였다. KBS 기자협회는 최근 공정보도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PD들은 매우 미진하고 소극적"이라며 "KBS 내부에서 파면철회 투쟁 여기서 얻어낸 것도 자신들의 문제였다. 이것에 대해 똘똘뭉쳐 싸워 이긴 것일 뿐, 시청자와 청취자에 대한 책임은 조금도 달라지질 않았다. 공정방송을 위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KBS 구성원들은 대단히 나이브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파면철회투쟁 얻은 것은 내부 문제해결일 뿐…시청자·청취자 책임은 어디갔나"

유 박사는 "아무리 사장이 바뀌었다고 해도 어떻게 KBS가 6개월 만에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직원들이 책임지고 답해야 할 때가 됐다"며 "KBS 구성원의 적극적 모습이 절실한 때"이라고 덧붙였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용산참사 보도에 대해 "전국철거민연합에 대해 보도할 수 있고, 시위문화에 대해 보도될 수 있다. 다만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유엔이 정한 철거관련 7가지 인권기준이 있는데 겨울, 야간에 대안주거공간이 없는 사람의 경우 야간 혹한기에 진압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를 방송에서 단 한 번이라도 내보낸 적이 없다. 기어이 우리가 법개정안을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안 팀장은 "돌아가신 분이 경찰과 동료를 죽인 살인자가 돼버린 상황"이라며 "시민사회의 KBS에 대한 저항이 거칠게 시작됐다"며 "시청자 거부운동 굳이 하지 않아도 이미 국민들이 알아서 할 판국이다. 그만큼 KBS 보도가 급속히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 대강의실에서 '이명박 정부 1년 공영방송 KBS 진단'을 주제로 열띤 토론회가 열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앞서 정재철 단국대 교수(미디어공공성포럼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 1년 공영방송 KBS 위기진단'이라는 발제에서 "정치권력에 의한 지배와 통제가 KBS 위기의 한 축이 됐고, KBS에 대한 정권의 관영방송식의 접근태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금 이명박 정부는 공영방송법을 제정할 때가 아니라 실업자 증가, 경제위기, 경제대란 등을 극복할 방안을 먼저 생각할 일이지 방송법 개정과 같은 국민적 분란과 소모적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그만뒀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정수영 교수 "이병순 이후 KBS, 정부발표저널리즘·연성화·집중호우식 보도 경향"

정수영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은 이어진 발제 '이병순 체제, KBS 보도는 어떻게 달라졌나'에서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KBS 보도 경향을 △발표저널리즘 △연성화 △집중호우식 보도 △현실추인주의 △의제설정기능 오도 △경마 저널리즘 일상화 등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대통령 연설, 토론회를 비롯해 대통령 관련 동정보도, 4대 강 정비사업과 같은 정부의 역점 사업에 대한 보도를 들어 "대통령, 정부대변인, 혹은 정책 관련 당국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목소리는 그저그런 소수 목소리로 묻혀버린 채 정부 정책의 일방적인 홍보전달 수단으로 전달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12일 <뉴스9>를 예로 들기도 했다.
"뉴스 중간부분에 '재개발 사업의 맹점 제2의 용산'이라는 기획리포트가 나왔는데 문제는 바로 그 다음 보도. '김석기 전 경찰청장 눈물의 퇴임식'이었다. '오늘은 경찰이 죽는 날이에요'라며 눈물을 쏟아낸 경찰의 모습을 가득 담았다. 공권력의 남용이 용산참사에 기인했다는 걸 감추고, 경찰이 희생양이 됐다는 점과, 전철연과의 대립구도를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12월4일 이 대통령이 가락동 시장 방문한 보도의 경우 정 연구원은 "농협 비리, 노건평 알선수재 혐의 등을 배치한 뒤 이 대통령의 가락동 시장 방문 리포트를 내보낸 것은 대통령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일거양득의 효과를 배가시키면서 '감동적인 뉴스'로 승화되고 있다"며 "보름 뒤 <미디어비평>에선 이 대통령의 가락동 방문에 대해 '신문이 감정적 뉴스로 보도했다'고 비판해놓고 자신들이 그런 보도를 한 것은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KBS촬영기자가 토론회를 취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출입기자 취재제한, 이병순 KBS 얼마나 닫혀있는지 보여줘"

정 연구원은 이밖에도 연쇄살인범, 최진실사망 등 자극적인 소재에 대해 집중호우식으로 뉴스를 배치해 용산문제 등 중요현안 보도는 뒤로 밀리거나 다뤄지지 않았음도 지적했다. 또 정 연구원은 4대 강 정비사업과 같은 정부정책에 대해 이미 정책이 발표됐으니 돌이킬 수 없다는 식의 보도태도를 들어 "현실추인주의"라고 거론했다.

한편, 장우성 기자협회보 기자는 토론 말미에 KBS의 출입기자 통제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기자들의 취재거부 및 성명 발표 면담 등에도 불구, 취재제한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KBS에 대해 비판했다. 장 기자는 "단순히 기자들의 출입 문제만이 아니라 이병순 사장 이후 프로그램 폐지, 뉴스의 문제점 뿐 아니라 KBS가 어떻게 닫혀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라며 "시민사회 뿐 아니라 언론계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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