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먹여 살리던 게 옛 일,
경영 실패·매출 급감 이중고 ‘고투’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에이스 하이테크 시티’에 있는 스포츠서울 사옥을 찾았다. 스포츠서울이 서울신문에 세를 들어 살다가 지난 2007년 신축건물을 구입해 이전한 곳이다.

스포츠서울은 이 건물의 2층 일부와 5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다. 새 건물이어서 업무환경이 좋은데다 일대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이 건물의 가치도 구입당시보다 수천만 원이나 올랐다는 게 주변 부동산 업자의 말이다. 요즘처럼 불경기에 반가운 일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스포츠서울에서 활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에이스 하이테크 시티’에 있는 스포츠서울 사옥을 찾았다. 스포츠서울이 서울신문에 세를 들어 살다가 지난 2007년 신축건물을 구입해 이전한 곳이다. 스포츠서울은 이 건물의 2층 일부와 5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다. 새 건물이어서 업무환경이 좋은데다 일대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이 건물의 가치도 구입당시보다 수천만 원이나 올랐다는 게 주변 부동산 업자의 말이다. 요즘처럼 불경기에 반가운 일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스포츠서울에서 활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성탄절 앞 정리해고 통보

   
  ▲ 회사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스포츠서울지부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28일 아침 출근시간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사옥 5층 사장실 앞에서 경영진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회사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12월22일 노조에 1월31일자로 정리해고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경영기획실 명의의 이 공문에는 감원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10가지 선정기준과 노조가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 기준에 따라 1월말까지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2월10일 전체 사원의 30% 가까운 34명을 정리해고 하거나 31%의 임금삭감안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안을 노조에 제시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1월말까지 구조조정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통보한 것이다. 회사는 “회사경영 여건상 인력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이를 조기에 마무리짓지 아니할 경우 회사 존립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라며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노조를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납득시키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박한다.

지난해 12월 노조위원장 임기를 마친 박현진 전 위원장은 “회사가 구조조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경영행위를 한 스스로의 책임은 털끝만큼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원들에게만 무한한 희생을 강요하는 경영진이 사원과의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구조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또 회사가 지난 11월24일 단행한 조직개편 인사가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직급무보직(10점 감점) △업무미부여(8~10점 감점) △징계전력(3~7점 감점) △기사협찬(5점 가점) △광고유치(5점 가점) 등이 회사가 밝힌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인데, 최근 조직개편 인사와 징계에 회사 경영방식에 불만을 표시했던 노조원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우석 신임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불법적인 구조조정을 하면서 겉으로는 아닌 것처럼 하고 있다”며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 실제 정리해고가 이뤄지면 해고자 모두 노조에서 껴안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 스포츠서울 노조와 비상대책위는 지난해 6월8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신문의 스포츠서울 매각을 규탄하고 매각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경영실패 누구 잘못

‘1등 스포츠신문’ ‘스포츠신문의 대명사’로 불렸던 스포츠서울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스포츠서울은 1985년 6월22일 창간됐다. 서울신문(당시 대한매일)이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신문의 성장가능성을 내다보고 창간을 결정한 것이다.

스포츠서울은 창간 당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신문 100년 사상 처음으로 전면 가로쓰기를 선보였고, 1면과 12면에 4도 컬러인쇄를 단행했다. 서울신문이 발간한 ‘서울신문 100년’사에는 스포츠서울 열풍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잘 드러나 있다. 창간호 70만 부가 동났으며 사흘째부터 그것도 모자라 74만 부, 나흘째부터는 76만 부를 발행할 정도로 인기였다. 심지어 스포츠서울이 한때 100만 부까지 발행하면서 모기업인 서울신문을 먹여 살렸다는 것은 언론계에 익히 알려진 얘기다.

