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탤런트 최진실씨가 숨진 채 발견돼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가운데 언젠가부터 정치권과 언론에서 이른바 ‘최진실법’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사이버모욕죄’는 정부 비판 여론 원천봉쇄 논란을 일으켰던 법안이지만 ‘최진실법’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면서 인터넷 ‘악성 답글(악플)’ 대책 법안으로 인식됐다.

‘최진실법’이라는 용어는 헤럴드경제의 3일자 1면 <‘최진실법’ 속도 낸다>라는 기사가 그 시작이었다. 함영훈 헤럴드경제 정치부장은 “고인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배경에 (인터넷 악플 등) 문제가 있었고 문화적 개선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용어를 사용했다”면서 “내부에서 논쟁도 있었지만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기사 제목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 헤럴드경제 10월3일자 1면.  
 
헤럴드경제 보도 이후 언론들은 ‘최진실법’이라는 용어를 기사와 사설 제목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최씨 사건으로 인터넷 악플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최진실법’ 추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관계자 중 ‘최진실법’이라는 용어를 언론에 처음 사용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기국회에서 ‘최진실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최진실법’ 쟁점화는 반발에 부딪혔다. 고인의 넋이 편안하게 잠들기도 전에 정략적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에서 “고인이 된 최진실씨를 팔아 정권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인터넷상의 삼청교육대법과 같은 것이다. 이는 최진실씨 모독법”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진실법’ 용어 사용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6일 국감에서 “법령 명칭으로 고인의 이름이 붙어다닌다면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받을 것”이라며 최진실법 사용 중단을 요구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최진실씨 실명이 법령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최진실법’ 용어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의 기류도 바뀌었다. 김정권 한나라당 원내 대변인은 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진실법’이라는 용어는 언론에서 먼저 나온 것이다. 앞으로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고인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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