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와 광우병 논란이 정점이던 시기, 방송이 두 차례나 연기됐던 ‘잃어버린 나의 아이’ 편(기획 윤미현 연출 장형원)이 지난 7일 드디어 전파를 탔다. 지난해 영국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아들을 잃은 크리스틴 로드의 이야기와 영국 정부의 광우병 정책을 다룬 이야기다.

다큐는 이미 지난 6월 촬영을 마치고 7월 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광우병 논란과 에 대한 공세, 검찰 수사 압박 등이 고조에 달하면서 MBC는 ‘민감 아이템’에 대한 방송 ‘잠정 연기’를 택했다. 한 쪽에선 ‘비겁한 선택’이라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방송은 성사됐으나, 그 사이 상황은 많이 변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으니, 일부 언론의 태세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일자 신문에서  ‘MBC가 또 다시 광우병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며 “지금 왜 MBC가 광우병을 다루어야 하나”, “PD수첩 잘못부터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잔뜩 각을 곧추세웠다.

장형원(사진) PD가 애초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 국내에서 ‘광우병’은 그리 큰 이슈가 아니었다. 오히려 조류독감이 문제여서, 장 PD는 인수공통전염병과 관련한 아이템을 찾던 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크리스틴 로드의 이야기를 다룬 영국 BBC 다큐멘터리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 두 아이를 두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크리스틴 이야기에 공감이 갔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영국에 도착해 인터넷도 되지 않는 지역을 돌며 촬영하는 한 달 여 동안, 한국에서는 갑자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인해 촛불시위가 들불처럼 일었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여론을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이 도마에 올랐다.

장 PD는 “처음에는 크리스틴 로드를 만나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느낀 점을 감성적 접근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광우병’이 ‘핫이슈’가 되고 급기야 방송이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면서 그 사이 “자막이 길어지고, 설명도 늘어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장 PD는 “제작자로서 (번역)오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기본 임무이나, 사과방송을 해야할 것까지는 아니었다”고 오역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이번 취재 당시 영국에서 만났던 전문가들도 CJD(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 vCJD(인간광우병)의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고 맥락으로 표현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다시 확인 차 물어보면 그때서야  ‘혹시 의학이나 과학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이냐’고 되물어 볼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잃어버린 나의 아이’ 편은 크리스틴 로드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 광우병 정책의 뼈아픈 시행착오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여기엔 산업적·정치적 이유 때문에 광우병의 위험 가능성을 뒤로 미뤄뒀던 90년대 영국 정부와 2008년 한국 정부의 모습이 겹쳐진다. 장 PD는 “실제 광우병의 위험성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시행착오 끝에 ‘광우병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있는 경우 예방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여 년 간 진통 끝에 영국이 내놓은 교훈을 우리가 무시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한다.

이번 다큐의 주인공인 크리스틴 로드가 12일 한국을 방문한다. 학교급식네트워크 등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초청으로 한국의 언론과 시민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글·사진=최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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