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은 시작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어떤 언론은 ‘긍정의 메시지’ 전파와 같은 제목의 정권 홍보성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아침 출근길 시민들이 라디오를 가장 많이 청취하는 황금 시간대에 최고 권력자의 얘기를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논란도 적지 않았다. MBC는 우여곡절 끝에 방송을 안 하기로 했다. KBS는 1라디오를 통해 예정대로 방송을 내보냈다.

사전에 녹화된 이명박 대통령의 음성은 8분30초 동안 KBS 1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한국의 경제위기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 경제 정책에 대한 최고 권력자의 문제의식과 반성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3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 대한 견해를 묻자 “현실인식이 조금 현상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현상인식이 안이하다. 책임의식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첫 라디오 녹음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정세균 민주당 대표 "현상 인식 안이하고 책임의식 결여"

정세균 대표는“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이 이뤄졌고 지난 7개월간 경제운용을 잘못한 부분에 대한 특히 고환율 정책을 쓰고 과도한 성장위주의 정책을 쓴 것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판의 핵심은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는 감성 호소만 담겨 있지 경제 정책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명수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정부의 실책을 은폐하고 국민의 고통분담만 호소해서는 설득력을 담보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진정 라디오 노변담화를 통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면, 정부의 진정성 있는 성찰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경제실정에 대한 반성은 생략된 채 감성에만 호소한 알맹이 없는 신변잡기에 불과했다”면서 “국영방송인 KTV에서 방송할 수준의 내용을 갖고 공중파를 아깝게 낭비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장식 진보신당 대변인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조건 대통령을 믿고 따르라는 훈시가 아니다. 일방적 정권 홍보도 아니다. 진솔하고 따뜻한 소통의 정담(情談)이 아니라면, ‘노변정담’은 ‘노변괴담(爐邊怪談)’일 뿐이라는 점을 대통령은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감성에 호소한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엊그제 문득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굳이 말씀드리기가 무엇해서 이야기한 적은 없었습니다마는, 제 아버지의 이야깁니다. 저의 아버지는 한 때 조그만 회사의, 요즘 말로는 경비라고 합니다만, 수위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호소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으니 국민이 정부를 믿고 의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정부부터 신중하게 대처하고, 국민 여러분께 있는 사실 그대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알리겠다”면서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라디오 연설은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원활히 하고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성정치' 동참한 한나라당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도 “오늘 아침 이명박 대통령의 첫 노변정담이 있었다. IMF 때를 떠올리고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우리 외환보유고 상황이 어떻게 그때와 다른지도 정확히 알렸다”면서 “각자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조금씩만 남을 배려해 주자”고 ‘감성정치’에 동참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얘기한다고 정부를 향한 신뢰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라디오연설을 준비했지만 기대했던 국정홍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일부 언론이 장밋빛 포장에 앞장서고 있지만 야당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영방송에서 방송할 수준 내용 갖고 공중파 낭비 말아야"

청와대는 월요일 라디오 연설 정례화는 확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앞으로도 이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1차 라디오연설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전파 낭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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