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전지현씨의 휴대전화 단말기가 불법 복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내막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심부름센터 직원 김아무개씨를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전씨의 소속사 정아무개 대표가 개입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전씨의 소속사 직원 등으로부터 640만 원을 받고 전씨의 휴대전화를 불법복제해 2007년 11월21일부터 26일까지 문자메시지를 9차례 이상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전지현씨 출연 영화, '시월애' 한 장면.  
 
검찰은 지난 5일 전씨가 가입한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본사를 압수 수색했으나 전씨 개인정보 등이 유출된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를 복제하기 위해서는 ESN(Electronic Serial Number)이라는 고유번호를 알아야 하는데 이는 휴대전화 배터리 안쪽에 적힌 제조회사 일련번호와는 다르다. 본사에서도 서너명 정도만 접근할 수 있는 극비 정보로 대리점에서는 결코 알 수 없다는 게 SK텔레콤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고유번호는 열람만 해도 기록이 남는데 전씨의 경우는 아무런 기록도 없었다"고 밝혔다.

만약 고유번호가 SK텔레콤 본사나 대리점에서 유출되지 않았다면 김씨 등은 전씨의 휴대전화를 어떻게 복제한 것일까. 유력한 가능성이라면 전씨가 잠들었거나 외출 중일 때 전씨의 휴대전화를 몰래 가져다가 복제 단말기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2005년 8월 이전에 생산된 2G 휴대전화의 경우 어렵지 않게 고유번호를 뽑아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생산된 단말기는 보안을 강화했고 특히 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 카드를 쓰는 3G 휴대전화의 경우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SK텔레콤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말은 곧 2G 휴대전화 사용자의 경우 누구나 전씨처럼 복제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고유번호가 유출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원본 단말기 없이도 고유번호를 알아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파관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경우 2007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적발된 불법복제 건수가 무려 3656건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 이에 대해 대책은커녕 실태 파악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통화도용 탐지 시스템(FMS)이 도입돼 불법복제를 대부분 조기에 적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이 시스템에 걸려들지 않는 불법복제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5분 전에 서울에서 전화를 걸었다가 5분 뒤에 부산에서 전화를 받는 경우, 또는 여러 기지국에서 동시에 신호가 잡히는 경우 등을 불법복제로 의심하지만 아예 단말기를 꺼놓는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적발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전씨의 경우는 불법복제 이틀 만에 이를 발견해 전씨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씨의 휴대전화가 어떻게 복제됐는지와 관련해서는 우리도 여러 가능성을 두고 추측만 할뿐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이와 관련해 할 수 있는 말도 없다"고 밝혔다. 고유번호가 유출된 게 아니라면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이번 검찰 조사는 압수수색이 아니라 정보공개 관련 영장집행에 협조한 것일 뿐"이라면서 "SK텔레콤이 불법복제와 관련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처럼 알려져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모든 보안기술은 뚫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엄격한 보안장치도 필요하겠지만 법적으로 엄중한 처벌을 하고 향후 민사소송을 통해 철저하게 손해 배상을 받아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3G 휴대전화의 경우 불법복제는 어려워졌지만 모바일 뱅킹 등과 결합하면서 훨씬 더 치명적인 손실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임 교수는 또 "휴대전화 제조업체나 서비스 업체들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전파법에서는 휴대전화를 복제한 이를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제 휴대전화를 유통·판매한 이(1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나 사용한 사람(100만 원 이하의 벌금) 역시도 이 법에 따라서 중형에 처해지게 된다. 불법 복제가 의심되면 가입된 이동통신사의 고객지원센터에 전화를 해 복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에서 먼저 적발해 통보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발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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