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방송·통신 통합법제화가 산업 논리를 중시하는 통신법 체계 쪽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여권이 이를 신호탄으로 방송구조 재편을 위한 후속 입법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과 더불어 법안 자체와 입법 과정의 속도, 투명성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지난 10일 열린 ‘방송통신 통합법제화 추진과 방송 공공성’ 세미나에서 방통위가 시급하지도 않은 방송·통신 관련법 통합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기구의 위상 강화 △통합기금 관할권 행사 △콘텐츠 진흥 기능 확보 등 3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지난 8월28일 기존 방송법과 전기통신기본법, 정보화촉진기본법 등을 통합·재구성한 ‘방송통신발전에 관한 기본법’(가칭) 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 방송·통신 관련 법률을 ‘기본법+개별법’ 체계로 통합하되 기본법에 이어 개별법으로서의 ‘방송통신사업법’을 내년 하반기까지 제정한다는게 방통위  방침이다.

최 교수 주장의 핵심은 방통위의 입법 추진 과정에서 방송 관련법이 통신 관련법 체계를 따른 통합법에 분산 배치되면서 방송의 특수성을 반영한 조항들이 증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통합법과 함께 지난 2004년 박형준 전 의원(청와대 홍보기획관)이 발의한 ‘국가기간방송에 관한 법률’이 여권 주도로 통과될 경우 KBS 등 국가기간방송이 아닌 방송사는 동일 위상을 갖게 될 테고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이들이 시장에서 동등하게 규제된다면 방송업계는 통신업계와 유사한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최세경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법제화가 급작스럽게 추진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기본법의 문제점과 관련, “법이 실효적이려면 융합 환경에서 규제를 조정하거나 불합리한 부분을 해소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했는데 기본법에서는 개념의 체계화조차 전혀 안 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도 “통합법 기본법이 이렇게 갑자기 나올 줄은 몰랐다”며 “시장 획정, 사업자 분류 등에 대한 철학이 전혀 없는 데다 방통위가 입맛에 맞는 단체만 육성·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방통위원장이 방송발전기금을 투·융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위험한 조항들도 많다”고 비난했다.

정부의 통합법 추진 태스크포스팀(TFT)에 참여했다고 밝힌 이상식 계명대 교수는 “통합법 제정 작업이 폐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법을 어떻게 만드는가보다 더 중요한 건 통합매체정책이 나오는 것”이라며 “5년 정도의 마스터플랜 정책이 부재한 상태에서 입법 작업이 진행된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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