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정부 비판 글을 올려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된 미네르바(박아무개씨)의 변론을 맡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전 국회의원)는 13일 "검찰과 법원의 미네르바 구속은 부당하며 혐의도 무죄"라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

박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외환시장안정화 자금 추가 지출 등 검찰이 주장하는 미네르바 글의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금융기관장들을 불러다 '달러매수를 말아달라'고 사실상 지시·강요해 시장 불신을 자초해놓고 미네르바 탓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또 미네르바를 '혹세무민' 등의 표현으로 비난하고 있는 조중동 등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미네르바의 글이 주목받게 된 근본 원인은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재·신뢰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잘못을 한 정부가 비판받고 반성해야 한다. 이런 정부를 비판하는 게 우선이지, 왜 미네르바를 비난하느냐"며 "글을 짜깁기했다고 하는데 박사학위 논문은 짜깁기 안하느냐. 그런 식으로 일방 매도해선 안 다"고 지적했다.

   
  ▲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모씨 변호를 맡은 박찬종 전 의원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을 생각하는 올바른 사람들' 대표 박 변호사는 무료변론을 위해 9일 박씨를 접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박 변호사는 "'공문을 보냈다'는 것 외에 다 사실로 드러났는데 왜 허위사실이라는 주장에 동조해 그런 표현(혹세무민)을 쓰느냐. 그런 신문들 보지도 않는다"고 밝힌 뒤 MB퇴진운동에 가담한 전력이 있다는 중앙일보 보도(10일자)에 대해 "본인은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 인터뷰 요지이다.

-구속영장 발부의 문제점은.
"검찰의 구속수사 방침과 법원의 영장발부가 부당하다고 본다. 구속을 위해선 첫째사유가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커야 하는데 미네르바는 그런 우려가 전혀 없다. 증거인멸 경우 △미네르바는 자기 인터넷 주소 IP 갖고 글을 썼고 △전과도 없으며 △수사기관에 한차례도 소환받은 바 없다. 주변이 뚜렷할 뿐 아니라, 자의식이 강해 검찰 수사를 피하겠다는 생각도 없다. 증거는 인터넷과 압수한 본인 컴퓨터에 완벽하게 확보돼있다. 그 다음은 죄질인데 미네르바의 경우 행정법규를 위반했다는 혐의다. 전기통신기본법은 행정법(5년 이하 징역), 절도죄(7년 이하 징역)보다도 형량이 가볍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었느냐 하면 전혀 없다. 벌을 줄 수가 없다."

-검찰이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 적용이 타당한가.
"이 조항은 공익의 범위가 너무 추상적이고 넓어 위헌심판이 청구돼 심리중에 있다. 나도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공익을 해친다'는 목적이 너무 넓게 잡혀있다. 이런 식이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법조문 자체도 위헌의 소지도 있는데 어떻게 구속까지 시키느냐. 13일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30일자 '외화 예산 환전 업무 중단' 글에 대해 검찰이 허위라고 하는데 이 글은 사실이다. 애초 문제가 안 된다. 또 하나 문제삼고 있는 지난해 12월29일 '기획재정부 달러매수 금지 공문 발송'도 검찰은 '공문 보낸 일이 없으니 허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무렵 증거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글 올리기 사흘 전(26일) 최아무개 국제금융국장이 금융기관 책임자를 불러모아서 협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틀 뒤에도 계속 전화를 하고 29일 아침에도 관계기관에 계속 협조요청했다. 문서(공문) 요청은 간접적 방식이나 대면해서 '달러 사지 말라'고 요청한 것은 오히려 직접적인 방식이자 '압력'에 해당한다. 정부가 외환사정이 어렵고 환율이 더 오르면 혼란이 올 수 있으니 사들이지 말라고 금융권 관계기관장들을 불러서 말한 게 무슨 협조냐. 1년도 안 된 정권의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한 말은 사실상 지시를 뛰어넘은 강제적 의미가 있다. 이미 이 사실은 외환시장 바닥에 소문이 다 나서 알려지게 됐으니 되레 달러를 더 많이 사도록 부채질 한 셈이 됐다. 정부 자충수와 실책에 의해 벌어진 일을 미네르바에 씌우려 하느냐."

