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신인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533으로 태국(244)의 두 배가 넘고 중국(176)의 세 배가 넘는다. CDS는 만약 부도날 경우 금융회사가 대신 채무를 갚아주는 파생상품인데 이 CDS 프리이엄은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흔히 쓰인다.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특히 취약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온갖 대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외화 유동성과 부동산 대출 관련 우려가 남아있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나라는 부도 위기에 직면한 아르헨티나(3217)이나 아이슬란드(1067), 정도다.

종합주가지수가 1049.71까지 폭락한 다음날인 24일 주요 언론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동안 정부 대책에 기대서 반등의 희망을 찾던 일부 언론들까지 이제는 섣불리 바닥을 예견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1000 이하의 시대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한국경제 10월24일 4면.  
 
대외 변수들을 대략 훑어보면 경상수지가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는데다 적자 규모도 꽤나 크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연말에는 순채무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1.5%까지 치솟고 있고 내년에는 2%를 웃돌 전망이다. 부동산 가격도 하락 추세고 미분양도 꾸준히 늘고 있다. 건설사들 연쇄 도산이 머지 않았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들 주식 매도도 계속되고 있어 한때 42%에 이르던 외국인 지분 비율이 29.5%까지 떨어진 상태다.

   
  ▲ 한국물 5년 만기 CDS 추이.  
 
그러나 과연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 부도 가능성이 더 높을 만큼 위험한 상황일까. 최근 언론 보도는 지나치게 위험을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 세계 경제의 전망이 매우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부채비율이 낮고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설 여력이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부도 가능성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한 바 있다. 1순위는 신용등급이 낮은 신흥국 가운데 부동산 가격 거품의 붕괴 가능성이 높고 많은 부채와 경상수지 적자에 노출된 발틱 연안국가(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들과 동유럽 국가(불가리아, 루마니아)들.

2순위는 경상수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동산 버블과 자금유출에 노출되어 있는 국가들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일랜드 등. 3순위로는 부동산 버블 정도가 약하지만 부채가 과도하며 경상수지 적자가 심한 국가들인 그리스, 베트남, 남아공, 헝가리 등. 4순위는 국가 신용등급은 높지만 국가 규모가 크지 않고 중계무역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

이런 분류대로라면 우리나라는 3순위와 4순위 사이에 있다. 국가 부도 상황을 거론하기에 아직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는 그리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주식을 내다 팔고 있지만 이를 국가 부도 가능성과 연결시키는 것은 터무니없는 억측이다.

긍정적인 지표도 발견된다. 일간 수출 금액이 15.1억달러로 최근 2~3개월 수준과 비슷하지만 수입이 일간 17.0억 달러로 지난달 20억달 러에서 크게 줄어들어 무역수지가 개선됐다. 수출이 버티고 있는 것도 용하지만 국제 원유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줄어들어 무역수지 흑자 전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무역수지가 개선된다는 말은 환율 역시 안정을 찾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이탈이 부담요인이 되고는 있지만 적어도 무역수지 부분의 개선은 환율 수급 및 심리요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 경상수지 개선이 시작된다는 가정 아래 환율의 하락에 좀 더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과도한 낙관론 못지 않게 과도한 비관론 역시 경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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