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에서 사이버모욕죄 및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이른바 '최진실법'을 추진해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악성 댓글(악플)에 대한 보다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은 공동으로 <'악플문화' 극복을 위한 합리적 대안 모색 > 토론회를 지난 8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충정로 한백교회 1층 안병무홀에서 열었다.

"사채설? 기사 보고 알았다"

참석자들은 '악플'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의적"이라는 문제를 지적하며, 여권과 보수언론의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고 나섰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고 최진실 사채설을 인터넷을 보고 안 게 아니라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면서 "그런 설이 증권가에 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곳은 본래 확정되지 않은 루머가 도는 곳이다. 이 시점에서 굳이 악플 논의를 꺼내드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이건 더 심각한 최진실 모욕이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악플이 무엇인지 정리하지 않으면 이 논의는 의미가 없다"며 △허위사실 △명예훼손 △추측이되 기분 나쁜 추측 △욕설 △광고 위해 자잘하게 올려지는 글 등을 악플의 법적 개념으로 정리했다. 그는 이어 첫째, 둘째, 넷째 사례는 현행법으로 처벌 가능한 프로세스가 있고, 세 번째 사례 즉 '기분 나쁜 추측'을 처벌하는 프로세스가 없긴 하지만 추측까지 처벌 프로세스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육도 없었는데 처벌하는 것은 선후 바뀐 것"

   
  ▲ ⓒ민언련  
 
박주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은 여권에서 신설하려는 '사이버 모욕죄'는 친고죄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기존 모욕죄의 경우 피해자가 요청한 경우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있다며 "사이버모욕죄에서 친고죄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처벌이 두려워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행법에 있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를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른다"면서 "교육 없이 처벌만 하겠다는 것은 선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해결방법이다. 교육을 통해 이런 제도가 있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도 네티즌을 이번 사건의 희생양으로 모는 것에 반대하며, 21세기는 거버넌스(Governance : 설득 중심의 행정수단) 시기임에도, 우리 사회 인식이 아직 거번먼트(Govenment: 강제와 물리력 중심의 행정수단)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EU의 사례를 들어 "악플이 무엇인지 정확한 개념 규정부터 하고, 규제책이 없으면 어떤 문제가 있고, 또 규제로 인한 부작용은 뭐가 있는지, 개념 규정·사례 분석·대안 모색 등을 하는데 우리는 너무 인색하다"며 이에 대한 단계론적 논의에 불을 당기고, 장기과제로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악플 때문이라고 단정할 증거 있나"

강장묵 세종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아이피 추적, 선플(좋은 댓글)운동과 더불어 블로그의 비밀 기능 등을 언급한 뒤 "자생적으로 필터링 하는 기술들이 많이 나왔고, 앞으로도 충분히 개발될 수 있는데, 여권이 이른바 '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너무나 손쉽게 규제만 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도 "악플을 객관적으로 규정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네티즌들의 "자율적 정화능력"을 믿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익명으로 해도 원활한 토론이 이뤄지는 사이트가 있고, 아직도 악플이 해결 안 되는 곳도 있다. 그렇게 상황이 다른 공간에 단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하느냐"며 "자정은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공동체에서 자생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강제하는 것보다 각 커뮤니티가 가장 적합한 해결방법을 알아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행 망법은 법적인 차원에서는 정부가 과도하게 규제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조만간 개정안을 발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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