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와 경찰에서 복무 중이던 자식을 사고로 잃은 유가족들이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경비교도대 장병을 처음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행정심판위원회 결정을 비판한 동아일보에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방문했다.

   
  ▲ 군의문사 유가족연대 회원 20여 명은 17일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 사옥을 항의 방문해 군 자살자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정부결정을 비판한 사설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군 의문사 유가족연대(회장 김정숙) 회원 20여 명은 17일 오후 4시께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 사옥에 모여 동아일보 지난 16일자 사설 <'군 자살자=국가유공자'라는 해괴한 정부 결정>이 유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며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정숙 유가족연대 회장은 "동아일보 사설은 명확한 사인조차 모른 채 자식의 명예회복을 위해 십수년 동안 싸워온 유가족들을 다시 한 번 죽이는 일"이라며 "관련자의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 군의문사 유가족연대 회원 20여 명은 17일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 사옥을 항의 방문해 군 자살자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정부결정을 비판한 사설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고 손상규 중위의 어머니 이옥희(51)씨는 "의문사를 당한 자식이 행정소송을 통해 겨우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동아일보는 유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행정심판위의 결론을 해괴한 정부 결정으로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이후 이뤄진 면담자리에서 유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자료를 가져다주면 이 문제를 다시 다뤄주겠다고 밝혔다. 의문사 관련 취재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설위원실 관계자는 "유가족들의 불만을 잘 경청했다"고 말했다.

애초 동아일보의 '정정보도 불가' 입장에 불만을 표시했던 유가족들은 동아일보가 사과를 표명한 것으로 인정하고 항의 방문 2시간 만에 자진해산했다.

이날 논란이 된 행정심판위가 군 자살자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첫 사례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1996년 10월 사망한 고 박정훈 이교가 선임대원들의 가혹행위와 구타로 우울증이 악화된 것이 자살 원인이었음을 밝혀 내 2007년 법무부에서 순직을 인정받은 사건이다.

이후 유가족은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유족등록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행정심판위는 지난 9월23일 이 사건에 대해 "고인의 사망은 선임대원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욕설, 암기 및 다량의 식사강요 등에 기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급격히 악화돼 정상적인 의사능력이나 자유의지가 결여된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거부 처분은 위법·부당한 것으로 취소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동아일보는 그러나 16일자 사설에서 "(군 복무 중 자살자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이번 결정은 국가유공자를 기리는 기본 정신에 맞지 않다"며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자신과 나라를 지켜내는 군인이라야 국가유공자라는 표상이 될 수 있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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