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의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뉴스캐스트(news cast) 서비스를 선보인 지 3일로 한 달이 넘었다. 과거에는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선정해 편집한 10건 정도의 뉴스를 고정적으로 띄웠지만 새해 들어 초기 화면을 개편한 뒤로는 36개 언론사가 직접 선정하고 편집한 뉴스가 무작위로 번갈아 가면서 뜨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온라인 뉴스서비스 시장에서 ‘가장 비싼 1인치’를 직접 다루게 된 언론사 쪽은 선정성의 유혹에 갈팡질팡하고, 이용자는 언론사의 선정적 기사와 악성코드 배포로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네이버 쪽은 언론사 편집과 이용자 선택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이 선택이 바람직한 시도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자사 뉴스트래픽이 감소해 수익이 줄어드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개방성과 공익성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참여자에 달렸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홍은택(45·사진) NHN 네이버 미디어 담당 이사는 3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뉴스캐스트의 목표는 이용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뉴스 선택의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실제로 여러 언론사들 뉴스를 비교 분석하면서 읽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이사는 “트래픽이 폭주하면서 언론사들끼리 선정성 경쟁을 벌일 우려도 있지만 자정 능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홍 이사는 지난 1989년 동아일보사에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국제부 기자를 지내다 2003년 퇴사했다. 이후 미국 미주리대에서 저널리즘 석사를 마친 뒤 2005년 11월 귀국해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편집국장으로 일하다 이듬해 9월 NHN으로 옮겼다. 인터뷰는 이날 오전 경기도 분당의 NHN 사무실에서 했다.

 

-네이버 첫 화면 개편 이후 한 달을 어떻게 평가하나.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초유의 서비스여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출발이 좋다고 생각한다. 개편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평가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 뉴스캐스트는 일시적으로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꿀 서비스는 아니다.”

-개편 뒤 네이버 뉴스 트래픽이 미디어 다음에 뒤지고 있는데, 뉴스 트래픽은 포기해도 좋다는 생각이었나.
“포기는 아니고 감수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내가 여기 와서 계속 하는 일이라는 게 네이버 뉴스 페이지뷰(PV)가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었다(웃음). 뉴스박스나 검색 아웃링크 도입, 그리고 연예기사 노출기준을 굉장히 엄격하게 한 것 등이다. 네이버 이용자들이 다음 쪽으로 많이 이동하지는 않고 언론사로 옮겨간 것 같은데, 바라던 대로 되고 있다.”

-그 말은 뉴스 서비스가 그리 수익에는 보탬이 안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콘텐츠 신디케이트 서비스를 축소하고 구글처럼 검색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나.
“아니다. 뉴스 서비스는 수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검색광고와 배너광고 가운데 배너광고는 뉴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 다만 거기에서 일어날 광고매출의 손실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매출에 대한 영향이 적을 것으로 생각해서 개편을 한 게 아니고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는 이야기다.”

-매출이 일부 줄어들 걸 감수하고 트래픽을 언론사들에 몰아줘서 네이버가 얻는 것은 뭔가.
“이용자들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정보를 소비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네이버 첫 화면에 뜬 10개 뉴스만 보면 하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쉽고 빠르긴 하지만 모든 국민들이 똑같은 뉴스만 본다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우리는 언론사들의 편집 의도를 우리 사이트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뉴스가 가장 중요하고 어떤 게 덜 중요한 것인지 말이다.”

-네이버가 이슈를 독점한다는 비판도 그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나.
“그렇지 않다. 그 논쟁 이전에도 고민해왔다. 네이버 메인에 오를 정도면 중요한 기사다.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은 질 수 있는데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었다. 우리가 할 수 없다면 언론사에 맡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 포털도 넓게 보면 미디어 아닌가.
“우리는 언론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의 메시지들이 자유롭게 공유되고 유통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이거나 어느 한쪽에 휩쓸리지 않는 종합적 가치를 말한다. 그건 중립과는 다르다. 이를테면 중립이라 하면 한겨레도 아니고 조선일보도 아니고 그 중간 어디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이 모든 것을 포괄하고 이용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네이버를 통해 진보적 매체로 나가든 보수적인 매체로 나가든 언론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이트웨이(관문)가 되고 싶은 것이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당초 뉴스캐스트 참여 언론사를 14개에서 36개로 늘린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자동 노출 되는 언론사가 너무 많으면 이용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페이지 로딩 속도 등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 14개만 고르려다 보니 언론사 줄 세우기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고 온라인신문협회 같은 곳에서도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36개까지 늘렸는데 이용자들은 의외로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 36개가 너무 많다고 줄여달라는 민원은 아직 없다.”

