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밤 열린 MBC <100분 토론> '미네르바 구속 파문'에선 미네르바의 구속의 타당성 여부와 사이버모욕죄의 필요성을 두고 열띤 설전이 오갔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전원책 변호사는 "법원이 미네르바에게 계속 '자신의 글이 영향력이 있다는 걸 알았느냐'고 확인했다는 것은 미필적 인식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 100분 토론 '미네르바 구속 파문' 열띤 설전

김성수 연세대 법대 교수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형사소송법에 나와있는 구속사유를 언급하지 않고 영장을 발부했다는 점이다.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있을 때 구속하고, 범죄의 중대성 등은 참고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돼있다. 참고사유로 구속영장 발부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이후 법원은 비판적 여론상황을 검토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증거인멸, 도주우려 추가한 것이다. 과연 이런 법원에 대해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수사 참여, 기록 보지 않고, 심리 관여하지 않은 상태에선 알 수 없다. 사법부 흔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며 "법원의 결과에 대해 사법부 흔들기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 교수 역시 "학자로서 학문적 비판의 자유는 있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에 대해 법원은 근거를 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맞섰다.

   
  ▲ 지난 15일 밤 방영된 MBC <100분 토론>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도 "적어도 미네르바의 신동아 기고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네르바이건 아니건 그가 썼던 글 역시 그대로 남아있다"며 "법원의 결정은 존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법 적용이 옳았느냐를 두고 비판하는 것이지 사법부 흔들기가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미네르바의 글이 공익을 침해할 의도가 있었느냐를 두고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12월29일 미네르바가 쓴 글은 딱 6줄로 돼있다. 마치 중요 기록을 입수해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내용이다. 아무런 설명이 없다. 설명이 아닌 기사체"라며 "중요한 것은 이 글이 정말 파장이 컸다는 점이다. 공익을 해할 목적과 의도가 있지 않았나 그런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정부 당국은 당시 외환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공공연히 흘렸다. 정부가 달러 매수를 자제해하라고 하는, 협조 구하는 일은 금융선진국에서 다하는 일이다. 이것과 달러 매수 금지령 공문을 전송했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금융독재를 하겠는 것이다. 외환관리가 이리도 불투명하냐는 지적이 나올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원책 변호사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 윤창현 "공익 해할 목적"

김성수 교수는 "뭐가 허위사실이고, 뭐가 공익 해한 것인지, 모호함에도 문제는 여기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댄 것"이라며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공익 해할 목적 공연히 허위 통신을 해한자 5년이하 징역)의 공익이라는 건 시대상황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 조항 자체가 문제가 있다.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허용되지 않는지 알려주면서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주도록 하고, 남용이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법 조항은 매우 저급한 수준의 처벌조항"이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교수도 "법원이 공익을 해할 목적이 현저하다고 봤는데 이는 매우 주관적이다. 국민들은 그렇게 보지 않을 수 있다"며 "이를 객관적으로 당시에 어떻게 수용했느냐. 머니투데이 뷰스앤뉴스 프레시안, 심지어 조선일보까지도 연말 종가 때 불어닥칠 후폭풍을 우려했다. 미네르바와 같은 우려 표명하면서 정부의 무원칙한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했지, 미네르바가 잘못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윤창현 교수는 "그날 그 글이 올라온 뒤 개인들이 영향 받은 흔적이 있다"며 "이 글이 돌멩이 같은 역할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주관적 판단, 국민 뿐 아니라 언론도 그렇게 안봐"

반면, 진중권 교수는 "논점은 환율시장에 개입하느냐 안 느냐가 아니라 공익적 목적으로 광범위로 해석됐다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허위사실 유포 여부와 관련해 전원책 변호사는 "법원에서 두 번이나 허위사실로 판단했다면, 인정해야 한다"며 "게재된 글은 명백히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윤창현 교수도 "긴급업무명령 1호의 내용자체는 솔깃하게 만들어놨다"며 "이걸 보면 허위를 아니라고 말하기가 힘들지 않느냐. 파괴력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교수는 "그런데 언론에선 미네르바의 글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며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역시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유포하려했으면 대부분의 글이 허위여야 하는데 정보수집 과정에 일부의 잘못이 있다고 해서 이를 허위로 몰아붙여선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성수 "허위 글 썼다고 개미들 달러 매수 주문 쇄도에 갖다 붙이는 건 가혹"