-국가신인도가 추락했고, 정부의 '외환안정화 자금' 22억 달러가 미네르바 글 때문에 추가 지출됐다고도 하는데.
"29일은 한 해 증시가 폐장하는 날이기 때문에 26일부터 정부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 자체가 나쁜 영향을 준 것이다. 그런데 미네르바에 덮어씌우려 한다. 외환보유고에 문제가 없고, 경상수지 흑자 낼 자신이 있었다면 달러 값이 올랐겠나. 동남아에서 우리나라만 달러값이 올랐다. 그게 투자자로 하여금 우리 나라를 불안하게 본 것이다. 더욱이 금융기관장을 불러서 달러 사지 말아달라고 한 게 소문이 나버린 것이다. 정부가 자초한 일을 미네르바 탓이다? 소도 웃을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오락가락 일관성없는 경제정책을 펴 시장의 불신을 초래한 데 대한 반성을 하지 않고 희생양만 찾고 있다."

-신동아 기고자인 미네르바와 박씨는 다른 인물인 점을 검찰은 수사하지 않으려는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씨는 신동아 기고도 하지 않고, 접촉한 적도 없다고 한다. 다른 미네르바가 있을 수도 있다. 박씨 외에 다른 사람을 접촉한 것인지, 신동아 자작으로 쓰여졌는지 둘 중의 하나다. 박씨 본인도 이를 검찰이 밝혀주기를 원하고 있다. 향후 공개적으로 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조중동을 비롯해 언론보도의 문제점은.
"미네르바의 글이 주목받게 된 근본 원인은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재·신뢰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부가 비판받고 반성할 일이다. 이런 정부를 비판하는 게 우선이지, 왜 미네르바를 비난하느냐. 순서에 어긋난 일이다. 특히 나이와 전공 직장을 문제삼는 건 천박한 논리다. 또 글을 짜깁기했다고 하는데 박사학위 논문은 짜깁기 안하느냐. 그런 식으로 일방 매도해선 안 된다. 경제위기가 몰려왔을 때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한결같이 답했었다. 아무도 소신있게 분석하지 못했다."

-'혹세무민 사건의 전형'이라는 검찰 주장(조선일보 10일자),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는 사설(동아일보 12일자)을 실은 곳도 있다.
"혹세무민의 뜻을 풀이하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 유포했다'는 검찰 주장과 같다. 하지만 책임을 물으려면 강만수 장관에 물어야 한다. '공문을 보냈다'는 것 외에 다 사실로 드러났는데 왜 허위사실이라는 주장에 동조해 그런 표현을 쓰느냐. 그런 신문들 보지도 않는다."

-'미네르바 사건이 사이버모욕죄 도입의 정당성 뒷받침한다'는 주장도 있다(동아 12일자 사설).
"사이버모욕죄 법안대로 하면 향후 인터넷을 통해 정부비판을 할 경우 정부의 수사권력이 비판 전체를 문제삼을 수 있게 된다. 한나라당도 야당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자기가 만든 법률에 자기가 당할 수 있다. 스스로 철회해야 한다. 재갈물리기다. 모욕 중 가장 큰 모욕은 '비판'이다. 결국 대통령 비판은 가장 큰 모욕죄가 될 수 있다."

-MB퇴진운동 가담한 전력이 있다는 기사도 있는데(중앙일보 10일자 1면).
"본인은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뭐가 문제인가. 박씨가 쓴 280개 글 중 검찰이 2개만 허위라 했을 뿐 278권은 허위라 하지 못했다. 나머지에 대해선 훈장이라도 줘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마치 박씨의 배후 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말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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