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특공대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 철거민 농성장을 강제 진압하기에 앞서 경찰과 철거용역이 합동작전을 벌였다는 정황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지난 20일 경찰 특공대가 철거민 농성장 강제 진압 작전을 벌이기 직전에 경찰로 보이는 이들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을 공개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20일 오전 6시29분 42초에 “아울러서 용역 경비원들 해머 등 시정장구를 솔일곱하고 우리 병력 뒤를 따라가지고 3층에서 4층 그 시정장치 해제할 진중입니다”라고 말했다.

   
  ▲ 지난 20일 용산 참사 현장을 경찰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 ⓒ이치열 기자  
 
B씨는 오전 6시29분 59초에 “18(알았다) 경넷과 함께 용역경비원들 시정장구 솔일곱(지참)하고 3단 4단 사이 설치된 장애물 해체할 중 18”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대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기자들에게 공개했고 음성 내용을 국회 정론관 마이크를 통해 들려줬다.

민주당은 A와 B씨를 경찰 간부로 보고 있으며 대화 내용 중 ‘솔일곱’이라는 표현은 지참하고라는 의미이며 ‘진중’이라는 표현은 진행 중, 준비 중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18’은 알았다는 의미이며 3단과 4단은 3층과 4층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경찰특공대 진압 앞서 경찰관 용역업체 철거반원 합동작전 의혹 방증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은 경찰특공대 진압에 앞서 경찰관과 용역 철거반원들이 합동 작전을 벌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용역 철거반원들이 경찰 투입 소식에 맞춰 현장에서 뒤로 빠졌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용역업체들은 경찰이 투입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현장에서 빠졌다는 데 경찰이 용역업체와 사인을 맞춘 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저희들은 그런 일 없다. 진압작전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였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김유정 대변인은 “이번 녹취록은 국회 행전안전위 전체회의에서 밝혔던 철거 진압작전의 시간대별 상황을 정리한 문건과 시간대에서 매우 일치한다. 경찰은 20일 6시30분께 진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녹취록은 경찰이 용역업체와 합동 진압작전을 벌였음을 확신하게 하는 대목”이라며 “참사 당일 경찰 무선통신도 수사하지 않은 검찰 수사는 기본도 갖추지 못한 편파 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용역 깡패들은 해당건물 2층과 3층에서 폴리스(police)가 새겨진 투명방패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용역 깡패들이 임의로 경찰 방패를 사용한 것이라면 경찰공무원을 사칭하여 현장진압에 앞장선 것이다. 경찰에서 제공한 경우라면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승흡 대변인은 “경찰이 용역 깡패들에게 편의와 진압장비를 제공하는 공권력 위임이 어떻게 가능해졌는지 밝혀야 한다. 용역깡패들이 3층에서 폐타이어로 화재를 일으켜 검은 연기가 솟구치는 상황에서 외부에 있던 시민이 소방당국에 신고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 과정에서 소방차량이 3회 가량 출동한 것으로 목격자들은 증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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