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제위기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사들도 매출 부진 등 경영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엄기영 MBC 사장은 29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최근 광고매출 부진으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며 "전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비용을 줄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현 경영 상황의 심각성을 밝혔다. 

엄 사장은 이날 '사원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상황이 우리의 노력을 무위로 돌려버리고 있다"며 "현재 광고매출 상황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보다 2배 이상 심각하다"고 밝혔다.

   
  ▲ MBC 엄기영 사장. ⓒMBC 홍보부  
 
엄 사장은 이어 "실제 9월 광고매출이 작년에 비해 80억 원, 10월, 11월, 12월 석 달 동안의 광고매출은 작년보다 5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흑자가 예상되던 올해 영업수지는 성수기여야 할 연말에 닥친 외풍으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엄 사장은 "현재의 위기는 우리에게 피와 땀을 요구하고 있다"며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이고 아낄 수 있는 것은 아껴야 한다. 전 사원들이 비용을 줄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선을 다해 경영 효율화를 이뤄내도록 해야 한다"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지금의 비상 상황에서는 노사가 따로 없고 사원, 임원이 따로 없다. 모든 임직원이 고통을 분담하고 합심해서 슬기롭게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경제 사정이 더 나쁠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에서 고통을 감내하는 조정과 절감이 뒤따라야 한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불안정한 광고시장에만 기대서는 미래가 없다. IPTV와 DMB 등 뉴미디어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해야 미래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MBC 노사는 28일부터 비상경영방안을 포함한 노사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