그러나 스포츠서울은 서울신문의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리면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신문은 1995년부터 내리 5년 동안 수백 억 원씩의 영업손실로 누적적자가 1000억 원에 육박하고 누적부채가 1600억 원에 이르자 스포츠서울을 분사시키기로 결정했다. 스포츠서울을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뒤 독립법인의 주식을 팔아 서울신문의 경영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코스닥시장이 벤처기업 바람으로 달아오르던 시기와 맞아떨어지면서 서울신문의 숨통을 트는 계기로 작용했다. 1999년 12월에 이뤄진 스포츠서울의 분사와 코스닥 상장은 그 당시만 하더라도 모기업보다 경영상태가 튼튼했던 스포츠서울에도 나쁜 결정은 아니었다. 분사 뒤에도 스포츠서울은 2002년 월드컵 등의 이벤트에 힘입어 흑자를 냈다.

문제는 분사 이후 서울신문과의 고리였다. 서울신문 이사회에서 스포츠서울 사장을 선임하는 특수관계에 있었던 스포츠서울은 서울신문의 수익을 늘리는 창구로 이용됐다.

   
  ▲ <스포츠서울 2002-2007년 매출 추이>  
 
대표적인 사건이 스포츠서울 경영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2004년 3월 무료신문 ‘굿모닝서울’의 창간이었다. 구성원 대다수가 반대했지만 당시 스포츠서울 경영진은 창간을 강행했다. 스포츠서울 노조는 “다른 곳보다 비싼 인쇄비와 판매위탁비용을 서울신문에 지불하는 불공정한 계약을 해왔다”며 “특히 서울신문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창간된 굿모닝서울은 인쇄대행을 맡았던 서울신문의 수익만 늘려줬을 뿐 스포츠서울은 16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떠 안았다”고 말했다.

굿모닝서울은 창간 1년 뒤인 2005년 8월1일 적자누적을 견디지 못하고 정간했다. 무료신문과 가판시장의 붕괴와 같은 외부요인도 악재로 작용해 2002년 949억 원에 이르렀던 매출이 2007년에는 356억 원으로 추락했다. 경영진의 경영실패로 구성원들의 고통도 커졌다. 2002년 320명이었던 직원은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으로 2007년 5월에는 125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임금수준도 열악해졌다. 2004~2008년 5년 연속 기본급이 동결됐다. 상여금도 연간 총 750%에서 2004년 300%로 줄었고, 그나마 2005~2007년에는 650%를 반납했다.

1년새 2번 매각

특히 지난 2년 동안은 스포츠서울 구성원들에게는 최악의 해였다. 1년 사이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고, 대주주들이 횡령이나 배임과 같은 사건에 휘말려 법정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스포츠서울의 대주주였던 서울신문은 2007년 5월 스포츠서울의 보유주식 전량과 경영권을 조명환씨에게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서울신문과의 인쇄와 판매위탁계약은 그대로 유지되는 조건이었다. 스포츠서울 노조는 당시 “서울신문이 신문기업 경영보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은 조씨에게 무책임하게 매각을 추진하려 한다”며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노조의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나 조씨는 매각대금으로 융통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같은 해 9월 골프장 관련기업인 로드랜드 대표였던 정홍희 회장에게 주식을 넘기고 스포츠서울을 떠났다. 새 주인이 된 정 회장 역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수십 억 원대의 탈세와 횡령을 한 사실이 밝혀져 2008년 11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스포츠서울 매각을 추진했던 서울신문 노진환 사장과 박종선 부사장도 매각 과정에서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신문은 개인투자가 조명환씨에게 지분 전량(47.23%)을 매각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은 보유주식 일부만 매각했으며 주식하락을 막기 위해 거짓 공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드랜드와 합병됐던 스포츠서울은 지난해 말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오면서 코스닥 상장사로서의 지위도 상실했다. 스포츠서울 노조는 현 경영진이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인 뒤 헐값에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포츠서울을 떠나 경쟁매체로 자리를 옮긴 다른 기자는 “1등 스포츠신문으로 불리던 스포츠서울의 추락은 구성원들의 탓인가, 아니면 회사보다 서울신문의 이해를 대변해온 현 경영진의 책임인가. 구성원들로서는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통보가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쪽 입장을 들으려고 했으나 정상민 스포츠서울 경영기획실장은 “노조와 협의단계에 있다는 것 외에 따로 밝힐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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