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당락과 관계없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지난 해 12월7일이다. 많은 시간이 지나 만 1년에서 2주 부족한 시점이다. 그는 검찰이 ‘BBK 무혐의’를 발표한 직후, 즉 대선을 12일 앞두고 재산 사회환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세를 굳힐 회심의 카드였다. 이명박 후보는 “BBK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발표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만큼 더 이상 다투는 일에 매달리지 말자”며 “대통령이 되면 포용의 정치를 통해 비난하고 공격한 사람도 끌어 안겠다”고 다짐했다.

언론, 재산환원 후속 보도 찾기 어려워

당시 선관위에 등록된 이 후보의 공식 재산은 모두 353억8000여만 원으로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120억 원, 서초동 땅 90억 원, 양재동 영일빌딩 68억5000만 원, 논현동 주택 40억5000만 원 등이 포함되었다. 이 후보는 재산 사회환원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는 “방법과 절차는 주위의 좋은 분들과 의논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청와대는 재산환원에 대해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도 대통령 체면을 생각해서인지 별반 주목하지 않는다. 기사 검색을 해 보니 지금까지 재산 환원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한 기사는 몇 건 안 된다.

청와대가 그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은 지난 12일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그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재산환원 문제에 대한 질문에 “지금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각계 의견을 듣고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양재동 영일빌딩의 지하 1층의 유흥주점은 접대부가 성매매를 한다는 이유로 이 대통령이 최근 세입자에 대해 ‘임대 목적을 어겼으므로 건물을 비워달라’며 명도소송을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통령 재산 환원문제는 이 소송이 종결되기 전까지는 진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빌딩을 환원하는 것은 깔끔한 모양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사는 지난 여름 나온 것으로 “재산환원으로 재단을 설립할 예정이며 재단의 정관작업은 거의 마무리됐고 법률 검토 단계로 재산헌납위원회를 꾸려 세부 준비를 거친 뒤 연말쯤 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최종 윤곽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직껏 헌납위원회가 떴다는 소식이 없어 ‘연말쯤 내놓는다’는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이 기사는 환원이 늦어지는 이유를 환원 예정 재산이 대부분 부동산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이 대통령의 재산 사회환원 약속이 지지부진하지만 ‘왜 그러냐’고 쓴 소리를 한 기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언론은 국민이 궁금해 한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가?
이 대통령이 지난 해 재산환원을 약속하면서 대선에서 얼마나 득을 보았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재산 환원이 지금껏 지연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특히 매사에 성격이 급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이 자신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재산환원을 매듭짓지 않는 것은 문제다. 이 대통령의 재산 환원 약속은 자신의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나왔다. 또 당시 재산 환원 발표 때 “대통령이 되면 포용의 정치를 통해 비난하고 공격한 사람도 끌어 안겠다”고 말한 것도 비중있게 보도되었다.

포용의 정치도 선거용이었나

   
  ▲ 고승우 논설실장.  
 
그러나 지금껏 두 가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포용의 정치와 관련해서는 최근 버락 오바마 당선자의 포용정치가 주목을 받으면서 그의 위약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경제 대통령 후보’를 자처했고 적지 않은 도덕적 결함 등에도 불구하고 압승했다. 그는 경제만큼은 자신있다고 호언 장담했다. 다른 후보들이 이런 저런 장점을 내세웠지만 747 공약 등을 앞세워 부자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 대통령의 위세 앞에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지 1년이 다 되는 시점에서 그의 속 좁은 인사 스타일과 우왕좌왕하는 식의 경제대책에 대해 그의 우군이었던 조중동까지 매서운 비판을 쏟아내는 판이다. 매사에 때가 있는 법이다. 대통령이 진작 재산 환원을 끝냈더라면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민심악화는 물론이고 소유 빌딩의 용도문제로 인한 소송도 피할 수 있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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