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어청수 경찰청장을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으로 선정해 물의를 빚은 가운데, 주최쪽에서 수상자들에게 거액의 홍보비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돈 내고 상 받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3일자 경남도민일보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주최 쪽이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에 돌린 '안내문건'에 "최종 평가에서 선정된 기업에 한해 11월7일까지 입금"하라며 홍보비 명목으로 대기업 2000만 원, 지방자치단체 1500만 원이라는 액수가 적혀 있다. 문건에는 홍보비가 '연합광고(한국일보 연합광고 등) 및 시상식'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라고 쓰여있다.

   
  ▲ ⓒ경남도민일보  
 

경남도민일보는 "상을 받은 19개 자치단체와 행정기관이 모두 홍보비를 입금했을 경우, 주최측은 3억1350만 원의 홍보료 매출을 올리게 되며, 7개 기업이 입금해야 할 1억 5400만 원까지 합치면 무려 4억 6750만 원의 홍보료 수입을 얻게 된다"고 보도했다. 실제 상을 받은 지자체에서는 '홍보비'를 속속 입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내용을 다룬 3일자 인터넷언론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양평군(군수 김선교 친환경경영 부문 대상), 서울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 미래경영 부문 대상), 충남 홍성군(군수 이종건 창조경영 부문 대상)에서 각각 1500만원을 각각 냈다. 또 충남 서천군(군수 나소열 생태환경 부문 대상)은 1650만원, 대구 수성구(구청장 김형렬 청렴경영 부문 대상)는 800만 원, 충남 옥천군(군수 한용택 가치경영 부문 대상)은 330만원을 각각 냈다.

이에 대해 '미디어스'는 "지자체들이 주최 쪽에 낸 돈의 액수가 천차만별이었다"면서 "실제 돈이 오가는 과정에서 '협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공식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낸 곳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남도민일보도 "홍보비 명목으로 받은 거액의 돈을 과연 광고비나 시상식 등 소요비용으로 모두 사용하지 않고, 주최측의 수익으로 남긴 것은 아닌지", "각 자치단체나 행정기관, 기업에서 지출된 거액의 홍보비가 상을 받은 기관·단체장과 경영자의 개인 부담인지 아니면 예산 또는 공금으로 나갔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11월27일자 한국일보 20, 21면 광고  
 

   
  ▲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주관하는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상' 행정기관부문에 어청수 경찰청장이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7일자 한국일보에 난 수상자 명단과 얼굴.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경남도민일보는 논란의 당사자인 어청수 경찰청장 쪽에서 "하늘에 맹세코 한 푼도 낸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 운영사무국' 관계자도 이번 일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주최한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은 행정기관부문에 '촛불정국'에서 시민들을 강경 진압해 비난을 산 어청수 경찰청장을 선정해 시민사회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후 주최쪽이 상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사무실도 없는 '정체불명의 단체'라는 점이 언론보도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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