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해가 밝았지만 마음이 무겁다. 기대했던 경제는 바닥이고 국회는 법안대립으로 대치상태다. 1일 신문들은 '희망'을 얘기하지만 실상을 바로 봐야 한다. 희망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사회적 합의도 없이 권력과 거리가 먼 서민보다 권력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상위권 1%를 위한 정책을 강행, 불협화음을 키운다면 안타깝지만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정부여당은 "한나라당 지지율 29.7%로 하락" "대통령·여당에 절반이상이 절망" 등 새해 첫날 신문들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되새겨봐야 한다.

다음은 2009년 1일 전국단위일간지들의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대결로 시작하는 2009년>
국민일보 <군살 붙은 한국호 체질 바꿔야 산다>
동아일보 <나를 넘어 우리, 손잡고 시련 이기자>
서울신문 <"선진국 진입 최대장애는 정치" 49%>
세계일보 <"한국경제 하반기부터 회복" 44%>
조선일보 <대한민국, 위기 때마다 성장했다>
중앙일보 <낙동강 '경제 살리기 물길' 열린다>
한겨레 <국민 84%, 살기 나빠졌지만 "희망 있다">
한국일보 <재편되는 세계질서…위기에 기회 있다>

"선진국 진입 최대장애는 정치"…통합의 정치 요구

   
  ▲ 서울신문 1월1일자 1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소폭 올랐으나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늘고 있다. 국민들은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로 경제문제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를 꼽고 있다. 국민들과 국회의원 모두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신문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29.7%로 낮게 나타났다. 지난 대통령선거 직후 조사 때보다 12.1%포인트 떨어진 결과다. 서울신문과 KSDC는 "경기침체와 정부와 여당의 불협화음 등이 주요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서는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한 비율은 15.8%로 바닥권이었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는 36%였다.

보통이라고 중간적인 답변을 한 비율은 40.9%였는데 이와 관련해 세종대 이남영 교수(KSDC소장)는 "유보적인 비율이 많다는 것은 새해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지와 반대로 갈릴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새해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제상황이 위태롭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79.6%, 선진국 진입의 최대 장애는 국민의 절반가량인 49.3%가 '정치문제'라고 대답했다.

가장 시급한 외교·통일·안보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설문에는 국민들은 한미협력강화(27.8%)보다 남북관계 회복(39%)을 우선으로 꼽았다.

서울신문은 2008년 한국사회를 점검하고, 2009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면서 정부에 '통합의 정치'를 요구했다.

"국민 다수가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보통'이라고 평가했다.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5.7%에 불과했다. 새해가 위기를 극복하는 한 해가 되려면 이명박 정부가 갈등적 요소보다 통합적 요소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역과 빈부·세대·노사·도농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처방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 1월중 조기 개각 32.7%-경제팀 교체 80% 원해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2년차를 이끌 내각 구성에 대해 "정파, 과거 정권 인사를 초월해 두루 기용하는 탕평인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41.7%)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일보는 "이는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강부자(강남땅부자)'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출신)'이니 하는 등의 비판이 많았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며 "정치적 이해를 뛰어넘어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물을 과감히 기용하는 탕평인사가 필요하다는 주문과도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 한국일보 1월1일자 5면  
 

개각 시기에 대해서는 1월 중(32.7%), 취임 1주년인 2월25일 전후(20.9%)가 압도적으로 많아 국민 다수가 조기개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점이 되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 교체 여부에 대해서는 조속한 교체(40.2%)와 어느 정도 위기극복 뒤 교체(40%)라고 응답해 시기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80%를 넘었다.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9.9%였다.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신문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의 문제점으로 야당과의 대화 및 타협부족(33.8%)이란 응답이 가장 많아 갈등보다 통합의 정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지나친 보수 성향(17.4%),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간의 갈등(14.6%)순이었다. 민주당의 문제점은 비전과 정책부족(24.4%)이란 응답이 가장 높았다.

국민을 가장 절망하게 만드는 것 '경제 불황' '낙후된 정치'

"사회해체가 가져올 일차적인 고통은 사회적 약자들에 집중돼 있다. 대체 언제까지 사회적 약자들을 이렇게 방치할 것인가. 새로운 희망을 일궈낼 수 있는 근본적인 성찰과 일대 분발이 요청되는 새해 첫날이다…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절망의 바다에 떠 있는 군도들의 외로운 독창이 아니라 희망의 바다에서 크고 작은 섬들이 함께 부르는 아름다운 화음의 합창이다."

   
  ▲ 한겨레 1월1일자 4면  
 

'절망과 희망'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은 경제회복과 빈부격차해소, 그리고 소통과 협력의 정치를 새해 소망으로 꼽았다.

한겨레의 여론조사에서 당신을 가장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가량(51.7%)이 경제불황이라고 대답했다. 다음으로 실업 및 일자리 부족(14.7%), 낙후된 정치(9.9%), 교육문제(7.7%), 빈부격차 심화(6.4%), 노후불안(4.8%) 등의 차례로 나타났다.

대체로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먹고사는 살림살이와 관련된 것들로, 미디어 관련법안과 금산분리 완화 등 일부 계층을 위한 정치권의 권력 투쟁이 얼마나 대다수 국민들의 삶과 거리가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경제발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안전망 확보, 복지정책도 시급하다는 소리다.

우리사회에 퍼져 있는 절망에 대해 어느 집단이 가장 많이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10명 중 4명 가까이(37.2%)가 대통령을 꼽았다. 다음으로 많이 나온 답은 여당(28.5%)였다. 우리국민 스스로 이런 절망을 자초했다는 답도 15.6%에 이르렀다. 야당과 언론기관이란 답은 각 4.1%였다.

새해 경제성장률 1% 혹은 마이너스 성장 예상

국민들은 경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지만 새해 경제전망치는 어둡다. 경향신문이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경제전문가 2명 중 1명은 새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48%)으로 내다봤다.

0%대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응답도 42%나 돼 세계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 경향신문 1월1일자 8면  
 

그나마 희망적인 전망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경제연구소장, 경제·경영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를 묻는 질문에 66%가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30%는 연중 내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강만수 경제팀을 '수·우·미·양·가'로 평가해달라는 물음에 경제전문가 10명 중 8명은 '미'와 '양'이라고 대답했다.

현 경제팀에 개각이 이뤄질 것을 전제로 가장 적합한 인사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창, 금융위원장에 김석동 전 재경부 차관과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지식경제부 장관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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