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통령’으로 불리워질 정도로 인기를 누리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구속되었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이를 두고 새해 벽두부터 온라인에서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안을 대하는 관점에 따라 찬반이 갈리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신문이 지면의 상당부분을 할애하여 논쟁에 가담하고 있는 형국이다.

논쟁의 대척점에는 미네르바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하여 20억 달러 이상의 외화가 추가로 소요되었고 국가신인도가 현저히 떨어졌다는 주장과 정책 당국이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미네르바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고, 나아가 이번 미네르바의 구속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국가신인도 추락 미네르바 탓, 너무 나간 주장

생각해 보건대, 미네르바의 글로 인하여 대규모의 외화가 낭비되었고, 국가신인도가 떨어졌다는 주장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전세계적 경기침체에 기인하는 것으로 정책당국에 일방적으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일부의 지적을 전적으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나간 주장이 아닌가 싶다.

한때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여서 조회수가 수십 만 건에 이르렀던 미네르바의 글이기는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작성자 불명의 글만을 근거로 경제행위의 방향을 결정할 사람들이라고는 후하게 잡더라도 미네르바의 비관적 전망에 영향을 받아 라면을 사재기한 일반 서민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일부 언론에 소개된 외환시장 또는 신용평가기관 관계자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쉽게 동의가 안 되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경제침체 또는 외환위기에 대해 정책 당국이 어느 정도의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는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 극단적인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확인된 팩트가 없는 이상 주장의 당부를 명확히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단지 모든 것이 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므로 책임이 없다는 일부의 면피성 주장에 흔쾌히 동의할 수 없을 뿐이다.

하지만 전기통신기본법상의 처벌규정의 구성요건, 즉,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에 미네르바가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뭔가 해야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우선 검찰은 수백 편에 달하는 미네르바의 글 중에서 두 가지 사실관계가 허위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가조사에서 더 결정적인 허위사실이 나타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말이고, 더 이상 추가적 허위사실을 찾아낼 의지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또한 이후 보도를 보면 그 두 가지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그 진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공익을 해할 목적, 신이 아닌 이상 파악 못해

   
  ▲ 한상혁 논설위원·변호사(법무법인 정세)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는 검찰이 제시하고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고도 미네르바를 구속한 것에 대하여 형식적 법치주의라고 비판을 한 바 있다. 하물며, 사실관계의 진위가 다투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미네르바의 행위를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로 단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와 관련하여 검찰은 미네르바로 인해 발생한 외화 손실이 20억불에 이른다고 한다. 동문서답이 아닌가 싶다. 차라리 미네르바의 비관적 전망을 유포하여 국가를 혼란에 몰아넣었으므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터넷 상의 댓글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또한 미네르바가 글을 올린 행위를 두고 ‘공익을 해할 목적’에서 한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신이 아닌 다음에야 내심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목적범에 있어 범죄의 목적이 있었는가의 판단은 주변의 정황을 근거로 추론할 따름이다. 미네르바는 자신은 힘없는 서민이 경제위기로 인해 큰 고통을 당하는 것을 막아보고자 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장의 당부는 밝혀져야 하겠으나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우선 구속해놓고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나라를 막론하고 인터넷 산업의 발전은 성인물의 유포에 힘입은 바 크다는 농담이 한때 회자된 바 있다. 미네르바의 구속이 포털의 몰락과 뒤이은 인터넷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지 심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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