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외면한 뉴스는 시장에서도 외면당한다
현실외면한 뉴스는 시장에서도 외면당한다
[해외언론은 지금]

언론을 상품으로 간주하지 않는 사람은 ‘계급투쟁’을 옹호하는 것이라는 원색적인 주장을 폈던 한 독일정치인이 있었다. 독일자민당 의원인 부르크하르트 뮐러의 이런 발언에는 언론이 일반상품과 동일하게 다루어지기를 바라는 시장주의자의 간절한 소망이 깃들어 있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맛좋은 독일 소시지처럼 언론도 비판적 보도가 아닌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보도를 통해 일반상품이 되어야한다는 말씀이다. 더구나 언론을 소시지공장에 비유하는 언론인도 있었다.

언론이 정말 소시지공장에 불과하다면 매체분석은 한가한 이론유희에 불과할지 모른다. 나아가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일반적 규정과 상품물신주의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경제사회에서 언론은 일반상품과 달리 비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물질적 정신적 상품이다. 그러나 이런 언론을 상품으로 간주하지 않고 나아가 단순상품생산자의 위상을 거부하는 반(反)시장주의적인 기자들이 있다. 뮐러가 ‘계급투쟁’ 운운한 까닭은 바로 이런 기자들 때문이다.

요리사와 같아진 기자들의 노동

이들은 다년간 연마한 자신들의 특별하고 구체적인 ‘언론노동력’이 사회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보도행위로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지배질서의 재생산도구로 전락하는 참담한 언론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언론자본 내부에 사회여론이 반영되지 못하고 오히려 총자본의-국가의-이익이 반영되는 현실에 대한 거부감을 표명하기도 한다. 자본의 논리를 거부하는 이런 기자들의 직업윤리는 저널리즘 사용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전(前)자본주의적인 인식의 표현일지 모른다. 사실 이런 직업윤리는 교환가치가 발달하지 않았던 중세유럽의 동업조합인 길드에서 시작된 것이다. 당시 길드는 외부로부터 조합원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길드조합원은 경쟁을 의식하지 않고 사용가치에-질적 수준 향상에-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길드라는 보호막이 사라진 오늘의 교환가치사회에서 기자들은 다른 직업군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에 내몰린지 이미 오래이다. 이것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교환가치를-올리는 데에 집중해야함을 의미한다. 저널리즘 사용가치를 높이려는 기자들의 노동은 낙후한 환경에서 값싼 재료로 훌륭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요리사를 연상시킨다.

비판 뺀 뉴스·음악프로 양산 주문하는 극우 정치인

극단적인 우파정치인 부르크하르트 뮐러가 얼마 전에 주장했던 ‘언론개혁안’의 내용은 이렇다. 비판적 관점이 철저하게 배제된 뉴스프로그램과 음악방송을 크게 늘리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것은 1942년 당시 독일제국총리였던 아돌프 히틀러의 요구했던 바와 매우 일치한다. 히틀러는 “흥겨운 음악은 노동력을 증진시킨다”면서 단신뉴스와 음악방송에 집중하도록 했었다. 오늘의 후기자본주의시대에 뮐러의 언론개혁안은 군국주의 시절의 그것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시대에 언론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대량감원조치를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뉴스의 사용가치 증가가 아닌 이윤증대를 위한 것이다.

   
  ▲ 서명준 독일 베를린 자유대 언론학 박사과정  
 
기자들의 정리해고가 저널리즘 사용가치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어떻게 증명될 수 있을까. 유능한 전문기자가 빠진 언론사의 수준은 정말 떨어진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역설적으로 시장(市場)이 제공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현실을 외면하는 뉴스를 외면하고 있으며 이는 시청률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즉 매체소비자가 파업을 하는 셈인데, 여기에 시민과 기자들의 관심이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비판저널리즘을 유지하는 것이다.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가 앞서야

최근 MBC 기자 75명의 자사 뉴스비판에는 교환가치가 아닌 저널리즘의 사용가치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요구가 반영되어 있다. MBC뉴스의 시청률 하락과 기자들의 뉴스비판은 저널리즘의 가치관계-교환가치와 사용가치-에서 출발하는 과학적 언론분석이 더욱 절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과 기자의 공동관심에 기반한 진정한 ‘언론권력’의 창출을 바라는 평기자들의 소망이야말로 한국언론의 미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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