윤 교수와 전 변호사는 12월29일 글이 올라온 직후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달러매수량이 폭증해 정부가 22억 달러를 추가지출하게 됐다는 걸 주장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예년의 수요에 비해 턱없이 많이 늘어났고, 30분 동안 밀집됐다면 미네르바의 글이 엄청난 파장이 몰려온 것 아니겠느냐"(전원책).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영향을 줬다는 것은 모든 매수자 개인의 심리 파악 다해야한다"며 "그것을 파악할 만큼 정교한 머리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영향력 있다는 걸 인지했다면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느냐'에 대해 김성수 교수는 "허위라고 판단할 만한 글을 썼다고, 개미들의 달러 매수 주문 쇄도했다는 데에 들이대는 건 가혹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전원책 변호사는 "미네르바 스스로 많은 글 읽고 많은 글이 전파될 것이라는 걸 인식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미필적 인식'이라고 봐야 한다. 확고한 대법원 판례"라고 반박했다.  진중권 교수는 "하지만 입증이 안 되고 심증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논객과 대화에서 윤창현 교수는 '양심을 걸고 미네르바 글 때문에 경제손실을 봤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양심까진 안 걸겠다"며 22억 달러가 당시 더 늘어난 정황을 다시 설명했다.

시민논객 "양심걸 수 있나…경제위기 예측못한 학자들 반성해야"
윤창현 "양심은 안 걸겠다…미국도 예측 못해"

이에 시민논객 심소정씨는 "경제학적 증명이 안 되지 않았느냐. 미네르바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 경제위기 예측한 건 사실이지 않나. 우리 경제팀 연구팀들은 전혀 예측하지 못하지 않았느냐. 학자가 이에 대해 반성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위기는 미국에서 왔고, 미국도 예측못했다"며 "입증하라면 할 말은 없다"고 답했다.

다른 시민논객 송영덕 법무사는 "법원이 말하는 허위사실과 일반국민의 허위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일반인들이 느낀 중요한 신호는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하는구나라는 것이지, 말로 했느냐 공문을 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또한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다"며 "사소한 일로 미네르바를 처벌하려고 함으로 인해 인터넷 여론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의 주가 3000 포인트 장담 발언 등에 대해 전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가서 발언한 것은 너무 가볍게 말한다는 생각은 든다.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 때 얘기는 좀 다르다. 대통령의 자리에서 그런 얘기하는 것은 대단히 경망스럽다. 후보시절에 얘기는 캠페인 차원의 얘기로 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전원책 "이명박 대통령 주가 3000 포인트 발언 경망스러워"

사이버 모욕죄 도입 필요성과 관련해 윤창현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을 빗대어 이렇게 전했다.

"미네르바가 나에 대해서도 '이 또라이 대가리에 든 사상이 의심스럽다'며 비난한 글이 있다. 첫째 모르는 사람이 이런(내) 글을 인용해 비난한 것에 굉장히 화가 났다. 저격을 당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되고 나서 며칠 뒤 구속되는 모습을 보고 나니 조금 편하게 생각이 든다. 익명이라는 게 참 무섭다. 모르는 사람이 칭찬하면 기분좋으나 비난하면 꿈에 나타나고 기분이 나쁘다."

김성수 교수는 "어렵긴 하지만 삭히는 것도 필요하다. 세상 살면서 모욕이라는 게 주관적이기 때문"이라며 "(사이버모욕죄 도입은) 개인의 말문을 막고 표현의 원초적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사이버 모욕죄엔 윤창현 교수 제외 모두 반대…검찰 자충수·보수언론 책임론도

전원책 변호사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면 과연 이것을 법으로 규제할 것이냐. 그것은 반대한다"며 "형벌을 위한 법규를 만들기 이전에 실명제 강화 등 경기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교수는 "오죽하면 이런 얘기가 나오겠느냐"며 "소수의 몇몇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활개를 친다. 이걸 그대로 두고 볼 것이냐. 조금이라도 개선하자는 것"이라며 "사이버모욕죄가 정답이 아닐 수 있으나 개선의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편, 검찰의 구속수사와 언론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미네르바의 구속의 타당성을 적극 밝혀왔던 전원책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아직 인터넷 환경의 경기규칙이 만들어져있지 않았고, 한편에선 언로를 막을 위험성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검찰이 칼을 뽑아버렸다. 이는 자충수를 두는 것이다. 미네르바를 올려놓고 난도질 할 정도로 정부가 그리 시급했느냐. 현장범도 아니다. (오히려) 미네르바의 허상을 키운 것은 언론들이다. 미네르바가 대자보에 글 써놓으니 이를 언론이 증폭시킨 것이다. 보수언론이 특히나 더 많이 가담했다. 시체 뜯어먹는 하이에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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