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연일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데에는 SBS TV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영향이 적잖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부터 이 미술관은 드라마의 주인공인 단원 김홍도(박신양 분)와 혜원 신윤복(문근영 분)의 그림이 포함된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 서화전'을 열고 있다.

   
  ▲ 혜원 신윤복의 대표작 '미인도'.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26일까지 전시한다. ⓒEBS  
 
특히 드라마는 원작인 이정명씨의 동명 소설에서 신윤복이 남장 여자라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이 조선 후기 풍속화가에 대한 대중들의 호기심을 돋웠다. 가히 '신윤복 열풍'이라 할 만한 이 폭발적 관심은 스크린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김홍도와 신윤복을 연인 관계로 엮은 전윤수 감독의 영화 '미인도'가 다음 달 13일 개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소설과 드라마, 영화 등 허구 장르가 역사적 인물들을 불러내긴 했지만 이들이 살았던 삶의 실제 자취나 예술적 성과의 진면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건 역사서나 다큐멘터리일 것이다. EBS TV <다큐프라임>은 단원·혜원과 함께 기산 김준근까지 조선 후기의 대표적 풍속화가 3명을 조명한 3부작 '조선의 프로페셔널-화인(畵人)'을 지난 7월에 이어 20~22일 밤 11시10분에 앙코르 방송한다.

다큐멘터리는 궁중 화가였던 김홍도가 왜 서민들의 풍속도에 매진하게 됐는지, 기생을 주로 그린 신윤복은 과연 저속한 화가였는지, 전 세계 11개국에서 기산 김준근의 그림이 발견되고 있음에도 왜 국내에선 그가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등 흥미로운 의문들을 풀어낸다.

20일 방송되는 제1부 '풍속화, 조선을 깨우다'에서는 김홍도가 나타낸 천재성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그의 행적을 거슬러 올라간다. '씨름도'에서 드러나는 그의 천재성을 재연 등을 통해 분석하고 그가 특히 능란하게 사용했던 선(線)에 대해 살핀다. 또 금강산 그림의 사실성을 증명하고 김홍도가 서양의 광학기구를 사용해 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21일 방영될 제2부 '여인과 색깔, 조선을 흔들다'는 화려한 색(色)을 동원하고 여인을 주로 그렸던 신윤복의 삶과 작품 세계를 비춘다. 다큐멘터리는 신윤복이 기생을 과감히 등장시키면서 당시 조선의 향락 문화를 풍자하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아울러 현재와 같은 색의 재료들이 없던 시대에 그가 어떻게 화려한 색 재료를 구했는지 밝히고, 현대 회화의 구도분석 방식으로 그의 탁월한 미의식도 탐구해 본다. 그의 대표작 '미인도'의 복원 작업도 진행한다.

22일엔 19세기 개화기 조선의 운명을 기록했지만 현재 베일에 싸여 있는 김준근의 세계를 다룬 '조선풍속화, 세계를 거닐다'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170여 점을 포함해 전 세계 11개 국에 1190여 점에 달하는 그림이 퍼져 있음에도 국내에선 이름조차 생소한 그의 행적을 유일한 단서인 그림을 통해 역추적한다. 또 여러 명의 화가들이 그림을 공동 제작해 그의 이름을 상호(商號)로 유통했으며 그가 근대 번역소설 '천로역정'의 삽화가일 것이라는 가설의 입증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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