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3일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한 핵심 논리는 "혼인한 부부 또는 가족이 혼인하지 않은 사람보다 차별취급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맞벌이 부부가 두 배로 돈을 번다고 해서 이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결혼하지 않고 따로 사는 남녀에 비교할 때 부당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5억 원짜리 아파트는 종부세 대상이 아닌데 각각 5억 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남녀가 결혼해서 부동산 자산이 10억 원으로 늘어나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다. 물론 일부의 경우겠지만 왜 결혼한 사람들을 차별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맞벌이든 홀벌이든 부부가 공동으로 조성한 재산을 합산 과세할 경우 독신자보다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세대별 합산 규정은 생활 실태에 부합하는 과세를 실현하고 조세회피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수긍할 수 있으나 가족 간 증여를 통해 재산 소유 형태를 형성했다고 해서 모두 조세회피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의 논리에 따르면 종부세를 안 내려고 부부가 부동산을 부부 공동 명의로 돌리는 경우도 증여세만 제대로 낸다면 조세 회피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부부 공동 소유로 하든 한 사람 소유로 하든 그건 각자 알아서 할 일이고 다만 가족이라고 해서 이들의 재산을 모두 더해 과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리다.

헌재는 "정당한 증여의 의사에 따라 가족 간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도 국민 권리에 속하는 것이며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고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의 재산까지 공유한다고 추정할 근거 규정이 없으며, 공유 재산이라 해서 세대별로 합산해 과세할 당위성도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미 소득세를 부부 합산해 과세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문제는 세대별 과세를 인별 과세로 바꿀 경우 종부세 과세 대상 가구 대부분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데 있다. 내년부터 종부세 부과 기준이 공시가격 기준 9억 원임을 감안하면 부부 합산 18억 원까지 종부세 납부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국세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과세인원 37만9천 세대 가운데 공시가격 6억∼9억 원의 주택을 소유한 납세자는 22만3천 세대로 58.8%에 이른다.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 원으로 조정하면 과세대상자가 절반이 넘게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세대별 합산 과세를 인별 과세로 전환하면 90% 이상이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지난해 16억 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세대는 3만3000세대로 전체 종부세 과세 대상자의 8.6% 수준이었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사무처장은 헌재가 세대별 합산과세가 혼인한 부부를 차별한다는 논리에 대해 "종부세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처장은 "헌재도 종부세의 법적 정당성은 인정했다"면서 "일부 차별의 소지가 있더라도 절차와 합당한 목적이 있으면 차별을 용인 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미 9월1일 세제 개편안에서 올해부터 주택과 종합합산토지의 과표적용률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고 세부담 상한도 낮추기로 했다. 9월23일 종부세 개편안에서는 내년부터 과표구간 및 세율을 대폭 완화하는 동시에 과표 산정방식을 공시가격이 아닌 공정시장가액으로 바꾸기로 했다. 여기에다 이번 헌재 결정까지 반영하면 종부세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처장은 "세대별 합산 과세를 인별 과세로 바꾸려면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6억 원에서 3억 원 이하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종부세의 정당성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그 실효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종부세를 상위 2%의 부유층에 한정할 게 아니라 모든 주택으로 넓히고 세율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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