-언론사들의 기사 어뷰징(abusing) 문제가 심각하다. 선정적인 사진 쓰기, 제목 장사도 부쩍 늘어났고 모든 언론사들이 뜨는 이슈에 한꺼번에 매달리는 것도 당초 취지에서 벗어난다. 일부 언론사들은 스팸 댓글의 숙주가 되고 있다. 이용자들의 불만도 많지 않나.
“불만이 많다. 개방성과 공익성이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픈 했다고 자연스럽게 공적인 가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참여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우리가 감시하는 기능까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언론사에서 개선해줘야 한다. 포털 초기에도 선정적인 편집이 문제가 됐다가 많이 없어지지 않았나. 시간이 지나면 언론사에서 자제해줄 것으로 본다. 이용자들이 특정 언론사만 선택해서 노출되도록 하는 기능이 있는데 선정적인 편집을 하는 언론사는 선택을 받기 어렵지 않겠나. 선정적인 편집은 장기적으로 언론사 전략에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당장 페이지뷰(PV)를 늘리는데는 좋겠지만 지속적인 독자를 확보하는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성격과 논조가 분명한 언론사가 더 많은 선택을 받고 자연스럽게 어뷰징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아웃링크를 타고 언론사 홈페이지에 건너갔다가 실망을 느낀 이용자들이 네이버 뉴스 페이지(news.naver.com)로 건너올 것이라는 전략도 있었을 것 같다.
“뉴스 홈 순방문자(UV)가 100만 명이 좀 넘는다. 네이버 뉴스 전체는 300만 명 안팎이다. 개편 전에는 500만 명 넘었는데, 많이 줄어들었지만 다시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를테면 손님들을 몰아줄 테니 잘 대접해서 네이버 거치지 말고
손님이 바로 올 수 있도록 해보라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계속 가는 것인가. 스포츠 신문을 제외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애초에 기간도 정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빠지게 되면 반발도 심하지 않을까.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19금 광고의 남발이고 다른 하나는 선정적 기사 쓰기 또는 제목 달기다. 광고는 많이 해결됐다. 7명으로 구성된 뉴스제휴 평가위원회가 광고가 많은 스포츠지들을 뉴스캐스트 목록에서 제외하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그쪽에 전달했더니 선정적인 광고를 대부분 내렸다. 기사의 선정성 문제는 향후 계약 체결 과정에서 평가위원회가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해 정기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언론사들이 공동 뉴스 포털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언론사들의 목표도 결국 트래픽을 높이는 것 아닌가. 네이버를 거쳐가는 것보다 더 많은 트래픽이 있다면 계속 추진하면 된다.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게 없다. 다만 네이버를 통해 트래픽이 충분히 가고 있는데, 이걸로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공동 포털을 한들 그게 잘 될까 싶다.”

-한때 기사 내 광고 삽입 문제로 한국신문협회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다음이 지난해 제안했던 상생 모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사들과 수익을 공유하는 다른 방식은 없을까.
“신문협회의 기사 내 광고는 예측이 너무 과대했던 감이 있다. 6대 포털의 월 PV가 81억 건 정도인데 월 광고료는 모두 25억 원이다. 반면 신문협회 소속 닷컴사의 PV는 6대 포털의 4분의 1도 안 된다. 그런데 광고료는 월 23억 원을 번다고 한다. 이는 6대 포털이 공격적으로 광고를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사들이 실제 PV 대비 광고료를 비싸게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언론사들은 기사 내 광고를 붙이면 광고 수입이 4배 정도 늘어날 거라고 본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언론사와의 상생모델은 계속 검토 해봐야 할 문제다. 그러나 광고수익 가지고 언론사와 의미 있게 공유할만한 것이 있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PV 자체가 반으로 줄었고, 절반으로 줄어든 PV에서 기사로 바로 가지 않는 리스트 페이지가 있어 다시 반으로 줄어든다. 여기서 나눌만한 수익이 의미 있게 창출되지는 않을 것이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금은 언론사들에게 수익보다는 트래픽을 좀 떼어주는 방식인데, 네이버의 영향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트래픽을 나눠주면서 정치적 부담을 덜고 검색을 강화시키겠다는 견해도 있다.
“글쎄,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는지 모르지만, 그럴 의도는 없었다. 이를테면 손님들을 몰아줄 테니 잘 대접해서 네이버 거치지 말고 손님이 바로 올 수 있도록 해보라는 것이다. 언론사별로 다르긴 하지만 네이버를 통해 유입되는 독자가 70~80%나 된다. 다시 말하지만 뉴스캐스트가 네이버 이용자들과 언론사들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뉴스캐스트 개편 전에 뉴스박스 클릭이 1일 3600만 건 정도 나왔는데 개편 직후 6000만 건으로 늘었다가 지금은 1억1000만 건을 돌파하고 있다. 그만큼 이용자들이 더 많은 뉴스를 본다는 이야기다. 뉴스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고 언론사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글=이정환·김종화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