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체포될만한 잘못 했나
미네르바, 체포될만한 잘못 했나
[뉴스분석] 달러화 매수 자제 협조 요청은 했지만 공문은 안 보냈다? 그래서 허위 사실 유포?

미네르바가 지난 7일 검찰에 긴급 체포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미네르바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해 온 누리꾼이다. 미네르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브러더스 파산, 환율 급등 등을 정확히 예측해 얼굴 없는 경제 대통령 등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스스로를 '고구마 파는 늙은이'라고 불렀지만 정부는 증권사 출신의 50대라고 밝히는 등 그 실체를 놓고 논란이 계속돼 왔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주선)는 7일 미네르바로 활동해 온 30세 무직 남성, 박아무개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경제학을 공부했거나 외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는 전문대 졸업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공 또한 경제학이나 경영학과 관련 없는 분야고 경제학 지식은 책을 보며 독학한 게 전부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밝힌 박씨의 혐의는 허위사실 유포 등이다. 특히 지난해 12월29일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는 글을 올려 기획재정부가 해명자료를 내는 등의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긴급체포 시한이 만료되는 9일 오전까지 문제가 된 글의 작성 경위와 목적 등을 조사한 뒤 혐의가 인정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 쪽에서 정식으로 고발이나 고소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허위 사실을 절대 다수가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알렸다면 현행법 위반으로 볼 근거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 배당한 것과 관련, 검찰은 "이 부서에 허위사실 유포 전담반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씨가 미네르바가 맞는지는 검찰 조사 결과 밝혀지겠지만 과연 박씨가 쓴 글이 긴급 체포 또는 구속에 이를 만큼 심각한 범죄가 되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기획재정부는 긴급 공문을 보낸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지난 연말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렸고 사전에 주요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환율 안정을 위한 협조를 구한 사실도 확인된 바 있다.

정부가 협조 요청을 한 사실은 있지만 공문을 보내 달러화 매수를 직접적으로 금지한 적은 없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고 정부의 주장이기도 하다. 정부가 환율 개입에 나설 거라는 소문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했다. 공문을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 역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지겠지만 미네르바의 주장이 전혀 사실 무근이거나 터무니없는 날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미네르바의 과거 주장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10월24일에 올린 "한국의 IMF(구제금융)는 거의 기정사실로 보인다"는 글은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구제금융 지원을 제안했는데 우리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만약 통화 스와프 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더라면 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미네르바의 상황판단은 정확했고 그의 문제제기는 시의적절했다.

"종합주가지수가 5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겠지만 이는 종합주가지수가 3000까지 간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처럼 견해 차이일 뿐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네르바가 혼란의 주범인 것처럼 비난하곤 했지만 실제로 혼란을 부추긴 것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책과 언론의 주먹구구식 보도였다. 미네르바가 과도한 주목을 받았던 것도 결국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미네르바는 지금까지 100여편의 글을 썼지만 대부분 이미 알려진 자료에 기초해 전망을 내놓은 것일 뿐 허위 사실 유포라고 할 만한 대목은 없다. 한때 3월 위기설이 미네르바의 작품인 것처럼 떠돌기도 했지만 이는 일부 언론이 미네르바를 비롯해 여러 위기설을 뒤섞어 부풀린 것이었다. 미네르바가 쓴 글에는 정부 불신을 조장하는 내용도 많았지만 그 책임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다. 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최대 쟁점은 정부가 금융기관들에 공문을 보냈느냐 안 보냈느냐, 그리고 박씨가 어떤 근거로 그런 주장을 했느냐로 좁혀질 전망이다. 설령 공문을 보낸 사실이 없더라도 협조 요청을 한 사실은 있고 실제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내린 사실도 있다. 미네르바가 그 글을 쓴 이유가 정부가 물밑에서 벌이는 일을 폭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면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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