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언론법안을 연내 강행 처리하기로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위헌 법률 수정, 경제 살리기 등을 처리 배경으로 밝혔지만,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국민 홍보전을 강화해 정면 돌파할 방침이어서 사회적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헌 조항 정비? '신문·방송 겸영 금지' 합헌 결정엔 '침묵' 

한나라당은 28일 연내 직권상정해 처리할 법안 중 '위헌·일몰 및 관련 법안'으로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법 △지상파텔레비전방송의디지털전환과 디지털방송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인터넷멀티미디어(IPTV) 방송사업법 △전파법 △저작권법 등을 선정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위헌 법률로 판정이 나서 효력을 잃어 위헌인 상태를 국회가 방치해 두겠느냐"며 "(위헌 법률 처리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본 의무"라고 밝혔다.

김정권 원내부대표도 "위헌 판결 정비하지 않으면 법 정지 상태가 된다. 의장님께서는 대한민국 국회를 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보고 질서 유지권을 발휘해달라"고 촉구했다.

   
  ▲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 홍준표 원내대표,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내 처리할 직권상정 법안 85개를 발표하고 있다. 최훈길 기자 chamnamu@  
 
구체적으로 한나라당이 발의한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위헌 조항이 포함된 법률에 한나라당이 원하는 내용을 끼워 넣은 것이 다수다. 신문법에선 위헌 판정을 받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내용과 함께 '신문·방송 겸영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신방 금지 조항은 합헌으로 판정난 것이다.  

언론중재법에선 위헌 판결난 '정정보도 청구소송 가처분 절차' 조항을 삭제하는 한편, 포털·언론사 닷컴·IPTV 관련 규제 조항을 포함시켰다. 민주당에선 "누리꾼들의 댓글을 규제하는 위장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방송법을 위헌 관련 법안으로 꼽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이날 성명에서 "방송법에서는 지난 11월27일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독점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년 12월 말까지 개정안을 내기로 한 것일 뿐"이라며 "방송법이 마치 위헌 판결을 받아 개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듯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살리기 법? 주장은 하는데 의견 분분

임태희 의장은 언론법안에 대해 "지금 세계적으로 미디어산업이 지식경제 산업에서 급성장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지식정보화, 창의력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늘리는 경제살리기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밝힌 법안 자료에서도 방송법 개정 이유로 "신문방송겸영 규제완화는 자본 유입 효과와 미디어 및 콘텐츠산업 전반을 진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밝혔고, 디지털 발전특별법은 "지상파 방송사의 1.7조원대 민간투자와 디지털 TV 수상기, 콘텐츠 등 관련 산업의 급성장 기대", IPTV법은 "향후 5년 간 4.5조 원이 투자되어 생산유발 8.9조 원, 일자리 3.6만 명 창출 예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방 겸영에 따른 지역언론·신문사 등의 타격, '통신분야의 일자리 20만 개 창출'이라는 기대치를 전체 일자리 증가인 양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 10년 동안 케이블 TV의 고용창출 미비 등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도 위 법안을 경제살리기 관련 법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방송법, 야당과 논의 가능? "조삼모사 불과"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방송법 하나 그리고 사회개혁 관련 법안 중 5개 정도"라며 "이것은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법"이라고 밝혔다.

앞서 언론법안의 직권상정을 발표했다가 이날 오후 뒤늦게 '방송법'엔 타협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해 '여론 물타기'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연내 처리가 예상되는 언론법안 중 신문법, 방송법, IPTV 법안 등은 조항이 서로 맞물려 있다. 방송법만 따로 떼어 놓고 처리 유무를 결정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또 민주당 역시 타협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했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은 방송장악법이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혀둔다"며 "한나라당은 방송장악법 철회를 먼저 선언해야 한다. 일부 국민분열법을 연내 처리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의 제안은 민주당을 협상테이블에 일단 앉히고 보자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여론 역풍 우려? "대국민 홍보전" 강화

논란이 되는 언론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나라당은 여론의 역풍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내일(29일) 의원총회를 열고 법안 처리를 위한 '내부 여론 다지기'에 나섰다. 또 대외적으론 '대국민 홍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청와대 배후설'을 일축하고 나선 것이 주목할 만하다.
 
한나라당 고문단은 이날 오찬에서 "대국민 홍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국민들께서 85개 법안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언론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당 조직의 집중적인 홍보도 필요하다는 고언도 당부하였다"고 윤상현 대변인이 전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에서 청와대를 들먹이는데 5월22일 원내대표가 된 이후로 단 한번도 청와대로부터 원내 지휘에 관한 지시를 받은 일이 없다"며 "내 책임하에 일을 하고 잘못이 있으면 내가 책임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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