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각국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미국 대통령선거 소식도 주요 뉴스 중 하나이다. 국내 상황은 더 복잡하다. 주가와 환율은 폭등락을 거듭해 경제위기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위기를 낳고 있으며, 경제 리더십을 교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야 가릴 것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울 한복판에서 백주 대낮에 언론사 옥상이나 관계사호텔에서 공공연히 반정부 플래카드나 전단지가 살포되는 등 어지럽고 흉흉한 민심을 반영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선거자금 의혹은 점입가경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 주부터 라디오를 통해 국정홍보에 들어간다고 한다.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사안은 누가 뭐라 해도 2008 국정감사이다. 주요 지면은 국감 소식이 차지하고 있다. 10월9일에도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에서 국감이 진행됐다. ‘YTN 국감’으로 불렸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은 뉴스가 쏟아졌다.

그러나 뉴스 홍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 ‘YTN 국감’은 10일 아침신문에서 집중 조명을 받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의 문제점에 주목한 언론도 있었지만 어느 정치인의 ‘청심환’을 조명한 언론도 있었다.

다음은 10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20개국 '금융 공조' 긴급회담>
-국민일보 <'쌀 직불금' 비리 의혹 내사 착수>
-동아일보 <정부 환율방어, 實彈인가 失彈인가>
-서울신문 <"금리인하 급한 불은 끄겠지만…">
-세계일보 <금리인하에 금융시장 진정>
-조선일보 <"북, 핵 불능화 조치 다시 착수 미, 북 테러지원국 해제키로">
-중앙일보 <대한민국 중산층 '잔인한 10월'>
-한겨레 <물가안정서 '경기침체' 방어로>
-한국일보 <금리 내린 한은, 추가 인하 시사>

9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회 문방위 국감은 언론의 시선을 모으기 충분한 사안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라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출석하고 최근 언론계 핵심 쟁점인 ‘YTN 사태’의 주인공인 구본홍 사장이 출석하기 때문이다.

방통위 국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의원들과 증인들의 얘기 하나 하나, 표정 하나 하나에 주목하며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들은 다음 날 아침신문 지면의 한 귀퉁이를 차지했을 뿐이다.

10일자 1면은 금융 위기 문제가 주인공이었고 종합면도 금융 위기가 차지했다. ‘YTN 국감’은 아침신문의 주된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YTN 국감’은 시청률 면에서도 뒤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요 방송은 생중계를 외면했다.

수백명 취재진 몰렸던 'YTN 국감'

   
  ▲ 경향신문 10월10일자 9면.  
 
YTN은 ‘YTN 국감’을 생중계 하지 않는 것이 자사의 이익이라는 ‘황당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10일자 아침신문 역시 사설을 통해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의 문제점을 질타한 언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든 언론이 단신으로 처리하거나 외면한 것은 아니다. 언론마다 기사 비중과 시각의 차이는 있었다. 경향신문은 9면 거의 대부분을 문방위 국감 소식으로 채우며 ‘YTN 국감’을 조명했다.

경향신문은 <최시중 구본홍 유재천 "사임할 뜻 없다">는 기사에서 “국감에서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도를 넘어선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부적절한 행보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편향적인 미디어정책 추진 등을 매섭게 질타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최시중-구본홍 비밀회동 사실 드러나"

   
  ▲ 한겨레 10월10일자 8면.  
 
한겨레는 ‘YTN 사태’에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겨레는 8면 <최 방통위장.구 YTN 사장 "두어 번 외부서 만나" 실토>라는 기사에서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구본홍 와이티엔(YTN) 사장이 '비밀회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 사장은 또 지난 7월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박선규 청와대 언론2비서관과 만난 사실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YTN 국감’ 파행에 주목한 언론도 적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6면 <전경배치·위증 시비 온종일 티격태격>이라는 기사에서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는 여야 공방, 파행의 연속이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5면 <"경찰배치 편파 국감"…고성·삿대질>이라는 기사에서 “민주당은 이번 YTN 해고사태를 군사정권 때의 '언론인 학살'에 비유하며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 중단과 구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한나라당은 주주총회를 통해 정상적으로 선출된 만큼 정권의 개입 중단이나 사장 퇴진 요구는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고 보도했다.

