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권력층의 모순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명박 정권의 법치를 앞세운 반인권적 통치, 생존권 주장을 테러로 몰고 간 수구언론의 반사회성이 검찰 수사에 100% 반영되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이후 청와대는 법치만을 강조하면서 인명 살상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발표 날 라디오 연설에서도 용산참사에 대해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만을 강조했다. 수구언론은 철거민들을 도심의 테러세력으로 몰아갔다. 검찰은 경찰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급급하면서 철거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짜맞추기 수사로 시종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6명이 사망했지만 경찰관 사망에 대해서는 철거민들에게 책임을 물었을 뿐, 민간인 사망에 대해서는 결국 ‘철거민이 자살’한 식이란 결론으로 몰아갔다. 경찰과 민간인의 죽음에 대한 검찰의 해괴한 판단은 법의 잣대가 잘못 적용될 때 국민의 법 감정을 거슬리게 하는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오나 하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은 경찰이 철거민의 농성장에서 용역업체와 합동작전을 편 사실이 확인되자 용역업체 직원은 처벌하면서 경찰은 무혐의로 종결지었다. 일반 상식에 침을 뱉는 행위다.

검찰은 이번 참사 수사에서 사건 현장의 발화 순간과 그 책임소재 구명에만 초점을 맞추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고집했다. 그 결과 경찰이 용역업체와 한 통속이 되어 재개발의 최종 수혜세력인 대자본의 이익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 등은 외면했다. 검찰은 사건 발생 초부터 제시된 경찰과 용역업체의 합동작전을 의심케 하는 무선 자료 등을 외면했는데 이런 태도는 결국 수사종결 때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 막바지에 MBC <PD 수첩>이 경찰과 용역업체의 합동작전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폭로했지만 이 또한 사건의 곁가지로 깔아뭉갰다. 이는 BBK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가 등장한 동영상에 대해서도 문제삼지 않았던 사법당국의 태도를 그대로 연상시키는 행위다.

검찰은 위험물질이 다량 존재하는 것을 파악한 경찰이 참사가 뻔히 예견된 상황에서 경찰 특공대를 투입한 무리한 작전이 강행되었지만 이를 적법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권력의 무력행사는 평화적인 해결책이 시도된 뒤 다른 대안이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집행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철거민들의 농성이 시작되자마자 강제 진압작전을 시도한 경찰에 대해 검찰이 면죄부를 준 것은 향후 시민사회가 집회, 시위 등의 방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때 이에 대한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을 합리화할 근거를 제시한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검찰이 만에 하나 청와대 등의 주문에 따라 경찰력이 시민사회에 대한 흉기로 악용될 길을 넓혀놓았다면 이는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경찰력을 시민의 적으로 대치시키는 통치행위는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에 큰 피해를 주고 결국 정권 스스로 큰 화를 자초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오만한 권력, 분별력을 잃은 수구언론은 시민사회를 적대시하는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 용산참사에 대한 청와대, 검찰, 수구언론의 비이성적 태도가 도를 넘으면서 시민사회의 분노는 커져가고 있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를 기리고 진상 규명을 외치는 목소리가 전국을 흔들고 있다. 촛불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철거민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식의 짜맞추기 수사 종결 시점에서 역시나 하는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의 중심인물이었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사퇴를 할 것이라고 언론에 흘린 것이다. 사퇴는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인데 청와대가 미리 공개를 한 것은 이 또한 청와대의 짜맞추기 식 통치 방식이다.

즉 용산참사에서 경찰력 투입은 정당했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도 아무런 흠이 없지만 김석기 본인이 사퇴하니 이번 일의 종지부를 찍겠다하는 식이다. 눈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다. 국민을 바지저고리로 여기는 권력의 오만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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