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준(49·사진)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기자 블로그도 회사의 보도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블로그의 특성을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국장은 지난 10일 편집국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자 블로그의 내용은 중앙일보와 JMNet 구성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취재 담당 분야와 관계된 내용이나 사회 이슈를 다룰 때는 중앙일보 및 JMNet 매체의 보도 기준을 따라야 한다 △외부 사이트에 개인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블로그 타이틀에 중앙일보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아야 하며, 내용도 최대한 기자 블로그와 같은 기준을 지켜야 한다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중앙은 그동안 편집국과 조인스닷컴 외에 다른 계열사 소속원 일부가 포함됐던 기자 블로그 대상을 최근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중앙데일리, 일간스포츠, 시민사회연구소 소속 기자로 제한했다.

김 국장이 직접 기자 블로그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올해 불거진 두 사건 때문이다. 지난 5월 촛불정국 당시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에 근무하던 이아무개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중앙을 비롯해 조선·동아의 촛불보도를 비판한 뒤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고, 조인스닷컴 정아무개 기자는 이달 초 역시 블로그를 통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SK프로야구단을 비판해 SK 팬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 중앙일보 조인스닷컴 블로그 홈.  
 
김 국장은 “두 건 모두 기자 블로그의 성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개인의 생각을 블로그에 내보냄으로써 발생한 사건이었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응분의 조치는 이미 취해졌지만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편집국 여러분에게 기자 블로그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메일을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사회적 이슈나 논쟁의 대상이 되는 사안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중앙일보의 지면에 실려도 무방할 정도의 균형 감각과 전문가적인 식견, 그리고 무엇보다도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특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쓴 블로그 글로 인해 회사에 피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기자 블로그 내용은 취재 활동의 연장된 결과물을 반영하지만 언론인은 자율성을 근간으로 한 전문직이기 때문에 기사 외에 블로그에 쓰는 내용이 반드시 회사 정책을 따를 필요는 없다”며 “블로그도 회사의 이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은 창발적 글쓰기를 제약하고 기자의 프라이드를 깎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도 “기자 블로그의 독립성을 인정할 경우 매체의 성격과 다르게 전개돼 시장에서 혼란을 줄 수 있는 반면, 일반 독자들은 뉴스룸을 개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독립성을 부정하면 다양성과 양방향성 등 소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블로그의 특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전통매체 뉴스룸이 앞으로 블로그나 양방향 서비스에 대한 기자 참여가 늘수록 내부 규칙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중앙의 경우 블로그와 신문의 논조를 일체화하기 위한 ‘관리’ 차원의 접근으로 블로그의 특성과 가능성을 외면했고, 내부의 원만한 합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졌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앙의 한 관계자는 “뉴욕타임스나 LA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사는 취재활동 중에 알게 된 사실이 블로그를 통해 잘못 나갈 경우 퇴사 조치하는 등 우리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내부에서는 특별한 문제제기 없이 김 국장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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