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지상파광고 판매대행 독점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방송계에 거대한 회오리를 몰고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KOBACO 체제의 방송광고 연계판매를 통해 방송광고 수익을 보전해온 지역·종교방송들은 향후 새로 도입될 민영 미디어렙(광고판매대행업체) 사이에서 큰 폭의 매출감소를 겪을 전망이며, 재벌 등 광고주들의 본격적인 미디어렙 사업 진출로 방송구조 자체도 재벌 대기업의 직접적인 방송 장악력이 극대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KOBACO 독점 불가 의미와 반응= 김석창 지역방송협의회 사무총장은 “지역과 종교방송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헌재의 결정은 아무런 대책 마련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적 판단을 내려 강제로 코바코 체제를 해체토록 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지역방송사 입장에서 스스로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지상파 방송 광고 판매 대행 독점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공사, 지역방송협의회, CBS, 불교방송이 지난달 26일 헌재 앞에서 방송광고 경쟁체재와 민영미디어렙 도입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이다. ⓒ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무엇보다 지역·종교방송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 결정이 연계판매제도의 중단까지 확대될지 여부에 있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KOBACO와 공사가 출자한 업체만 광고판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과 방송법시행령이 헌법에 불합치된다고 밝혔다. 지역·종교방송에 대한 연계판매가 중단될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기 때문에 일단 이들 방송 종사자들은 연계판매에 준하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현 지역MBC정책연합 정책기획팀장은 “이번 결정이 연계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결정문에도 지역방송 등에 대한 적절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미디어렙 경쟁 체제로 간다해도 KOBACO 체제의 연계판매 제도는 존재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향후 민영 미디어렙 설립이 본격화될 경우 이런 전제들과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며 국회의 대체 입법이나 개정 작업시 이에 대한 지역방송의 입장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종교방송 타격 얼마나= KOBACO 독점 해체 결정은 지역·종교방송에 직접적인 수익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각 방송사 별 연계판매 비율을 보면 19개 지역MBC의 광고매출액 3516억원 중 15~20%(527억~702억 원)가 연계판매비율로 추정됐고, 9개 지역민방의 경우 1900억 원 중 20~25%(378~477억 원), 종교·라디오방송의 경우 768억 원의 광고매출액 중 연계판매비중이 80% 이상에 달했다(이정현 한나라당 의원 9월 발표자료).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0월 장세환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1일부터 6월4일까지 전문가 21인(학계·업계·광고단체)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델파이 조사 결과, 방송3사 매출액은 미디어렙의 제한경쟁(1~2개 허용) 도입시 13%, 완전경쟁(모두 허용)시 23% 증가하지만 지역민방은 7~10%(170억 원), 종교방송은 26~37%(333억 원), 신문은 5~8%(1100억 원) 감소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는 매우 보수적인 전망치여서 실제 지역·종교방송 등 취약매체들의 광고 매출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시 30~80%까지 줄어들어 사실상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너도나도 미디어렙 사업에 뛰어들면 서울의 지상파방송사 또는 새 방송법시행령에 따라 자신들이 투자해 설립될 방송사에 광고가 집중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설령 연계판매 제도가 존치된다 해도 지역·종교방송에는 거의 광고배정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의 상업화·광고주 예속” 방송계 판도변화= 이번 결정이 갖는 함의는 지상파의 영향력 축소라는 현 정권의 큰 밑그림의 연장선이라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석창 사무총장은 “이번 결정은 방송구조 개편의 물적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종합편성 PP 도입에 따라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진출이 가능해지면 민영 미디어렙을 통해 지상파가 갖고 있던 방송광고 점유율, 즉 ‘파이’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총장은 “민영미디어렙 도입 초기엔 지상파 방송광고료가 올라갈테지만 곧 IPTV 본격 서비스, 대기업 신문의 종합편성PP 진출과 안정적 광고수익 확보가 이어지면 지상파 3사의 영향력과 광고수익도 점차 줄어들 공산이 크다”며 “현 정권이 당초 기획재정부의 힘을 빌어 미디어렙 도입을 밝혔다가 종교방송 등의 저항에 밀려 주춤했으나 곧 헌재가 터뜨리는 방식으로 미디어렙 문제를 마무리지으며 방송구조개편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서울의 MBC와 SBS가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한다면 매우 단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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