국감 파행에 주목한 언론, 파행 원인분석은 어디로

   
  ▲ 동아일보 10월10일자 8면.  
 
한국일보는 8면 <방통위 인터넷 중계·경찰배치 설전>이라는 기사에서 “구본홍 사장은 야당 의원들이 사퇴 의사를 묻자 '물러날 생각이 없으며 직원들의 징계에 대해선 안타깝다'며 일부에서 일고 있는 자진 사임설에 맞섰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8면 <문방위 열자마자 파행…6시간 지나서야 첫 질의>라는 기사에서 “국정감사는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몰릴 정도로 관심을 끌었지만 6시간 넘게 파행을 거듭했다”고 보도했다.

‘YTN 국감’은 여야의 대립 속에 파행을 거듭했다. 이러한 상황을 언론이 보도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국회 문방위 국감 파행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명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자세가 아닐까.

중앙일보 "국감 난장판"

   
  ▲ 중앙일보 10월10일자 1면.  
 
중앙일보는 6면 <또 'YTN 국감' 된 문방위…정책질의 실종>이라는 기사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9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사실상 'YTN 국감'이나 다름없었다”면서 “그 바람에 정작 방송․통신 정책에 관한 일반 질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인물은 증인으로 나온 구본홍 YTN 사장이었다.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일반 질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중앙일보의 지적은 경청할만 하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YTN 국감’이 될 수밖에 없었던 본질적 원인에 대한 분석은 미흡했다. 중앙일보는 1면 <국감 난장판>이라는 기사에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감의 증인 난동과 문방위 국감 정회사태를 '난장판'이라는 잣대로 함께 취급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9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국감은 감사장에 배치된 네 명의 경찰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막말을 주고받다 정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면서 “국회 지식경제위의 한국산업단지공단 공감에선 공단 임원이 자신의 비리를 지적한 민주당 최철국 의원에게 항의하며 난동을 부려 국감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고흥길 위원장 청심환 먹게 된 사연 자세하게 전해

   
  ▲ 조선일보 10월10일자 6면.  
 
문방위 국감 보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조선일보 기사였다. 조선일보는 기사의 절반 가까이를 고흥길 문방위원장의 ‘청심환’에 할애했다. 조선일보는 6면 <살벌했던 '문방위 국감'>이라는 기사에서 “문방위에서는 관련 증인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YTN 해고 사태 등을 다루면서 충돌을 거듭해 사회를 본 고흥길 위원장이 청심환을 먹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청심환을 먹게 된 상황을 자세하게 전했다. 조선일보는 “공방 과정에서 의원들 간에 맞고함, 반말, 삿대질이 오가고 책상을 치는 일도 잦았다. 고흥길 위원장은 '오늘 우황청심환을 갖고 왔다. 이걸 좀 먹지 않도록 의사진행에 협조해달라'고 호소했지만 허사였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그는 이날 '좀 조용히 하세요', '왜 이래요 정말', '발언권 얻고 (발언)하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지만 회의는 파행을 거듭했다. 고 위원장은 낮 12시30분쯤 '도저히 안되겠다'며 청심환을 먹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청심환 기사’에서는 최시중-구본홍 비밀 회동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다. 구본홍 사장이 청와대 비서관을 만난 사실을 시인한 내용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선일보는 전날 코리아나호텔에 조선일보 등을 비방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사건에 대해 12면에 '호텔 창문 깨고 본지 비방 시위'라는 제목으로 1단 기사를 실었다.

이와 함께 2면에는 KBS 정연주 사장 해임 뒤 유력한 KBS 사장 후보로 떠올랐다가 이명박 대선캠프 특보 경력 등이 문제 돼 스스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던 김인규씨가 새로 만들어지는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초대 회장으로 유력하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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